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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긴장감을 주는 고전문학 -『죄와 벌』

스티븐 킹이나 러브크래프트의 추리 소설이 주는 긴장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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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읽게 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자간도 자폭도 좁은 깨알 같은 글씨로 1,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눈이 너무 아파 고생하기도 했죠.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가빠지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에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장편 소설.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의 노파를 살해가고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창녀 소냐를 만난 후 고독과 자기희생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감동을 받아 자수해 시베리아로 송치되기까지를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당당하게 읽고, 소유할 수 있었던 책은 어린이용 세계문학 전집이나 위인전 같은 책뿐이었지요. 저희 부모님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매우 적극적인 분들이었습니다. 간식은 안 사주셔도 이런 종류의 책은 잘 사주셨죠. 딱히 세계문학 전집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당시 보고 싶었던 건 이런저런 종류의 만화책들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사놓고 읽지도 않는 위인전 말고 만화책 좀 사주시면 안 되나.’라고 속으로 투정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열심히 공부시키려 하셨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았던 아들이었던지라 죄송합니다.)

그 당시 읽었던 어린이용 세계문학 전집 중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라든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 앙리 파브르의 『파브르 곤충기』,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 같은 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같은 작가의 책은 ‘아니, 세상이 이렇게 재미없고 따분한 책이 또 있단 말인가?’라든지 ‘왜 이런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인 중의 하나인 거지?’라며 당황했었고, 학창 시절에는 ‘러시아 문학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존재야.’ ‘고전문학은 지금 시대에 읽기엔 너무 구식이야.’라는 편견에 사로잡혔었죠.

하지만, 스무 살에 읽게 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자간도 자폭도 좁은 깨알 같은 글씨로 1,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눈이 너무 아파 고생하기도 했죠.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가빠지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에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이때 느꼈던 긴장감은 스티븐 킹이나 러브크래프트의 추리 소설에서 느끼는 긴장감과는 다른 아주 무거운 느낌이었는데요, 아주 근사한 기분이었지요.

어려서 읽었던 『죄와 벌』과 성인이 되어서 읽은 『죄와 벌』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때는 어렸으니까.’라는 이유보다는 그때 읽은 건 ‘어린이용’ 『죄와 벌』이었기 때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완역판이 아닌 소설은 ‘가짜’라고 말해도 될 만큼 전혀 다른 소설이기 때문이죠. 전체적인 줄거리만 같을 뿐,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아니라 옮긴이의 『죄와 벌』이니까요. 번역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소설을 아예 다른 사람이 쓰고 1,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150페이지로 줄여버리니 재미있을 리 없죠. (흔히 ‘장발장’으로 불리는 『레미제라블』 같은 경우가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용 문학이 그렇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줄이고 편집해서 굳이 읽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런 책 말고도 어린이들이 읽을 책은 무척 많은 것 같은데요. 세계적인 문학인의 이름을 새기고 읽기 쉽게 줄여버려야 아이들이 많이 읽는다는 의도라 해도 말이죠. 결과적으로는 저같이 이상한 선입견으로 가득 찬 성인을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괜히 저같이 이상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고전문학 따위는 따분해서 안 봐.’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은 완역본 고전문학을 찾아 한 권씩 읽어보세요. 정말 재미있는 책들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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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김지혁 저 |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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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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