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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또한 예술의 한 방법이다” 주장한 여장남자 - 컬쳐 클럽(Culture Club) < Colour By Numbers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여장 남자의 당당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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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클럽(Culture Club)은 마이클 잭슨의 바로 뒤를 이어 < Thriiler >와 인기 정상을 바톤 터치한 그룹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음반 < Colour By Numbers >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의 상징인 보이 조지(Boy George)는 『Newsweek』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스스로 ‘성 개척자’임을 자부한 그는 여장차림과 인형과도 같은 ‘미모’로 인해 84년과 85년 매스컴의 표적이 되어 집중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표절 또한 예술의 한 방법이다” - 컬쳐 클럽(Culture Club)의 < Colour By Numbers > (1983)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했던 뮤지션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바로 컬쳐 클럽의 리더인 보이 조지(Boy George)인데요. 그는 보수적이던 1980년대에 이미 여장 남자 콘셉트를 자처하며 시대를 충격에 빠트렸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구설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지금 들어도 세련되게 들린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그들의 대표작, < Colour By Numbers >를 소개해 드립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여장 남자의 당당한 주장

마이클 잭슨의 < Thriiler >는 마이클 매니아와 함께 ‘모타운 소울’의 부활을 몰고 왔다. 대서양 저편의 영국가수들도 즉각 소울풀(soulful)한 노래가 현재 합계에서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스타일임을 간파했다. 보이 조지의 컬처 클럽, 유리스믹스, 왬 등이 모타운식 소울을 내걸며 미국 침공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들이었다. 그들에 의해 팝 음악의 주류 또한 뉴 로맨틱 무브먼트의 신시사이저 팝에서 ‘팝화된 소울’로 넘어갔다

그 중 컬처 클럽(Culture Club)은 마이클 잭슨의 바로 뒤를 이어 < Thriiler >와 인기 정상을 바톤 터치한 그룹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음반 < Colour By Numbers >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의 상징인 보이 조지(Boy George)는 『Newsweek』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스스로 ‘성 개척자’임을 자부한 그는 여장차림과 인형과도 같은 ‘미모’로 인해 84년과 85년 매스컴의 표적이 되어 집중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그만큼 그와 컬처 클럽에게는 비디오적 측면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그 시절이 ‘오디오 비디오’의 이른바 AV시스템이 지배한 시대였음을 누구도 그들만큼 잘 설명해주지 못했다. 그는 비디오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마돈나를 말하면서 “마릴린 먼로에 마돈나를 비교하는 것은 소피아 로렌을 버스의 뒷칸과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을 『TIME』지는 ‘모든 팝 음악을 집어넣은 포켓’으로 설명했다. 여러 음악의 영향을 골고루 흡수해 그들만의 것으로 빚어냈다는 지적이었지만 그 음악 성격은 때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재창조 차원이 아닌 모방 즉 ‘표절’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한 보이 조지의 주장 또한 당당했다.

“표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휘 중의 하나다. 컬처 클럽은 현대음악에 있어서 표절의 가장 진지한 형태이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표절을 잘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임을 실증하듯 그들의 표절 행위는 발군의 재해석으로 나타났다. 보이 조지는 「It's a miracle」의 경우 길버트 오설리번의 곡 멜로디를 빌어왔다고 자인했다. 이외에도 「Church of the poison mind」는 스티비 원더의 곡 「Uptight」와 구조가 유사했고 「Karma chameleon」는 제임스 테일러의 히트 곡 「Handy man」를 연상시켰으며 「That's the way」는 엘튼 존의 전형적 발라드 풍이었다. 보이 조지는 컬처 클럽의 음악을 한 마디로 ‘모방 소울’(imitation soul」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후안무치의 비도덕적 행각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우수작으로 인정받는 의외의 성과를 올렸다. 『TIME』지는 이 음반을 84년 팝 베스트 10 앨범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가벼운 팝소울을 선호한 시대의 혜택이 그만큼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컬처 클럽은 “우리는 훌륭한 히트 공식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그룹들은 분명 그것에 착상하여 성공했다. 틀림없이 왬(Wham!)이 그러했다”며 자신들의 지대한 영향을 강변했다. 그 공식이 무엇이든 간에, 또 후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든지 간에 그들은 유행 음악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86년 이후 인기가 급전직하했고 이듬해 해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보이 조지는 7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고 93년 영화 < Crying Game >의 동명 주제가를 불러 재기하는 듯 했으나 그 후 역사의 인물로 안치되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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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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