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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反美)의 상징 사진을 데뷔앨범 커버로! - Rage Against The Machine

반항의 아이콘, 선동의 시한폭탄 미국의 보수 기득권, 기업,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분노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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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에 대한 맹렬한 공격이 담긴 이들의 데뷔작은 충격적이었다. 「Wake up」에서는 흑인 해방 운동자 말콤 엑스의 암살 모략을, 「Freedom」에서는 인디언 인권 운동가 레너드 펠티어의 석방 촉구를 외치며 시대를 초월하는 진보주의 사상을 보여줬다. 또 「Township Rebellion」과 「Bullet in the head」는 LA 폭동과 언론의 의식 조장 비판 등 미국이 앓고 있던 고름들을 건드렸다. 12년간의 공화당 보수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조금씩 표출되던 당시, 이들은 음악으로 대중의 귀와 머리에 선동의 심지를 연소했다.

2011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구촌 사건이라면 이집트의 반정부 혁명과 튀니지의 쟈스민 혁명, 그리고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사건을 바라보며 특정 그룹의 노래들이 자꾸만 뇌리를 맴돌았는데요. 지금 소개하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그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서슬 퍼런 날을 갖고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던 그들이기에 해체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네요. 오늘은 그들이 남긴 대표작인 동명의 앨범을 소개해드립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 (1992)

1963년, 남베트남의 고승 틱꽝득은 사이공 중심가 도로 한복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휘발유를 뒤집어 쓴 이 승려는 이내 스스로 성냥을 키어 몸에 불을 붙이며 거세게 타오르는 화염으로 뒤덮였다. 극렬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재가 된 그의 소신공양(燒身供養)이 던진 마지막 무언의 메시지는 바로 미국의 조종 아래 저지른 독재와 부패, 불교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 충격의 상처는 사진으로 남아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며 자연스레 반미(反美)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의 보수 기득권, 기업,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분노를 던지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날 선 이 사진을 데뷔 음반 < Rage Against The Machine >의 커버로 사용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내보였다. 랩과 메탈의 융합으로 탄생한 제 3의 장르 누 메탈(Nu Metal)이 강세를 보이던 1990년대, 이 4명의 혁명가는 독자적으로 의식의 뼈대를 음악 안에 단단히 세우며 록 팬에게 새로운 지평을 선보였다.

이들의 음악은 포효하는 절규였다. 멕시코 계 미국인으로 어려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보컬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는 좌파적 성향의 예술 집단 로스포 출신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랩으로써 행동한다. 또한 아버지는 케냐 게릴라 반군의 리더, 어머니는 인권운동가인 가정에서 자란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는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밴드의 혁명적 활동의 신뢰와 논리를 더하는 효과까지 낳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맹렬한 공격이 담긴 이들의 데뷔작은 충격적이었다. 「Wake up」에서는 흑인 해방 운동자 말콤 엑스의 암살 모략을, 「Freedom」에서는 인디언 인권 운동가 레너드 펠티어의 석방 촉구를 외치며 시대를 초월하는 진보주의 사상을 보여줬다. 또 「Township Rebellion」과 「Bullet in the head」는 LA 폭동과 언론의 의식 조장 비판 등 미국이 앓고 있던 고름들을 건드렸다. 12년간의 공화당 보수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조금씩 표출되던 당시, 이들은 음악으로 대중의 귀와 머리에 선동의 심지를 연소했다.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이라는 단출한 밴드 구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격적인 사운드는 그런지 음악에 길들여진 록 팬들을 사로잡았다. 드럼과 베이스의 든든한 사운드 지원을 받은 톰 모렐로의 거칠고 팽창력 있는 기타는 중추를 이루며 트레이드마크인 턴테이블 없이 구사하는 디제잉으로 밴드의 방향성인 랩과 록의 혼재까지 연착륙시킨다. 육중한 사운드에 녹인 정확한 멜로디라인과 래핑의 자리가 빌 때마다 치고 들어오는 펑키(Funky)한 리듬은 전체적인 높낮이를 주도하며 ‘랩 메탈’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음반 뒤에 붙은 Epic Records 딱지는 이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내몰았다. 최대 주류 음반사인 소니 뮤직의 자본을 등에 업고 발표한 이 결과물은 이들이 외치던 진보적 의식 전파에 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잭 드 라 로차는 이렇게 응대한다. “노엄 촘스키(언어학자.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의 저서가 대형 서점에서 팔리는 것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메이저 레이블은 사람들의 시선을 더욱 집중시킨다.” 이는 혁명 정신의 순수함이 퇴색되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하게 얻은 표현의 자유를 보여준다.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온 지 17년이 된 2009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영국 차트 꼭대기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보인다. 바로 크리스마스 판매고를 교묘히 이용한 오디션 프로그램 < 엑스 펙터 > 최종 우승자의 차트 점령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이었다. 폴 메카트니와 데이브 그롤까지 합세한 이 < 크리스마스 넘버 원 캠페인 >은 결국 「Killing in the name」을 정상에 올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기득세력, 제조된 것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이들의 반향은 대단했다. 공연 때 쿠바의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사진을 걸어 놓았던 이들의 퍼포먼스는 1990년대에 불어 닥친 체 게바라 열풍의 시발점을 제공했다. 친북주의자였던 그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 그리고 음악이 가진 포용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대학교에서 배운 진보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좌파 지식인들의 저서를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전파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톰 모렐로의 고민은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에서 시작해 < Rage Against The Machine >음반으로 완성됐다.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이들의 DNA를 모체로 삼은 음악은 1990년대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반항에 추진력을 가동시켰다. 이 음반이 발매된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2012년, 지금까지도 음악적, 사회적, 선동적 폭발의 미학은 2030세대에게 설득력으로 작용될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The Battle Of Los Angeles]
[Evil Empire]
[Renegades]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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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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