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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한때는 천혜의 절경을 뽐내다 - 『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우리들의 시간은 한 공간 위에 쌓인다 ‘그 당시’ 서울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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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집어든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박물관에 갇힌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의 장소임을 새삼 일깨워줬다. 서울의 산과 강, 성곽과 마을을 따라 걸으며 옛 한양의 흔적을 돌아보고, 회색 빌딩과 아스팔트가 덮어버리고 복개도로가 놓이면서 땅 속 깊이 사라진 기억을 하나하나씩 들춰낸다.

역사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매일 거니는 산책로 어귀의 이름 모를 정자부터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작은 박물관의 깨알 같은 설명 자료에 이르기까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아버지와 같이 문화재를 보러 가거나 함께 TV를 보다가 역사 인물이 등장하면, 그를 둘러싼 전후좌우 뒷이야기가 굴비 엮듯 줄줄이 따라 나와 무척 재미있다.

어딘가 아버지를 닮았을지도 모르는 나 역시 오래된 공간과 해묵은 이야기들이 좋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같은 장소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한 공간 위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는 것이, 그들의 희로애락이 한 곳에 서려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궁금할 따름이다.

시간을 거슬러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닥터 진>을 보면 당시 한양의 산과 강, 성곽과 마을이 오늘의 서울 모습과 오버랩 된다. 같은 공간 안에서 명멸했던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는 여전하겠지만 CG 처리할 만큼 상전벽해 되어 버린 서울의 겉모습은 왠지 안타까웠다. 그러다 얼마 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때문에 때아닌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유럽으로 건너간 또 다른 시간 여행 속에 헤밍웨이,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같은 예술가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1920년대 파리의 모습은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의 그 모습과 다름 없었다. 변치 않는 공간에 대한 이 부러움은 지나친 낭만일까.

문득 집어든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박물관에 갇힌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의 장소임을 새삼 일깨워줬다. 서울의 산과 강, 성곽과 마을을 따라 걸으며 옛 한양의 흔적을 돌아보고, 회색 빌딩과 아스팔트가 덮어버리고 복개도로가 놓이면서 땅 속 깊이 사라진 기억을 하나하나씩 들춰낸다.

‘이괄의 난’이 벌어졌던 무악산, 천년 사찰 봉원사, 옛 연희궁 자리였던 연세대 캠퍼스, 천혜의 절경을 뽐냈던 난지도, 수많은 배가 드나들었던 광나루, 마포나루 등 한양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소를 직접 탐방하며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횡무진 풀어낸다. 600년 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씨줄과 날줄로 얽힌 사연을 끝도 없이 만들어 냈을지 생각만해도 까마득하다.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파묻힌 아픈 역사도 탐색한다. 강남 개발 과정에서 육지가 되어 버린 잠실섬과 사라진 저자도 이야기는 짠하다. 성곽길을 따라 돌면서 숭례문에서 시작해 흥인지문과 숙정문을 거쳐 돈의문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개발이 아니라 한참 복원이 진행 중인 성곽과 성문에 얽힌 역사도 소개한다.

우연히 거니는 서울의 골목길에서 역사책보다 더 강렬한 역사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아름다웠던 한양의 풍광을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서울이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시간을 나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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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저 | 인물과사상사

서울의 산과 성곽과 마을과 강을 따라 걸으며 옛 한양의 흔적을 복원한 인문ㆍ역사ㆍ지리서. 60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한양을 거쳐 갔다. 그들은 마치 퇴적암처럼 층층이 쌓여 오늘날 서울의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있다. 같은 공간을 거쳐 간 조선의 왕, 지식인, 예술가와 그들의 발자취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서울은 그 자체로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며, 입체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땅과 인간에 얽힌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땅과 인물에 얽힌 한양의 스토리텔링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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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의 기억을 걷다

<김용관> 저14,400원(10% + 5%)

사라진 서울 속 한양의 역사를 복원하다! 서울의 산과 성곽과 마을과 강을 따라 걸으며 옛 한양의 흔적을 복원한 인문·역사·지리서. 60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한양을 거쳐 갔다. 그들은 마치 퇴적암처럼 층층이 쌓여 오늘날 서울의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있다. 같은 공간을 거쳐 간 조선의 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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