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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품고 있는 그녀의 웃음, 영원히 떠나다

까보베르데의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 Rogamar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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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프리카 섬나라 까보베르데를 대표하는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가 지난 12월 17일 고향 상 비센테 섬의 민델로에서 타계했습니다. 향년 70세. 지난 2005년부터 심장이상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병마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아프리카 섬나라 까보베르데를 대표하는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가 지난 12월 17일 고향 상 비센테 섬의 민델로에서 타계했습니다. 향년 70세. 지난 2005년부터 심장이상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병마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 9월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 활동이 어렵게 되자, “난 지금 힘과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팬 여러분들께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휴식이 필요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는데요. 결국 3개월도 채 넘기지 못하고 영원한 안식처로 들어갔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주는 세자리아 에보라가 지난 2006년에 발표한 열 번째 앨범 < Rogamar >를 소개합니다.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 Rogamar > (2006)

지난 2003년 9집 앨범 < Voz d'Amor (사랑의 목소리) >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세자리아 에보라의 음반은 모르나의 영원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바다'가 주제이다. < Rogamar (바다를 향한 기원) >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변하지 않고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는 바다를 향한 동경을 담고 있다. 바다를 생명의 양식으로 여기는 뱃사람들의 기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떠난 자와 기다리는 자의 그리움과 쓸쓸함, 희망과 이별 등을 애절한 선율과 빠른 리듬 위에 실어 놓고 있다.

“섬 사람들/ 뱃사람들/ 하지만 오랜 여행자들”이라고 노래하는 타이틀곡 「Rogamar」가 대표적이다. 현재 까보베르데 최고의 남성 가수이자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오필루 샹트레(Teofilo Chantre)가 작사, 작곡한 노래는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섬사람들과 뱃사람들의 바다를 향한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는 멋진 곡이다.

바다와 함께 모르나의 주된 테마인 '소다드' 역시 빠지지 않는다. 「Um Pincelada (붓놀림)」에서 세자리아 에보라는 “꽃이 지네. 아이들은 울지. 구름은 지나가네. 이것은 소다드라네. 이것은 슬픔이지. 세상은 변하지만 내 이야기는 계속된다네”라고 노래하며 소다드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세자리아 에보라의 고향인 민델로와 파리에서 녹음 작업을 한 이번 음반의 가장 두드러진 음악적 특징은 브라질 스트링 음악의 도입이다.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 류이치 사카모토(Ryuchi Sakamoto) 등과의 작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라질의 위대한 첼리스트 자키스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이 스트링 작업에 참여해서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한층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인테리어를 했다. 「Saiona D'Vinte Ano (20년 된 빅 스커트)」, 「Sombras Di Distino (운명의 그림자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브라질 삼바 리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카니발 송 「Mas Um Sonho (단 하나의 꿈)」은 앨범의 백미이다.

또한 아프리카에 대한 세자리아 에보라의 애정도 음악으로 표현되어 있다. '세네갈의 밥 딜런'으로 불리는 포크 가수 이스마엘 로(Ismael Lo)가 피처링한 「Africa Nossa (우리의 아프리카)」는 “세상의 요람, 비옥한 대륙 아프리카”라고 노래하는 범 아프리카 찬가이다. 자이레(현 콩고 민주 공화국) 출신으로 아프리카 음악 역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레이 레마(Ray Lema)가 작곡한 「Sao Tome Na Equador (적도의 상토메)」는 까보베르데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 놓여있었던 적도의 조그만 섬나라 상토메에 대한 노래이다.

이번 열 번째 작품의 커버 사진에서 세자리아 에보라는 활짝 웃고 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여전히 고통을 품고 있는 웃음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영원한 음악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제 다 실바와 1999년부터 피아니스트로 호흡을 맞춰온 페르단두 안드라지(Fernando Andrade)가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음반은 세상의 온갖 이물질을 다 삼켜서 세척하고 있는 듯한 세자리아 에보라의 수세미 질감의 보컬을 가장 잘 드러나도록 했다. 자키스 모렐렌바움의 스트링은 음악적 변화가 아닌 슬픔에 우아함을 첨가한 장치일 뿐이다.

예순 살을 훌쩍 넘은 세자리아 에보라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아니 변할 수가 없다. 무대에서 구두를 신고, 금연을 하고, 금주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조국의 서글픈 역사와 그녀의 비참한 개인사가 불도장처럼 그녀의 가슴 깊숙한 곳에 찍혀있는 한. 변할 수가 없기에 그녀의 노래에서는 여전히 슬픔이 넘쳐흐르고, 진실이 소용돌이친다. 앨범 < Rogamar (바다를 향한 기원) >은 그래서 웃으면서도 울고 있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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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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