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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다음의 가창력은 단연 이승철!

천부적 감성의 톱 보컬 “1년 365일 중에 367일 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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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에서 조용필 다음은 누구인가. 조용필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관계자들 사이에 조금은 답을 구하기 어려운 이런 물음이 오갔다. 지극히 주관적인 노래 이야기라서 해당 인물들이 줄줄이 나열될 것 같았지만, 사람들의 결론은 대부분 이의 없이 한 가수로 모이곤 했다…

가창력에서 조용필 다음은 누구인가. 조용필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관계자들 사이에 조금은 답을 구하기 어려운 이런 물음이 오갔다. 지극히 주관적인 노래 이야기라서 해당 인물들이 줄줄이 나열될 것 같았지만, 사람들의 결론은 대부분 이의 없이 한 가수로 모이곤 했다. 바로 이승철이었다. 그의 후배 가수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 봐도 하나같이 “조용필을 제외하고는 이승철이다!”, “이승철 같은 가수가 되고 싶지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밴드 부활의 동료이자 한때 다시 만나 ‘네버엔딩 스토리’를 히트시킨 후 다시 입장 차로 갈라서서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김태원이 이승철의 진가를 확실하게 일러 준다. 좋은 말로 치장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이승철의 보이스와 보컬에만은 어쩔 수 없이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부활을 거친 수많은 보컬을 평해 달라고 주문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승철은 한마디로 하늘이 내려 준 색깔이에요. 정말 두말할 필요가 없는 아름다운 감성의 보컬입니다.”-김태원

‘보고 싶다’의 가수 김범수는 이승철을 가리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를 알려 주는 절대기준이라고 했다.

“노래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그렇게 참고 감정을 절제해 불러야 듣기 좋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적당히 비워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김범수

이승철은 정말 노래 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간혹 언론이나 팬들은 조용필에게 붙여야 할 가왕歌王이라는 수식을 그의 이름 앞에 슬적 갖다 붙이기도 한다. 80년대 중후반 부활 시절부터 지금까지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마지막 콘서트’, ‘소녀시대’, ‘방황’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히트곡은 이승철의 천부적 감성보컬에 힘입은 것들이다.

80년대 중후반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던 가수 가운데 현재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수는 거의 없다. 그에 반해 그는 지금도 조카뻘 정도의 어린 젊은 가수들과 인기를 겨루며 뜨거운 호흡을 내뿜는다. 그는 과거의 이슬을 먹고 사는 가수가 아니다. 현재의 경쟁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가수로 우뚝 서 있다. 그는 히트곡 내기가 쉽지 않다는 삼십 대 중반인 2002년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시작으로 2003년 ‘그냥 그렇게’, 2004년 ‘긴 하루’와 ‘인연’, 2005년 ‘열을 세어 보아요’ 등 해마다 히트곡을 터트렸다.

마흔을 넘긴 2007년에는 표절문제로 금이 가긴 했지만 ‘소리쳐’라는 곡으로 다시금 존재감을 떨친 바 있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시점에 적절한 추모성 가사 덕분에 ‘그런 사람 없습니다’가 전파를 수놓기도 했다. 그런 노래들에 앞서 걸 그룹 소녀시대가 바로 그가 불렀던 노래와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승철은 뿌듯할 것이다.(실제로 소녀시대와 이승철이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과거의 질러대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부른 2004년의 ‘긴 하루’는 특히 음악관계자와 팬들로부터도 절창絶唱이라는 찬사를 얻어냈으며, 한 신문은 그를 올해의 가수로 선정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해 대부분의 신문사와 방송사가 뽑는 연말대상에서도 빠짐없이 10대 가수로 뽑혔다. 아이돌 판이었던 열 명의 가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가수가 이승철이었다.

왜 그가 추억의 존재가 아닌 인기전선을 누비는 강한 가수로 살아 있는 것일까? 필살기는 탁월한 가창력이다. 감정표현을 능란하게 처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울림과 떨림은 제일이다. 이 천부적 보이스 때문에 록이라는 장르를 대중적으로 가장 호소력 있게 전달하면서 록의 대중화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김태원이 말하는 것처럼 좋은 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하지만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목소리에 감정 절제의 수준을 넘어 듣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들려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 그의 노력이다. 데뷔 20년을 맞아 리메이크로 엮은 기념 앨범 < A Walk To Remember >를 발표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의 주안점은 최대한 내추럴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긴 하루’의 절제와는 또 다른 거죠. 예를 들면 김현식 선배가 ‘넋두리’를 부른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진실한 거죠. 듣기에도 좋고요. 제가 자연스럽게 하려고 뭘 했는지 아세요? 전 곡을 술 한 잔 먹고 불렀어요. 맨 정신에 한 노래가 한 곡도 없습니다.”

