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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두 남자의 할리우드급 전쟁

<디스 민즈 워> 리즈 위더스푼 : 그녀는 미녀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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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개성이 다른 멋진 두 남자가 다툰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본 익숙한 설정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황당할 정도로 판을 키웠다.


평범한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개성이 다른 멋진 두 남자가 다툰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본 익숙한 설정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황당할 정도로 판을 키웠다. 맥지 감독의 <디스 민즈 워>는 평범한 한 여성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직업을 CIA 요원으로 설정한다. 얼핏 말도 안 돼, 할 수 있는 이 설정 덕분에 <디스 민즈 워>는 로맨스, 코미디, 액션을 한 번에 아우르는 재기를 보인다. 그리고 이 황당해 보이는 설정이 억지스럽다기 보다 유쾌하게 그려지는 걸 보니 참 할리우드 영화답다.

가볍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인만큼 줄거리도 단순하다.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한 주인공 로렌은 전문직 여성이지만 연애에는 숙맥이다. 그녀의 친구 트리시는 이런 친구를 위해 로렌의 프로필을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몰래 올린다. 로렌은 그 인연으로 터크(톰 하디)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비디오 가게에서 바람둥이 프랭클린(크리스 파인)과도 만난다. 사실 터크와 프랭클린은 CIA 동료이자 친구이다. 그들은 자신이 한 여자와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내기를 벌인다. 두 남자는 로렌의 마음을 얻기 위해 CIA 요원들과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한다.

<미녀 삼총사>를 통해 액션과 코미디를 유쾌하게 버무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에 재능을 보인 맥지 감독은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코미디와 로맨스, 여느 액션 영화 못지않은 현란한 액션을 녹여낸다. 고층 건물에서 벌어지는 총격 씬은 <미션 임파서블>에 견줄 정도로 화끈하고 신난다. 남성을 위한 액션 장면에 공을 들인 만큼 <디스 민즈 워>는 여자들이 호감을 가진 두 남자의 상반된 매력을 쏟아내면서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애초 윌 스미스와 톰 크루즈가 거론되었던 터크와 프랭클린 역할은 연령대를 낮춰 톰 하디와 크리스 파인이 맡아 보다 신선한 조합을 이뤄낸다.


두 남자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 한 여성은 누가 할 것인가? 2001년 <금발이 너무해>를 통해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군림한 리즈 위더스푼은 때론 과장되고 허망한 이야기 속에서 단단히 중심을 잡아준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호감이 가는 리즈 위더스푼은 여성들이 질투할 만한 글래머도 아니고, 섹시하지도 않지만 자신이 예뻐 보이는 순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이다. 절대 전형적인 금발 미녀가 아니지만, 어느새 그렇다고 믿어버리게 되는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디스 민즈 워>를 즐기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이다. 전문직 여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디스 민즈 워>는 일과 사랑의 가치를 고민하는 현대여성의 고민을 담은 영화는 아니다. 오직 달콤한 순간을 즐기길 원하는 관객을 위한 영화이다.


전형적이지 않아 더 예쁜…….

<대니의 질투>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156cm의 작은 키, 귀여운 얼굴의 동안이지만 어느새 13살 딸과 9살 아들을 둔 엄마인 리즈 위더스푼은 최근 내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 얼굴과 몸에 변화가 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요즘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를 너무 괴롭힌다. 가정과 일, 내적인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귀엽기만 할 줄 알았는데 당당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소신 있는 이런 모습에 리즈 위더스푼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배우 중의 하나이다.

처음 리즈 위더스푼을 만난 건 1991년 <대니의 질투>라는 영화에서였다. 작은 소품 같은 성장영화에서 그녀는 툭 튀어나온 이마와 호기심 많은 눈, 쀼루퉁한 입술로 늘 달을 바라보는 성장기 소녀 역할을 맡았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이미지로 시작한 리즈 위더스푼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의 조연을 거쳐, 1999년 청춘스타들을 배출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을 통해 새로운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고, 어쩌면 그녀보다 더 예쁜 라이언 필립과 일찍 결혼까지 했지만, 배우로서 리즈 위더스푼은 대표작이 없었다. <일렉션>, <플레전트 빌>, <아메리칸 사이코> 같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녀는 늘 촉망받는 배우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박스 오피스의 여왕으로 만들어준 영화는 <금발이 너무해>였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금발미녀의 캐릭터를 과장되게 담아낸 영화였다. 주인공 엘 우즈는 그저 타고나길 미녀인 캐릭터이다. 그리고 배반은 거기서 시작된다.

