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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과 탄성’ 일으킨 한영애 충격 데뷔

연극배우로 살아가던 그녀를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블루스 ‘여제’의 출발점 - 한영애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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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애라는 이름, 아마 최근 TV를 통해 재조명되지 않았다면 젊은 층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들은 그 반대인데요. 다작을 한 가수도 아니고 무대에 자주 오르는 가수도 아니지만, 한영애의 목소리를 접해본 사람들은 쉽게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해 스스로 그녀의 노래를 다시 찾고는 합니다. 남다른 목소리의 등장이니만큼 첫 데뷔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한영애라는 이름, 아마 최근 TV를 통해 재조명되지 않았다면 젊은 층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들은 그 반대인데요. 다작을 한 가수도 아니고 무대에 자주 오르는 가수도 아니지만, 한영애의 목소리를 접해본 사람들은 쉽게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해 스스로 그녀의 노래를 다시 찾고는 합니다. 남다른 목소리의 등장이니만큼 첫 데뷔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대한민국 블루스 여제의 첫 출발점인 그녀의 1집을 살펴보려 합니다. 음반으로 만나긴 어려운 앨범이지만, ‘음원’을 통해서라도 그녀의 목소리는 찾아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한영애 < 1집- 한영애 > (1986)



“집안사정이나 가족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샤우트 창법이 형성된 것은 아닙니다. 내부적으로 저절로 생겨난 거예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그런 응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 시절에도 소리를 질러대고 싶었지만 포크음악이라서 어려웠지요. 그때 샤우트의 꿈틀거림이 굉장했습니다. 뮤지컬 배우를 한 것도 그런 욕구를 풀어헤치고자 해서였어요.”
- 2002년 인터뷰 중



황무지와 같이 거칠고 쓸쓸하면서도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강력하게 몰아치는 음색.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그 ‘한영애 소리’의 원류를 만나게 된다. 1986년에 발표된 처녀작 <한영애>는 그녀가 내면의 응어리를 내뱉은 첫 음반이고,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중들이 인식하게 된 반가운 음악공간이었다.






그리고 이전의 ‘봄날은 간다’ 열풍과 트로트 앨범 로 그녀의 확실한 정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세대들 역시, 길지만 짧은 -근 30년에 가까운 가수 생활 중 정규 독집 음반은 5장뿐이다- 그녀의 행보를 거꾸로 따라가면 요즘에도 보기 드문 ‘한영애 음악’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느 시점으로 보나 그녀의 등장은 ‘경악과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다.

여기에서 특히 우리가 그녀의 1집에 주목하는 이유는 음악계와의 연을 끊은 듯 했던 그녀가 다시 한 번 인생의 행로를 바꾼 터닝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한영애는 1976년 해바라기 멤버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그녀의 태생적인 본성과 포크라는 장르는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몇몇 음반사들의 이익관계에 얽혀 계획했던 독집 앨범 발표가 무산되자 그녀는 가수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을 연극배우로 살아간다. 그 오랜 시간을 뒤로 하고 노래와 화해의 악수를 한 한영애. 무엇이 그녀를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한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자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네 삶에서 논리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러나 우리는 <한영애>에서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의 첫 앨범은 한돌, 엄인호, 이정선 등 각각 다른 사람의 곡으로 채워져 있으면서도 한영애라는 이름으로 일목요연하게 하나로 정리된 정서가 관통하기 때문이다.

아련한 느낌을 주는 발라드 「여울목」에서 그녀는 ‘덧없는 세월 속에서 거친 파도 만나면 눈물겹도록 지난날의 꿈이 그리워’라고 하며 과거를 돌아본다. 서글픔마저 느껴지는 여울목에서의 단상은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은빛 찬란한 물결 헤치고 나는 외로이 꿈을 찾는다’는 마무리에서 알 수 있듯 생을 그저 흐르게만 둘 것이 아니라 ‘찾는다’는 행위를 통해 능동적으로 그것에 참여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완행열차」에 올라 고향으로 돌아간다. 물론 8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고, 그 사이에 그녀가 변한 만큼 고향의 모습도 변화했다. 「도시의 밤」, 「밤이 오면」, 「젊은 날의 아픔」 등에서 드러나는 서러움의 정서는 쉽사리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그녀의 심경을 잘 표현해준다.

한영애는 앨범의 백미인 「건널 수 없는 강」에서 그 모든 아픔을 폭발시킨다. 이건 정말 폭발이다.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처럼 후련하고 아름다운 아우성은 없다. 너와 나, 나아가서 세상과 나 사이에 놓여진 강을 인식하고 그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향해 소리치지만 그것을 절대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일종의 씻김굿처럼 한(恨)을 풀어 헤치고 다시금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당시 한영애식 블루스 록의 시발점이었고, 후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블루스의 여제’로 부르게 한 바탕점이었다.

사실 ‘공식적인 명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누구 없소?」, 「코뿔소」, 「루씰」 등이 수록된 2집 <바라본다>(1988년)에 비하면 1집은 한영애 특유의 격정적 내지름이 거의 없다. 「건널 수 없는 강」이 처음이자 전부다. 한 가수를 규정짓는 특색이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음반을 과연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느냐의 물음에 부딪칠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특급열차 타고 싶지만 왠지 쑥스러워서 완행열차 타고서 간다. 그리운 고향집으로’(「완행열차」)라고 말한 그녀의 마음이 앨범에 십분 담겨 있는 것이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싶은 욕구를 풀기 위해 뮤지컬 배우를 했다고 하지만 배우의 특성상 그것은 온전한 자기 발현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시키기에는 한영애의 자의식이 너무 강했고, 결국 그녀가 ‘말 못할 설움과 말 못할 눈물은 차창 밖에 버리고’(「완행열차」) 찾아 온 곳이 음악이었다. 하지만 막상 무작정 지르려니 왠지 쑥스럽고 낯설다. 그래서 당신의 생각만 해도, 보기만 해도,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지만(「기분 좋아」) 차마 꿈에서라도 좋아한다는 말을 못한 것이다(「어젯밤 꿈」).

물론 한영애는 1집 이후에 신촌 블루스에서 활동을 하면서 블루스 가수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고 <바라본다>라는 역작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과연 자기의 이름을 내 건 <한영애>가 없었다면 그 다음 걸음이 가능했을까. 그런 면에 있어서 <한영애>는 자신의 본원지로 돌아가 처음의 마음으로 기반을 다지고 통로를 만든 완전한 기초공사였다. 그리고 그 탄탄함을 통한 파급력으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던 사람들도 함께 완행열차에 오르게 한,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미학’도 담겨 있는 앨범이다.

글 /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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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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