그에게 술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계의 소문난 주당으로 술 좀 한다고 뽐내는 사람들도 한번 합석하고 나서는 이승철한테 걸리면 도망가야 한다고 혀를 내두른다. 언젠가 그와 이런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전성기에 어느 정도 마셨어요?”
“소주, 맥주, 양주 몇 병으로는 모르겠어요. 그냥 폭탄주만 말할게요. 제대로 마셨을 때 한 50잔에서 60잔은 됐을 겁니다.”
“매일 연속해서 술 마신 기록은 어떻게 돼요?”
“그것도 세어 보지 않아서 모르고요. 1년 365일 중에 367일 술을 마셨어요.”
“왜 367일이죠?”
“낮술까지 합쳐서!”


그러나 녹음과 공연을 앞둔 3일 전에는 술을 금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폭주와 금주의 나날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앨범을 만드는 데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앨범은 자연스러움에 목표를 두니까 더 술이 필요했죠. 그렇다고 폭주한 것은 아니고 녹음 들어가기 전 동료들과 한두 잔 걸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노래에 따라 술도 종류를 전부 달리했어요. 김민기의 ‘작은 연못’과 신곡 ‘비개인 오후’를 부를 때는 와인을 마셨고,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이나 이문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은 보드카를 했고,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의 경우는 소주를 마셨어요. 이소라 ‘난 행복해’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폭탄주로 했죠. 모처럼 술 효험 좀 봤습니다.”

꼭 노래 잘한다고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가창력이 공연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음반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노래를 잘하더라도 곡이 받쳐 주지 않으면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수의 목소리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나는 끊임없이 장르를 바꾸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게 바로 롱런의 비결일 것이다.”

이 말은 가창력만을 믿는 게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가 변화를 역설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그는 음악을 모던하게 만드는 솜씨가 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절대로 하나의 성공방식에 머물지 않고 편곡을 통해 끊임없이 늘 새 감각을 수혈한 노래를 내놓는다.

2009년에 내놓은 열 번째 앨범 < Mutopia >는 발라드와 작별을 고하고 그간 하지 않았던 록 리듬에 도전했다. 그때 “지난해 아홉 번째 앨범 < The Secret Of Color 2 >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래서 기존에 내가 들려드렸던 발라드 곡들을 앨범에서 뺐다”고 말했다. 그는 다원적 정체성의 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다. 이러한 변화를 향한 시도와 도전으로 그는 정작 물리적 나이로는 8090이지만, 전혀 8090가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도 “이상하게도 이승철은 올드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그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는 가장 어려웠던 때에 발휘한 빼어난 위기관리법도 크게 작용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1990년대 초반 대마초사건으로 무려 5년간이나 활동규제를 당했다. 방송을 못하고 공개적인 무대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가수로선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콘서트에 주력하고 좋은 앨범을 만들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차피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니 평소 바라던 음악적 성숙을 기해 미래를 보자는 생각이었다. 조용필이 13집 < 꿈 >을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프로듀서 닐 도르프스만의 도움으로 < 색깔 속의 비밀 >이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어 가지고 돌아왔다.

“미리 준비한 음악을 들려주자 닐 도르프스만은 대뜸 돈이 얼마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하긴 그가 한 곡 당 1000만원을 작업비로 받던 시절이었죠. 2700만원밖에 없다고 했더니 무슨 화학반응이 생겼는지 오케이하는 거예요. 한번 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나 봐요. 전 너무 기뻤습니다. 다 하고 나니까 도리어 300만원 깎아 주었습니다. 아시아권 가수인데도 보컬이 훌륭하다며 칭찬도 해 주고요. 앨범 수록곡 가운데 ‘누구나 어른이 돼서’가 있는데 그 곡은 한번 영어로 녹음해 보라고까지 권했습니다.”

1994년작 < 색깔 속의 비밀 >은 결코 판매가 좋지 않았다. 히트곡이 이 앨범에는 없다. 하지만 그는 언론의 격찬을 받으며 앨범 아티스트로 거듭났고, 이후 팬들과 음악관계자들로 하여금 이승철의 앨범을 주목하게 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도 이승철은 이 앨범을 음악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한다.

가수가 장수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자세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남을 음악을 만들어 내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위기관리법이다.

대중의 인기에 봉사하겠다고 하면 스스로 소비품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음악인은 결국 음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땀 흘린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대중들은 쉽게 그를 버리지 못한다. 평범한 이 사실은 곧잘 외면된다. 열정을 음악에 바치는 것이 아니라 인기에 바치는 가수들이 많다. 그 결과는 단명과 반짝 가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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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를 말하다 임진모 저 | 빅하우스
이 책은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20여 년간 축적한 인터뷰, 취재자료, 평론을 토대로 엮어 낸 가수와 가요 이야기이며, 우리 대중음악의 사료이자 자산이다. 60년대 미8군과 번안가요에서부터 70년대 대마초 파동, 80년대 팝을 이겨낸 가요, 그리고 90년대 우리음악의 혁명을 통해 마침내 우리 가요는 지금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음악과 가요를 탄생시킨 주인공과 최고의 가수에 주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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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수상
2011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200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

경력
2011.06~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내외경제신문 기자

음악웹진 이즘(www.izm.co.kr)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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