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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삶이 과연 최선의 삶일까?

성취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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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이의 삶은 모래로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그 건물이 무너지든 말든 앞만 보고 또 하나의 건물을 짓는다. 건물이 완성될 때쯤 이미 지어놓은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앞만 보고 또 다른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열 개, 백 개, 천 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만 실제로 나머지 건물은 모두 무너진 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건물은 지금 짓고 있는 건물 하나뿐이다. 그것마저도 곧 무너질 것이다.

4. 성취감


학교 폭력이나 게임 중독에 관해 학부모 시민 단체에서 의뢰가 들어와 강의를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시민 단체는 자원봉사자가 많다. 그중 한 분에게 어떻게 학부모 시민 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분은 명문 여대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나온 후 결혼을 했다. 한때 교수가 될 생각도 있었지만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런데 중년에 들어서면서 내가 해놓은 것이 무엇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한다. 남편은 대기업 임원이고 자식도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다니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 성취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무언가 성취하고 싶은 생각에 학부모 시민 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보수는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한다. 이렇듯 가정도 화목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그냥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도 될 것 같은 이들도 무언가 자신이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이 없으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무언가를 계속 성취하려고 도전하는 태도를 심리학자들은 성취동기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내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고 칭찬을 해주는 것과 이해할 만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사람들이 승진해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은 월급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뿐 아니라 성취감을 느끼고자 하는 갈망이 크기 때문이다. 승진을 하면 책임지는 것도 늘어나지만 결정하는 것도 늘어난다. 따라서 일에 대한 성취감도 늘어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승진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성취감을 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행운이자 축복이다.

그렇게 일에서의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은 무언가 확실히 손에 잡히는 것을 선호하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 성취감에 중독되면 점점 성취의 속도도 빨라져야 하고 성취의 양도 많아져야 한다. 진짜 정신없이 살아간다. 그래서 성공한 이들은 그렇게 정신없이 사는 삶을 열심히 사는 삶과 동일시하면서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사는 삶이 과연 잘 사는 삶일까? 나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하면서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삶이 과연 최선의 삶일까?



[출처] 플리커의 roadunner38124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이의 삶은 모래로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그 건물이 무너지든 말든 앞만 보고 또 하나의 건물을 짓는다. 건물이 완성될 때쯤 이미 지어놓은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앞만 보고 또 다른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열 개, 백 개, 천 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만 실제로 나머지 건물은 모두 무너진 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건물은 지금 짓고 있는 건물 하나뿐이다. 그것마저도 곧 무너질 것이다.

모래로 건물을 지으면 금세 허물어진다. 기둥을 세우고 벽돌과 회반죽으로 형태를 만들어야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외벽을 마감하거나 색칠을 해야 아름답다. 세월이 지나도 그 기능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성취만 이루고자 하는 삶은 그 순간에는 성공으로 느껴지지만 세월이 지나 뒤돌아보면 도대체 내가 뭐 하고 살았나 하는 멍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성취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취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수가 있다. 무언가를 이룰 때마다 마음 자체의 모양은 오히려 더 일그러지게 되는 것이다. 균형이 맞지 않는 탑에 무언가를 더 올릴 때마다 비틀거리듯이 말이다. 따라서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몸에는 피드백 시스템이 있다. 한 예로 식사를 많이 해서 혈당이 오르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혈당을 떨어뜨린다. 혈당이 너무 떨어지면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들이 작용하고 적절하게 혈당 수치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깨지게 되면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당뇨병이 생겨서 몸에 과다하게 당이 많아지면 신장이 망가지고 망막에 손상이 오며 말초신경염이 생긴다. 그래서 당이 너무 올라가면 떨어뜨리고 당이 너무 떨어지면 당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피드백 시스템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에 작용한다. 며칠 잠이 부족하면 졸려서 저절로 잠이 온다.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면 근육에 통증이 와서 운동을 쉬게 되고, 달리다가 심장에 부담이 되면 멈추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를 몰 때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기름이 떨어지면 차가 멈추겠지만 내가 속도를 내고 싶으면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인적이 없는 도로라면 내가 원할 때까지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내 몸은 전혀 힘들지 않다. 갑자기 뭐라도 튀어나와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차를 멈추지 않는다.

성공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욕망을 실현해주는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혼자서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도박을 하는 이는 잃을 때까지, 사업을 하는 이는 망할 때까지, 정치를 하는 이는 낙선을 할 때까지, 출세를 하고 싶은 이는 망신을 당할 때까지 한다. 마치 폭주 기관차가 탈선할 때까지 멈추지 못하듯이, 성공에 대한 욕망은 실패를 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포기하지 못하기에 실패만이 그를 멈춰줄 수 있다. 대체로 실패의 징조는 포기해야 할 때를 알려주는 신호에 해당된다. 자그마한 실패를 하나의 계시로 받아들여야 적절한 시점에 포기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은 우리가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려고 존재하는 인생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적절하게 리스크를 안아야 성공적이고 재미있는 인생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과하게 되면 사소한 일에서부터 안 풀리게 되어 있다. 그때 그런 자그마한 실패를 시련으로 오판하고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린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오게 되는 것이다. 재기하여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에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가 당신에게서 앗아간 것에 대해서만 괴로워하며 인생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머릿속에서는 최상의 순간에 멈추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인간은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당신은 멈춰야 할 때와 멈춰야 할 곳에서 포기하고 욕망을 잠재워야 한다. 당신은 포기하는 순간 허무함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삶에서는 무엇을 하느냐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하느냐다. 무엇을 성취했느냐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현재 성취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느냐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뇌에서 어떻게 기억을 하고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삶은 객관적인 물질적 존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기억의 연속이 바로 삶이다. 무언가를 현재 성취하는 것만으로는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런 성취를 좋은 기억으로 받아들여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는 자서전적 기억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이어져야 한다. 똑같은 성취라도 자서전적 기억의 맥락 속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무언가 더 새로운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기 앞서 내가 이미 이루어놓은 성취를 제대로 느끼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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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 최명기 저 | 필로소픽
이 책은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일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일하는 의미를 깨달으면 일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MBA를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답게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마음경영’으로 일과 삶을 조망한다. 이 책은 수많은 내담자들과의 심리 상담과 현장 강연, 그리고 인류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등 실무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탐구한 워크 테라피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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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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