<금발이 너무해>

<스위트 알라바마>

<앙코르>


솔직히 리즈 위더스푼의 외모로만 평가하자면 그녀는 정형적인 금발 미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금발 미녀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굉장히 전형적이다.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는 몸매에 나른한 백치미는 마릴린 먼로를 시작으로 골디 혼, 멜라니 그리피스, 킴 베이싱어로 이어졌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던 줄리아 로버츠와 산드라 블록은 어설프게 금발에 도전하지 않았다. 리즈 위더스푼은 주걱턱, 작은 키, 낮은 코를 가진 특이하고 똘똘한 이미지의 배우였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순결서약을 맺은 보수적인 캔자스 출신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금발이 너무해>에서 전형적인 금발미녀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 관객들은 그녀를 금발미녀라고 믿어야만 한다. 리즈 위더스푼은 관객을 최면에 걸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금발 미녀?’ 라며 의구심을 가진 관객들은 곧 그녀에게 속고, 그녀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바비인형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그녀의 핑크 패션과 날아갈 듯 가볍고 솔직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어느새 또각또각 살랑거리며 걷는 그녀의 워킹은 경쾌하게 사람들 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엘 우즈가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훌쩍 성장해 버리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 경쾌한 설득력에 다시 한 번 빠지게 된다.

자신의 고향을 부끄러워하는 디자이너 멜라니가 된 <스위트 알라바마>의 성공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히로인이 된 그녀는 여전히 금발의 미녀이지만, 백치미로 사람을 매혹시키기 보다는 그 낯설고 독특한 이미지로 자신을 아름다운 배우라고 믿게 만드는 힘을 드러낸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했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그녀는 2005년 미국의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앙코르 Walk the line>에서 자니 캐시가 평생 애정을 바친 여자이자 유명 컨트리 가수인 준 카터 역할을 맡아 수록된 모든 곡을 직접 소화해 내며 그 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시종 진지하고, 뮤지션의 삶 속에 파고들어 무대와 삶 사이의 경계를 주목한다.

<플레전트빌>


10대 호러와 틴에이저 코미디에 어울리는 외모 덕에 많은 러브 콜을 받았지만, 그녀는 <나는 지난여름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스크림> 등 트렌디한 공포영화를 고사하고 <플레전트빌>과 <아메리칸 사이코>를 선택했다. 그리고 수잔 서랜던과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존경하는 배우로 인정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가진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디스 민즈 워>는 다소 의외라고 느껴질 만큼 가벼운 영화이지만, 오히려 리즈 위더스푼의 나이에 가능한 배역이며, 충분히 그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녀의 출연작을 돌이켜 그녀와 가장 동일시되는 인물은 <플레전트빌>의 제니퍼라고 한다. 흑백의 메마른 세계를 컬러로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리즈 위더스푼은 호들갑스러운 금발 미녀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금발로 사람의 시선을 모으는 배우가 아니라, 특유의 존재감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배우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지만 연기에 대한 신념과 당당함으로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는 방법을 아는 배우이다.

2012년 우리가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영화는 콜린 퍼스 주연,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데빌스 놋>이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이다. 리즈 위더스푼 역시 이미 그렇게 이름만으로 신뢰할만한 배우의 반열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었다. 너무 빨리 성장하지도, 너무 빨리 식상하지도 않은 딱 그 나이만큼 성숙해지는 그녀이기에 아주 오랫동안 다양하고 좋은 영화에서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 아이를 위해 1년에 최대 한 작품만 출연한다고 하니 1년에 한번만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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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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