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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독수공방을 원하지 않는다면

결혼 36개월의 승부, 미리 알면 평생이 천국 육체적 대화 없는 부부의 애정은 어렵다 자보지 않은 남자와는 결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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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섹스와 사랑은 당신이 알다시피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작은 마찰과 악감정들은 만족스러운 부부생활로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부부가 하는 섹스는 연인이나 불륜 커플이 하는 섹스와는 달리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부부관계라는 것이 순간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배설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교감이자 대화이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나면 섹스가 사랑이다

S는 결혼 전 순결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사귄 지 1년쯤 된 남자 친구가 키스나 애무 이상의 것을 몹시 조르기 시작했을 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결혼식과 첫날밤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종교적 신념도 있었다. 게다가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호텔 방에서 뒹구는 것처럼 추한 일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남자 친구는 잡지에서 많이 본 것 같은 말과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못 믿기 때문에 허락해주지 않는 거라며 시도때도 없이 한숨을 쉬고, 교외로 놀러 나가기만 하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호텔 들어가서 잠깐 쉬다 오자고 졸랐다. 남자 친구를 사랑했고, 언젠가 그와 결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 함께 호텔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왕 몸을 허락한 것, 로맨틱하고 에로틱하기를 기대했던 그녀는 실망만 하고 말았다. 그와의 잠자리가 영 시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날은 서로 처음이니까 서툴러서 그렇거니 했지만, 그다음부터 함께 있는 시간이 반복되어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 이후 꼭 섹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녀는 지금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썩 잘 살고 있다. 가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땐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속궁합이 안 맞았던 것 같아. 지금 남편을 만나고 나니까 그걸 확실히 알겠더라고. 결혼하고 나니까 섹스가 사랑이더라. 그런데 그걸 결혼에 고려하지 않았었다니, 내가 철이 없어도 한참 없었지. 그때 그 사람이랑 그냥 결혼했으면 지금 내가 바람을 피우지 않고 있다고 장담 못 하겠다.”

임신한 채 웨딩드레스를 입는 신부에게 ‘필수 혼수품’을 해간다는 덕담을 해주는 시대에 결혼식 후 ‘진짜 첫날밤’을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오래된 연인에게 서로 간의 정절을 요구하는 여자들도 꽤 있고, 미래 아내의 순결을 환상으로 갖고 있는 남자들도 많다. 그리고 결혼 전 몇 번 잠자리를 함께했더라도 섹스 자체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연애 시절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든 것을 넘어서기 때문에 섹스가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반대로 외적인 조건들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섹스를 소홀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혼생활에서 섹스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는 결혼해본 사람만이 안다(나는 결혼 전에는 마흔 살만 넘으면 부부는 섹스를 안 하고 사는 줄 알았다). 흔히 말하는 이혼 사유인 ‘성격 차이’가 실은 ‘성격 차’가 아니라 ‘성 격차’더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로 사이가 나쁜 부부들은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주 다투면서도 묘하게 사이가 좋아 보이는 커플은 거의 틀림없이 함께하는 밤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물론 섹스와 사랑은 당신이 알다시피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아내가 망나니 남편을 영화 의 ‘섹스 머신’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작은 마찰과 악감정들은 만족스러운 부부생활로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부부가 하는 섹스는 연인이나 불륜 커플이 하는 섹스와는 달리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부부관계라는 것이 순간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배설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교감이자 대화이기 때문이다.




섹스는 대화다

당신은 아마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면 매일 포옹하고 키스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사랑했던 사이라도 결혼하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이상 서로를 보듬게 되지 않는다. 서구인들은 오래된 부부라도 끊임없이 키스하고 만지고 하지만 그들도 연인시절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절로 손이 가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네들의 습관일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부들끼리의 스킨십이 꼴사나운 일로 여겨지는 문화권에서는 당연히 그게 습관이 되기 힘들다. 습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틈틈이 손잡고 입 맞추고 포옹하기에는 결혼생활이 너무 바쁘다. 오죽하면 “중년 남녀가 길이나 카페에서 손잡거나 팔짱을 끼고 있으면 100퍼센트 불륜”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나는 결혼하고 나서는 한 번도 키스한 적이 없다는 지인의 고백을 듣고 기함한 적도 있다.

정말 한국에서는 섹스가 아니면 부부가 서로의 몸에 손댈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건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피부를 맞대고 전기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때로 그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전에 어느 글을 읽다가 “항문 바로 옆에 종기가 났는데 거기에 약을 발라줄 사람이 아내밖에 없더라”라는 대목에서 공감 어린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인 부부가 다른 가족관계와 다름없이, 혹은 그보다 앞설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살을 섞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부부가 타인만도 못한 관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몸으로 하는 원초적인 대화가 안 되는 부부가 말로 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남자들이 기본적으로 더 좋아하고 더 잘하는 게 섹스인데 몸으로 하는 대화에 문제가 있는 남자가 입으로 하는 대화를 잘할 리 만무하다.

남편과 등만 맞대고 잔 지 반년이 넘었다는 어느 30대 주부는 그래도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던데, 본인 말로는 ‘돈 쓰는 재미’로 산단다. 또 다른 독수공방 주부는 욕구불만을 먹는 것으로 풀어서 비만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섹스가 안 되는 부부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밤에 서로 손만 꼭 잡고 자도 행복하다는 부부들이 있기는 하다. 다리가 다섯 개 달린 강아지나 하얀색 까마귀가 있는 것처럼 그 어떤 전형성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혈연도 없으면서 육체적 대화까지 없는 부부가 애정을 유지하기는 너무나,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세상의 그 어떤 정신적인 가치도 물리적인 뒷받침 없이 유지될 수는 없다. 모성보호를 위해 탁아 시설을 만들고, 동물 보호를 위해 법을 바꾸는 등 정신적인 가치를 지키려는 모든 노력들이 사실은 그 물리적인 뒷받침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않은가. 결혼 후 사랑이라는 정신적 가치의 중요한 물리적 뒷받침 중 하나가 섹스다.

연애 기간 동안 도무지 섹스가 되지 않았던 남자가 결혼 후 노력과 대화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 게 좋다. 그 시절이 남자들의 일생에서 가장 섹스를 잘할 수 있는 시기이며, 그 문제로 따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남자들에게는 커다란 상처이기 때문이다.

결혼할 남자와 자봐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남자들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고 나면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더 극진하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넌 이제 내 여자’라며 마초 근성을 드러내거나 갑자기 흥미를 잃으며 눈에 띄게 소홀해지는 사람도 있다. 잠자리를 함께하고 나서 태도가 돌변하는 남자라면 그와 결혼해서 그 어떤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결혼할 남자이기 때문에 섹스한다’기보다는 ‘결혼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섹스한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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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남인숙 저 | 리더스북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등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2030 여성들에게 현실적이고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젊은 멘토로 떠오른 남인숙이, 올해로 결혼 15년차에 접어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채 애정과 사랑만으로 무작정 결혼한 이들의 말 못할 고민을 지켜보면서 쓴,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언니’의 날카로운 조언이자 뜨거운 주례사이다.






여성을 위한 결혼 관련 도서들

[ 결혼도 잘하는 여자 ]
[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
[ 사랑한다 고백을 받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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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인숙

소설가,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2004)를 비롯하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실천편』(2006),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2008),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2009),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2010)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그녀의 여성 에세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었고 특히 중국에서는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며 자국 위주의 중국 출판계에서는 드물게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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