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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뒷면에 여장 남자 사진을 넣은 이유 - 루 리드

전위 록의 투사 1990년대에 재생한 1970년대의 글램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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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에서야 일찍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루 리드가 대중과 그나마 가까워진 건 시대의 재발견을 통해서였습니다. 만약 영화 < 트레인스포팅 >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의 곡이 이 영화에 쓰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괴이한 뮤지션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죠.

평단에서야 일찍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루 리드가 대중과 그나마 가까워진 건 시대의 재발견을 통해서였습니다. 만약 영화 < 트레인스포팅 >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의 곡이 이 영화에 쓰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괴이한 뮤지션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방가르드(전위) 록의 대부와도 같은 그의 대표작, < Transformer >입니다.


루 리드(Lou Reed) < Transformer > (1972)

루 리드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90년대에도 쉼 없이 창작의 행군을 계속했지만 극성 마니아를 제외하고 대중들은 루 리드에 대해서 73년 히트된 곡 「Walk on the wild side」의 주인공이란 사실 외에는 알지 못했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밝고 상쾌한 곡을 선호했던 1970년대 청취 기조에서 볼 때 다분히 어둡고 습한 루 리드의 곡이 사랑 받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그의 곡 「Perfect day」가 영화 < 트레인스포팅 >에 삽입되어 팝 인구에 회자되면서 루 리드란 이름도 동시에 망각의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이 곡은 1997년 엘튼 존, 보노 등 30명의 록스타들이 참여한 새 노래로 재탄생하는 영예를 누렸고 음반의 수익금은 세계의 영세가정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그에 앞서 우리영화 < 접속 >에 그가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남긴 곡 「Pale blue eyes」가 깔리면서 크게 히트하자 루 리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변했다. 대도시의 카페에선 루 리드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곡의 신청엽서가 끊이질 않았다. 4반세기 전의 박제품이 오랜 세월 후 마법으로 생체가 되어 비로소 우리 팬의 귀에 접속된 것이었다.

루 리드의 생은 불우시대의 연속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실험은 마니아나 소장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고 그나마 1970년 그룹이 깨지고 나서는 레코드사의 외면으로 음반조차 내지 못하며 방황을 거듭했다. 은둔할 수밖에 없었다. 1972년 어렵사리 낸 첫 솔로 앨범도 참패로 끝났다. 그러나 당시 글램 록으로 전성기를 달렸던 데이비드 보위는 그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나타났다. 그의 가상적 창조물인 ‘지기 스타더스트’가 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인 ‘부패 탐험’의 부산물이라고 할 만큼 루 리드의 열성 팬이었던 데이비드 보위는 1972년에 만난 그에게 의욕을 북돋워 주면서 그의 재기를 도왔다.

루 리드는 보위의 지휘 아래 보위처럼 글램 록의 시각효과를 적극 채용해 물들인 금발, 짙은 메이크업, 검은 손톱 매니큐어 등의 이미지 변조로 솔로 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가 바로 < Transformer > 앨범이었다. 데이비드 보위와 < Jiggy Stardust… > 앨범의 명콤비 믹 론슨이 공동 프로듀스했다.

사운드는 당연히 데이비드와 믹이 창조한 ‘헤비 메탈 성의 기타 록’이 주조를 이뤘다. 실제로 글램 록은 ‘보여주는 록’으로서, 다시 말해 자세의 혁신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된 것이었지, 사운드의 혁신까지는 아니었다. 앨범의 첫 곡 「Vicious」이 대표적으로 글램의 사운드 일반을 취한 곡이었다. 「Vicious」라는 제목의 곡을 써보라는 앤디 워홀의 권유에 따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드문드문 삽입된 자극적 기타 애드립이 특히 글램과 유사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벨벳의 교사이자 매니저였던 앤디 워홀과의 관련성은 「Andy's chest」에도 나타난다.

글램의 또 하나 요소인 동성애 부분은 ‘우린 은밀한 곳에서 동성애를 표현하고 길거리에서도 드러내지…’하는 가사의 「Make up」에 표현되고 있다. 앨범 뒷면에 당시 유명한 뉴욕의 여장 남자 사진을 집어넣은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그렇다고 글램과의 친목에 의해 그의 특성이 침전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의 음악적 배경인 R&B나 두왑(doowop)이 곳곳에-이를테면 「Walk on the wild side」에서 ‘두디두 두디두’하는 부분-깔려 있고, 베이스 연주가 초보라도 쉽게 포착되는 재즈의 맛도 퍼져 있다. 이외에도 동요 같은 「New York telephone conversation」 등 그만의 개성적 스타일이 무차별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어떤 형식을 내 음악에서 찾고자 한다면, 내 곡에는 그런 것이 있다!”

빈 공간에 독특한 연주와 코러스 편곡을 응용한 「Satellite of love」와 잔잔한 피아노반주에 힘을 빼고 읊조리듯 부르는 「Perfect day」 그리고 전미 싱글 차트 16위까지 오른 「Walk on the wild side」는 바로 그러한 개성과 파격이 배태한 걸작들이었다. 이런 발라드는 누구로부터도 종묘하지 않은 그 자신이 ‘발명’해 구축한 유니크함이 투영되어 있다. 이렇듯 듣기 좋은 선율의 곡이 많다는 것, 다시 말하면 벨벳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수놓은 ‘노이즈’ 또는 전위적 실험의 폭이 좁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도 「Vicious」나 「I'm so free」로 약간은 만회할 수 있다.

루 리드의 특장(特長)인 ‘거침’ ‘어두움’ ‘대항성’은 그대로 세기말의 록, 1990년대의 모던 록에 그대로 이수되었다. 1980년대 이래의 뉴욕 언더그라운드 그룹들은 루 리드에게서 ‘노이즈’ 뮤직을, 언더그라운드와 인디의 어두움을, 그리고 모든 주류에 덤벼드는 대안의지를 습득했다. 루 리드는 개성과 자유란 피켓 아래 닥치는 대로 ‘주류에서 펄펄 나는’ 음악에 비수를 찌르고 살해했다. 하지만 그가 있어서 서구 록은 ‘쏠리지 않고 흩어져’ 유니트가 서로 긴장하고 갈등하면서 위대한 ‘버라이어티’를 포획했다.

그와 함께 전위, 비주류, 반주류, 언더그라운드 구체적으로 포스트 펑크, 노 웨이브, 슈 게이징, 노이즈 음악의 숨결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는 킬링으로 사랑 받은 이상하고도 고귀한 ‘록의 자객’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기조의 이 앨범을 낼 때 그 록의 자객은 잠시 킬링을 위해 칼을 갈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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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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