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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재의 음악 신을 말하다 - 오버서독스, 아키모노가카리, 사카낙션

일본 음악의 독특함의 늪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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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마니아층에서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느낌도 있지만,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만큼 재미있는 음악 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국가의 뮤지션들보다 독특한 그들만의 ‘개성’도, 또 그 개성에 반응하는 일본 특유의 팬 문화도 그렇지요. 이번 기회에는 그래서, 최근 호평을 거두고 있는 일본 뮤지션들의 음반을 집중적으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상대적으로 마니아층에서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느낌도 있지만,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만큼 재미있는 음악 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국가의 뮤지션들보다 독특한 그들만의 ‘개성’도, 또 그 개성에 반응하는 일본 특유의 팬 문화도 그렇지요. 이번 기회에는 그래서, 최근 호평을 거두고 있는 일본 뮤지션들의 음반을 집중적으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독특함의 늪에 빠질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손 꼭 잡고 따라오세요!


오버더독스(overthedogs) < トイウ、モノガ、アルナラ(라는, 것이, 있다면) >


유려한 신스 소리가 투명한 유리컵과 같은 현세에 진동을 가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중성적인 보이스가 불투명한 액체로 분해 잔에 가득 채워지고, 가시권과 비가시권이 만들어낸 간극의 떨림을 통해 우리는 절망과 희망의 중간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2002년에 결성해 오랜 시간을 거쳐 재작년 메이저라는 새 집에 드디어 세를 든 4인조 밴드 오버더독스. 그들은 이번 미니앨범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네거티브한 곳에서 ‘if’의 씨앗을 심는 노고를 통해 단어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불가능한 현실의 가능성을 읊조린다.

자신이 곡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곡을 통해 본인의 자아를 완성해 간다는 프론트맨 츠네요시 유타카(恒吉 豊)의 가사 세계는 러닝타임동안 언어의 날카로움을 나른하면서도 맹렬히 드러낸다. 듣는 이의 정서에 침잠해 가는 것은 그렇게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형식화된 범주를 돌파하며 생성된 작은 소용돌이다.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운 음색으로 장식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차마 중간에 스톱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든다.


愛というものがあるなら僕は信じて生きよう(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믿으며 살거야)/
愛というものがあるなら僕は疑ってみよう(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의심해 볼거야)/
愛というものがあるなら僕は確かめてみよう(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확인해 볼거야)/
愛というものがあるなら僕は大切にしよう(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소중히 여길거야)/



슬픔이 9할, 행복이 1할인 곳에서의 사랑을 언급하는 타이틀곡 「愛(사랑)」은 이들의 지향점을 명백히 한다. 유유히 흐르는 키보드 위에 밸런스 좋게 보컬을 감싸는 악기들의 그루브가 노랫말의 음미를 돕는다. 우리가 사는 동안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온다면 부디 모두들 온화하게 그 끝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내용의 「オㆍワㆍルドㆍインスピレㆍション(World inspiration)」, 사랑이란 건 가장 비뚤어짐과 동시에 가장 순수하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언급하는 「(덧없고 덧없는)」까지. 기본적인 뼈대위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을 담아냈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타 밴드와의 강한 차별점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굳이 어려운 수식이나 포장 없이도 이렇게 정면으로 자신의 뜻을 세련되게 전달해내는 그 능력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은 그만두는 재능이 있는 거예요. 저는 그만둘 재능이 없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만의 역전도발로 가득 찬 이 한마디가 다시금 발상의 전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그간 얼마나 많은 단어와 감정들을 잊어버리고 살았는가. 특별할 것 없는 소리 속에 깃들어 있는 의외의 진정성이 무의식중에 조장되어진 우리들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해 가볍지 않은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평범함 속에서도 온기를 머금은 채 사람들의 마음속을 부유할 만한 잘 정제된 히라가나의 파편이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 < NEWTRAL >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보편성의 문제는 언제나 골치 아픈 안건임에 틀림없다. 대중성을 상업적인 면들과 연결시켜버리는 꽉 막힌 시선들은 뛰어난 작품을 요구함과 동시에 어떻게든 듣는 이들의 프레임에 수용시켜 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렇기에 무난하게 시작했어도 그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며, 아티스트의 세계관은 대중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확대되어간다. 여기에는 본인의 욕심도 작용하지만, 변화를 외면하고 일정한 틀에 안주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의 투정 역시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참 뜻밖이다. 이키모노가카리의 신작은 여전히 요지부동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즈노 요시키(水野 良樹)와 야마시타 호타카가 연주와 곡 메이킹으로 힘을 싣고, 여기에 보컬 요시오카 키요에가 포지티브 에너지를 증폭시켜 마감질한 팝록 사운드는 분명 밀리언셀러라는 보기 힘든 쾌거를 이루어냈다. 「夏空グラフィティ(여름하늘 그래피티)」가 조금씩 그룹의 인지도를 올려갈 때만 해도 누가 이 정도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겠는가. 하지만 반전의 성장 그래프는 4번째 정규작과 베스트 작을 거치며 멈추는 법을 잊어버렸다. 가히 대기만성형이라 부르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기세였다.

