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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큰 신혼방 구했지만 너무 추워서… - 윤보영ㆍ가브리엘 다이 부부의 49.5㎡ 주택

스타일 좋은 부부의 감각 넘치는 집 낡은 주택의 변신은 무죄, 내추럴 감각의 핸드메이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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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스스로를 잘 꾸미는 사람은 그 집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부부가 있다.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한 집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로 얻은 값진 성과물이다. 거의 무용담에 가까운 부부의 셀프 인테리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윤보영ㆍ가브리엘 다이 부부의 49.5㎡ 주택

주거 형태-단독주택
크기-49.5㎡(15평)
구조-거실, 주방, 침실, 드레스 룸, 욕실, 현관, 마당
총 비용-1백만 원(바닥 공사+도장 공사+욕실 공사+기타(가구 제외))
블로그blog.naver.com/gabe_nizi

자기 스스로를 잘 꾸미는 사람은 그 집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부부가 있다.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한 집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로 얻은 값진 성과물이다. 거의 무용담에 가까운 부부의 셀프 인테리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한적한 서교동의 주택가 골목.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아파트의 삭막함은 잊게 되는, 그야말로 아담한 동네다. 여러 채의 단독주택들 사이에 지은 지 족히 30년은 넘어 보이는 2층짜리 주택의 2층이 윤보영과 가브리엘 다이(Gabriel Dye) 부부의 집이다. 부동산 관련 카페에서 이 집을 발견하고서 그날 당장 계약을 했단다. 그들이 바라던 조건에 딱 들어맞는 집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다.

살고 싶던 동네, 그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이자 마음껏 고쳐 살아도 되는 집. 남의 눈에는 오래되고 칙칙한 옛날 집이었을 뿐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집수리를 마친 다음 변해 있을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천장이 높고 뾰족하게 솟은 지붕, 동네가 훤히 보이는 손바닥만한 외부 마당은 사람을 어린애처럼 설레게 하는 이 집의 매력이기도 했다. 솔직히 예산이 뻔한 신혼부부가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집에서 제2의 삶을 살기란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하우스 푸어(집이 있지만 빚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계층)니 전세 대란이니, 단어만 들어도 겁나는 일이 벌어지는 서울에서 말이다.

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 공간이 근사하게 바뀔 거라는 가능성을 굳게 믿긴 했지만 집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거실은 온통 짙은 나무색 패널로 둘러져 어두침침했고, 방들은 옐로, 블루 등 색이 바래 꼬질꼬질해진 벽지가 더덕더덕, 방문은 짙은 블루 컬러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욕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을 정도란다. 2개월간 주말을 반납하고 꼬박 매달린 끝에 셀프 인테리어는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고양이 미오, 마리, 메이, 마지도 새집에 적응하고, 집들이도 하고, 의류 쇼핑몰 준비를 위해 그들 스스로 모델이 되어 촬영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브리엘 씨가 잃어버린 모자를 찾으러 카페에 왔다가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윤보영 씨와 만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서로를 개이브와 니지라 부르는 커플은 둘이서 고생하며 꾸며서 더 사랑스러운 집에서 그 인연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주택의 멋이 살아 있는 거실





경사진 천장이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거실은 주택에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사진 촬영을 하는 일터로 부부의 전반적인 생활이 모두 이루어지는 곳이다. 거실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소파가 놓인 공간과 일을 하는 창가 테이블 공간으로 크게 구분 지었다. 그리고 디자인이 심플한 원목 가구 위주로 꾸미고 앙증맞은 소품들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보다 거실은 두 사람의 셀프 인테리어 무용담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그중 페인트칠은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벽지로 마감 처리한, 창이 있는 벽면을 빼고 나머지 벽면은 모두 폭이 넓은 루바 패널로 천장까지 마감되어 있어 페인트를 칠할 면적이 넓고 높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번들거리는 광택때문에 칠해도 칠해도 본래의 나무색이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다시는 페인트칠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틀 동안 프라이머만 칠했을 정도니까요. 사다리까지 받치고 올라가 흰색 페인트만 세 번을 칠하고 나서야 겨우 변화가 생겼어요.”

그때의 고생은 이 집에 살수록 뿌듯함으로 되돌아 온다. 화이트 공간은 가구와 소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어 주고 있어서다. 낮 시간의 햇빛까지 더해지면 공사 전 암담했던 모습은 즐거운 대화의 소재가 될 뿐이다.


좁은 주방은 선반 수납으로 단점을 극복하다





주방은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거실에 포함시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거실 안쪽 코너에 자리한 주방은 거실의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좁다. 게다가 이전 세입자가 짙은 나무색 일색인 공간에 붙여 놓은 화이트와 블랙의 모자이크 패턴 시트지가 생뚱맞아 보였다. 우선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상부장을 떼고 타일 시공으로 벽을 마감한 다음 선반을 달았다. 모서리 형태에 맞게 선반을 ‘ㄱ’자로 달아서 데드 스페이스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고.

