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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싱글 여성이 행복하게 사는 법 - 김지현 『디테일, 서울』

서른과 마흔 사이, 생활 반경 5킬로미터 내에서 행복찾기 덜 혼자이고 덜 독립적이고, 덜 쿨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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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서른은 애 취급 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첫 세대로, 서른과 마흔 사이의 우리들은(?) 엄마에게서 “그래 결혼하면 뭣하니, 혼자 살아라” 라는 한없는 지지를 받았다가, “(당사자 들리게)재를 어쩌면 좋아…지가 제일 잘났어!” 하는 부모님의 근심을 듣게 된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사랑하고 이렇게 천년만년 살고 싶지만, 365일 중 한 열흘쯤 되는 외로움의 시간들이 나의 풍요롭던 마음을 뒤흔든다. 어떻게 살아야 여든 살쯤 되었을 때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을까.

‘매달 아슬아슬한 통장 잔액을 신경 쓰고, 늘어가는 주름살에 속상해하며, 드라마에 빠져 궁상 떠는 게 취미리라. 직장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탓에 늘 긴장 상태고, 노처녀 히스테리 소리 들을까 봐 변변히 화도 못낸다. 결혼은 늘 숙제처럼 떠안고 있고, 늙어가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드는 죄책감은 얼마간의 용돈으로 상쇄시킨다. 잘되면 결혼 자금, 안되면 도피 자금으로 쓸고 얼마 안되는 돈으로 적금도 붓는다.’

『디테일, 서울』, 이 책의 프롤로그 중 일부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끌리는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을 구분하는 기준은 공감이 가는 한 줄을 찾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다. 뒷방 할매의 감성으로 쓴 이런 부류의 책들은 부지기 수로 많지만, 유독 이 책이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공감은 100%, 부담감은 0% 였기 때문이다.

여자 나이 서른은 애 취급 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첫 세대로, 서른과 마흔 사이의 우리들은(?) 엄마에게서 “그래 결혼하면 뭣하니, 혼자 살아라” 라는 한없는 지지를 받았다가, “(당사자 들리게)재를 어쩌면 좋아…지가 제일 잘났어!” 하는 부모님의 근심을 듣게 된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사랑하고 이렇게 천년만년 살고 싶지만, 365일 중 한 열흘쯤 되는 외로움의 시간들이 나의 풍요롭던 마음을 뒤흔든다. 어떻게 살아야 여든 살쯤 되었을 때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을까.


덜 독립적이고, 덜 쿨하게

혼자 극장에 갈 때면 집 앞에 마실 나온 것 처럼 가벼운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혼자 카페에 가면 흥미가 떨어져 버린 책도 인내심을 갖고 좀 더 들여다 보며, 혼자 산책할 때 엠피쓰리는 필수 준비물이 되었다. 이렇게 혼자 하는 일들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친구가 없어서는 절대 아니다. 다만 때때로 아니 자주 친구와 날짜를 잡고,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고 서로의 취향을 맞춰가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절에는 화장실 갈 때, 매점을 갈 때,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때, 수강 시간표를 짤 때도 늘 친구와 함께 의논을 했다. 다만 일이 바빠지고, 삶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생각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들이 가장 먼저 우선 순위에서 제외되어 갔다. 심심하거나 호기심이 가는 무언가가 생기면 친구와 함께 발품을 팔기 보다는 동호회에 가입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좀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어느 모임에서 알게 된 40대 싱글녀가 커피, 와인, 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을 보며 차라리 아무것도 안 배우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소름 끼치도록 공감이 가는 동시에 아무런 취미도 지식도 없는 40대 싱글녀의 모습은 몸서리쳐질 만큼 싫었다. 다만 다시 한 번 뻔한 진실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 건 믿을만한 친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친구에게 배려도 하고 민폐도 끼쳐가며 사건, 사고들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세월이 흘렀을 때 깔깔대며 옛일을 들출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훗날 행복을 위한 재테크가 아닐까.


직장인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대책 무엇이 필요할까요?

며칠 전 기사에서 서울 전체 가구의 12%가 여성 1인 가구라는 조사를 읽었다. 남녀 합쳐 우리 주변의 8명 중의 한 명은 여성 1인 가구라는 계산에 매우 놀라웠지만, 내 주변인들을 떠올리니 전혀 놀랍지 않은 수치였다. 응답자의 92%가 미혼이였고, 70%가 대졸 학력에 월평균 근로소득은 150만원~250만원 이하가 38%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특히 22%가 흡연을, 70%가 음주를 하며 검진 비용 상의 이유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처음에는 ‘푸하’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씁쓸해졌다.

지난 6월 5일 ‘1인 가구 싱글여성의 행복한 서울생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서울 시장과 함께 정책 토론이 열렸다. 고맙게도 박원순 시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온라인 시민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싱글여성들의 행복한 서울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신혼여행 떠난 동료를 위해 업무를 떠맡고, 출산휴가 간 동료의 업무도 대신하고, 육아 휴직한 동료의 업무도 군소리 없이 해내야 하는 직장인 미혼 여성들에게 만 35세가 넘어도 처한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으면 벌받는 안식휴가 정도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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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서울 김지현 저 | 네시간

시끄럽고 바쁘다. 밥벌이의 지겨운 노동과 지나친 경쟁 구도 속에서 사람들에 치여 먹고 사는 문제에 척박한 현실을 대면한다. 도시,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도시, 서울’에서 감히 ‘행복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방송 작가 14년차, 서울 살이 19년차. 저자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홀로서기’, ‘관계 맺기’, ‘행복 찾기’, ‘거듭나기’로 나누고, 이 네 가지 ‘디테일 서울 살이’를 통해 도시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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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미선

디테일, 서울

<김지현> 저11,700원(10% + 5%)

시끄럽고 바쁘다. 밥벌이의 지겨운 노동과 지나친 경쟁 구도 속에서 사람들에 치여 먹고 사는 문제에 척박한 현실을 대면한다. 도시,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도시, 서울’에서 감히 ‘행복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방송 작가 14년차, 서울 살이 19년차. 저자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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