확실히 남녀노소가 무리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은 뚜렷하지만, 다소 무난과 평범의 스테이터스에 눈금이 치우쳐져 있는 탓에 롱런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대놓고 중도지향의 캐치프라이즈를 내걸었다. 새로운 평범함, 새로운 중간지점이라는 뜻의 타이틀만 봐도 베스트 앨범 이후의 방향설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결국 신보의 설득력은 멜로디로 구체화 될 수밖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 「はじまりのうた(시작의 노래)」가 연상되는 「(걸어가자)」, 「じょいふる(Joyful)」이 바로 떠오르는 업템포의 「Kiss kiss bang bang」 등 자연스럽게 과거의 곡들이 연상되는 가운데, 차별화를 줌과 함께 사람들의 귀를 묶어 둘 요소는 확실히 선율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세 명의 뮤직 파이터는 이 난관을 무사히 극복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다행스럽게도 무리 없이 선방하며 인기의 흐름을 고스란히 가져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즈노 요시키가 중심이었던 작곡 비중이 상당부분 야마시타 호타카에게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동일본 지진 이후의 의지를 여백에 채우듯 활기차게 구현해낸 「いつだって僕らは(언제나 우리들은)」, 음과 음 사이의 미묘한 애절함을 캐치해 낸 「地球(지구)」, 그룹이 선사하는 감동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愛言葉(사랑의 말)」 등 주목하게 되는 트랙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제2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여기에 요시오카 키요에의 음색에서 느껴지는 민트향은 나날이 짙어지며 상쾌함을 배가시킨다. 곡들과 개인의 거리감을 최대한 밀착시킴으로서 발하는 파퓰러한 감각은 어느 때 보다도 결과물과의 일체화를 돕고 있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자각하며 저울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모습은 새로운 보컬리스트의 상을 정립해가고 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단지 일정부분 굳어져버려 정형화된 구성에서의 측면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한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던지는 공은 달라도, 폼 자체는 유지하려 했다’라고 했는데, 폼을 바꾼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개선’의 뜻도 담고 있다. 기존 틀 안에서 낙차 큰 공만을 던지려면 팔꿈치와 어깨는 금방 망가지게 마련이다. 모험의 역사를 통해 10년, 20년 동안 자신들만의 소우주를 만들어 온 음악인들을 미루어 본다면, 이들 역시 또 다른 자세로 자신들만의 언어와 세계관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갈 의무가 있다. 새로움과 보편성, 이 막다른 길을 하나로 이어가려는 이들의 레시피에 더해져야 할 것은 바로 대중들에게 이끌려가지 않고 앞장서 이끌어 가려하는 대담함 한 스푼이 아닐까.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 : Sakanaction) < DocumentaLy >


사카나쿠션? 사카낙션? 영어와 일본어 표기에서 달라지는 발음 때문에 이름부터 혼란을 준다. 일본어로 생선을 뜻하는 ‘사카나(サカナ)’와 영어 ‘Action’의 일본식 발음 ‘アクション(아쿠숀)’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음악 시장에서 빠르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미란다. 따지자면, ‘사카낙션’ 쪽이라는 거다.

살아있는 금붕어 한 마리를 호기심에 끌려 맨손으로 잡았을 때를 기억한다. 몸집은 작지만 금붕어의 힘과 움직임은 무서울 만큼 날렵하고 강했다. 사카낙션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들이 적어도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메이저 데뷔 2년 후에 곧바로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2009)에 초청되기까지 했으니 실로 빠른 성장이 아닌가.

간단하게 말하면 일렉트로니카와 록의 만남이다. 짜임새는 록인데 무늬는 일렉트로니카다. 사카낙션의 핵심이자 작사 작곡을 전담하고 있는 보컬 야마구치 이치로는 인디밴드로 긴 무명생활을 했고 밴드를 쉬는 동안엔 틈틈이 DJ로 활동했다. 그가 쌓아온 일상의 패턴이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장르의 중심을 지정해둘 필요가 없어졌다.

< DocumentaLy >는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3곡의 싱글을 포함해 1년 반 만에 만들어졌다. 지금까지의 사카낙션이 그래온 것처럼 리드미컬하면서도 무게 있는 트랙이 줄지어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アイデンティティ(Identity)」다. 2010년 여름에 발표되어 크게 히트한 싱글로 댄서블한 드러밍의 주도하에 이어지는 자조적인 가사가 재미를 준다. ‘아이덴티티(주체성)가 없어, 태어나지 않아.. (중략) 왜 시간이 흘러서 그걸 깨닫게 된 거지? 어떻게든 알고 싶어서 난 울고 있어’ 시작과 끝을 차지하고 있는 앞 두 문장은 떼창용으로 적격이다. 「モノクロトウキョ- (Monochrome Tokyo)」, 「假面の街(가면의 거리)」와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聽いたせいです。(바흐의 선율을 밤에 들은 탓입니다.)」에서도 사카낙션의 섞어쓰기 & 응용의 진수가 맹렬히 드러난다. 만드는데 8개월을 소요했다는 「エンドレス(Endless)」는 이번 앨범의 리드송으로 시대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사카낙션의 사념과 태도가 실려 있다.

어떤 뮤지션이든 그러하지만, 사카낙션의 음악은 가사를 곁들일 때 면면이 더 깊게 와 닿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고유의 시문학인 ‘하이쿠’처럼 음운의 조화를 우선시하며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사의 운율이 잘 살아있는 곡이 많기에 듣는 맛이 있다는 게 일본인들의 평이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벌써가 아니라 ‘이제’ 다섯 번째 앨범이다. 훗카이도에서 시작된 물고기의 퍼덕임이 강물에서 잦아들 것인지, 바다로 향할 것인지 현재는 알 수 없다. 허나 어떤 형태로든 소용돌이는 일고 있다.

글 / 조아름(curtzz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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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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