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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1Q84』

두 개의 달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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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문학동네 홈페이지에 들어가 언제 출간되는지 체크하길 몇 개월, 그렇게 제 손엔 『1Q84』가 들리게 되었고 소중한 보물이라도 만지듯 조심스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그 세계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두 개의 달이 있었고 그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Q84|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로,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 아오마메. 천부적인 문학성을 지닌 열일곱 소녀를 만나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가 지망생 덴고. 그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특유의 하루키식 언어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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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의 시작이 된 《채널예스》 연재를 시작하면서 첫 이야기로 하루키의「하나레이 만」을 다루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나침반을 잃고 표류하는 선장처럼 연재는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방향도 잡지 못해 침울해 하고 있었는데, 바로 며칠 뒤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담당 편집자분이 보낸 일종의 감사편지였지요.

너무 어설픈 글에 그림이었는데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고 어떤 매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하루키 책 표지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들과 편집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쪽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전혀 개선되진 않았지만 말이죠.

개인적인 코드도 비슷하고 모험심과 탐구심이 강한 분이라 같이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아 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시는 분이구나.’라며 감탄하곤 했습니다. 마감이 없던 어느 날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혁 씨 비밀이지만 지금 하루키 씨가 새 소설을 쓰고 있어요. 이번에는 연애소설인 것 같던데요.”라며 아주 좋은 정보를 주셨지요.

언제 나올지 모르는 소설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마음은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나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정말 가혹했다면 거짓말이고, ‘연애소설이라고? 그럼 『상실의 시대』 같은 분위기일까?’라고 상상하며 궁금해했는데 이내 잊어버리곤 몇 개월이 지나서야 『1Q84』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출간되고는 연일 화재가 되면서 국내언론에도 소개가 되었고 판매부수부터 소설 속 주인공 아오마메가 들었던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까지 모든 게 뉴스거리였습니다.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기까지 몇 개월을 이런저런 뉴스에 귀 기울이기 바빴습니다. 하루키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처음으로 문학사상사에서 다른 곳으로 바뀐다는 뉴스, 책을 계약하기 위해 몇 개의 대형 출판사가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등등 책 하나를 두고 정말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문학동네가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문학동네에서 일하고 있던 편집자분께 뭐 들을 만한 정보는 없는지 전화도 해보고 참 바빴습니다. 책이 출판되기 전에는 ‘1Q84’를 ‘IQ84’로 보고는 ‘아이큐가 84인 아이가 주인공인가?’하곤 제목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출판되기 전부터 이렇게 말이 많았던 책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물론 그 편집자분께서는 일본어에 능통하셨기에 국내에서 출간되기 전에 읽어보시곤 저에게 ‘아주 재밌는 책이네요. 근데 달이 두 개면 어떨 것 같아요?’란 알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시곤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문학동네 홈페이지에 들어가 언제 출간되는지 체크하길 몇 개월, 그렇게 제 손엔 『1Q84』가 들리게 되었고 소중한 보물이라도 만지듯 조심스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그 세계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두 개의 달이 있었고 그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걸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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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김지혁 저 | 인디고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사랑 받고 있는 김지혁 작가의 ‘그림으로 그려낸 30권의 책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에세이다. 책을 사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난 책들의 면면에는 그 책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그림으로 그리게 되기까지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책과 자신의 그림 이야기를 편안한 친구와 대화하듯 조근조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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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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