하부장은 비용 절약을 위해 문짝에 합판을 덧대고 색을 입힌 다음 손잡이만 교체해 새것처럼 단장했다. 이들의 주방을 보니 좁다고 해서 수납공간 확보에만 급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과감하게 오픈 공간을 만들고, 살림살이를 보기 좋게 진열한다면 카페의 오픈 키친이 부럽지 않다. 커피를 좋아하고 만드는 솜씨도 일품인 남편을 위한 머신이 당당히 싱크대 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이 집의 주방에서 필수적인 아이템은 바로 아일랜드 식탁이다. 소형 가전제품을 보관하는 수납장이자 식탁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효과는 아일랜드 식탁을 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 쪽과 공간이 분리된다. 바퀴가 달려 있으니 필요에 따라 배치를 바꾸기도 쉽다. 굳이 벽을 세우지 않고도 식탁 같은 가구가 파티션 기능을 하면서 소통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라 하겠다. 아기자기한 주방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 커플뿐만이 아니다. 미국에 사는 시어머니가 어느 공간보다도 주방을 맘에 들어 한단다. 아마도 아들 부부의 노력과 감각을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인 듯싶다.


커다란 창문이 매력인 침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창이 큰 집이라는 대답을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기 쉽고,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채광을 실내로 들일 수 있다는 여러 장점 때문이다. 이들 부부도 다르지 않았다. 운 좋게도 입구 쪽 방은 벽의 거의 절반이 창문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이 깨는 로망이 실현되었다고. 침실 위치가 정해지자 이곳도 거실처럼 화이트 공간에 나무 소재의 가구를 매치하는 기본 공식대로 꾸몄다.




“바닥재 시공뿐 아니라 벽지도 직접 붙이기로 했는데 원하는 화이트 벽지를 구하지 못했어요. 결국 신랑이 아이디어를 냈지요. 잔잔한 무늬의 저렴한 벽지를 뒤집어 붙이는 걸로요.”

침실은 기성 침대가 들어가지 않아 공간에 맞춰 제작한 침대를 들이고, 앤티크한 멋이 풍기는 서랍장만으로 간단하게 꾸몄다. 침대 아랫부분에는 서랍이 달려 있어 수납도 가능하다. 화장대를 겸하는 서랍장 역시 작은 물건들을 정리해 두기에 그만이다.

“커튼은 제가 만들어 달았어요. 창이 커서 좋기는 한데 주택이라서 겨울을 나는 동안 너무 춥더라고요. 왜 방한을 위해서 커튼을 다는지 알게 되었어요. 얇지만 찬바람을 막아 주기도 하고, 장식 효과도 있답니다.”

이 부지런한 부부는 침실 벽도 그냥 두지 않았다. 프레임이 제각각인 액자를 붙여 장식했다. 액자들의 크기가 달라서 자칫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었건만, 코르크로 만든 메인 액자를 중심으로 보기 좋게 위치를 잡았다. 맞은편 벽은 선반을 달고 소품을 올려 마무리했다.


운동장처럼 넓은 욕실 겸 세탁실


핸디코트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욕실은 나무 수납장과 선반, 이동식 욕조로 쾌적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공간에 여유가 있어 세탁기도 둘 수 있었다. 욕실은 번듯하게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거실만큼이나 이들에게 부담을 준 공간이었다. 지인들이 살 만한 집이 아니니 이사하지 말라며 뜯어 말린 이유가 바로 욕실 때문이었다. 세월의 흔적이라고 해야 할지, 예전에 살던 사람의 무심함이라고 여겨야 할지 모를 만큼 방치된 듯한 느낌이었다. 집의 크기에 비해 무척 넓은 욕실은 세면대도 없었고 타일에는 묵은 때가 끼어 있었다.

무엇보다 바닥은 부분 수리를 했는지 색과 크기가 다른 타일이 깔려 있었다. 100% 전면 공사가 필요하다는 결론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공사의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욕실이다. 모두가 들떠 있는 연말에 타일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는 부부.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몰래 어깨를 으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이 달라질 가능성을 보고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커플. 이들을 보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부부는 용감했다. 자신들이 살 집을 스스로 꾸미기로 나선 용기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그 결과물이 놀랍다. 오래되어 낡은 집은 사라지고 스타일 좋은 부부의 감각 넘치는 집이 나타났다. 고생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또 칭찬해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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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인테리어 임상범 저 | 나무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빌라, 복층, 한옥, 단독주택 등 각양각색의 집에 북유럽, 빈티지, 모던, 내추럴 등 부부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신혼집들을 소개한다. 내 취향을 알아보는 인테리어 질문지, 좁은 집을 넓게 쓰는 법, 인테리어 플랜 짜기 등은 집 꾸밈의 준비 과정을 도와준다. 또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거나 시공 업체와 손잡고 신혼집을 꾸민 스무 커플의 조언은 인터넷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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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상범

육아 전문 잡지 [베스트베이비]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요리, 인테리어, 리빙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거의 매달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고,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집부터 위풍당당한 전원주택,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집까지, 무수히 많은 집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이 풍기는 냄새와 온도를 통해 집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집이란 사는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담아야 비로소 아름답고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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