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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톰 크루즈

톰 아저씨와 영웅 사이의 균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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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에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50세에 4편으로 만들어지는 사이, 우리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톰 크루즈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배우에게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청년 시절만큼의 미모와 정열적인 액션만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4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살짝 싫증이 났었다. 한국나이로 50세, 톰 크루즈가 왕년의 명성을 다시 찾고 싶어서 시리즈에 편승하려든다는 생각도 들었고,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 2>의 처절한 실패도 갑자기 생각났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은 달라졌다. 영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앙상블은 브래드 버드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겠지만, 프로듀서로 참여한 톰 크루즈가 제작자로서는 이제 균형감각을 찾아가고 있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물론 여전히 멋진 최고의 액션 장면은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몫이긴 하지만…….


한때 세계적 영웅으로 칭송받던 톰 크루즈가 언젠가부터 국제적 밉상이 된 시기를 떠올려보면 케이티 홈즈와의 열애와 결혼, 수리 크루즈의 출산과 얽힌 그의 과도한 애정행각,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호들갑을 떨면서부터였다. 당시 톰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에서 함께 했던 페넬로페 크루즈와 결별하고 케이티 홈즈와 교제를 시작했으며,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그 기쁨을 표현하느라 소파 위에서 겅중겅중 뛰는 추태(?)를 부렸다. 보는 시선에 따라 어린애처럼 순수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 당시 그의 나이 42세, 케이티 홈즈의 나이는 26세였다. 때를 노렸다는 듯이 언론은 그를 질타하기 시작했고, 둘 사이의 딸 수리 크루즈의 옷과 장난감의 가격을 두고 과도한 관심을 보였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 세상에서 톰 크루즈는 가장 행복한 남자여야 하지만, 동시에 작품 운도 따르지 않았다. 2008년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촬영 중 자동차 사고, 톰 크루즈의 사이언톨로지 교도를 문제 삼아 독일 정부가 촬영 허가를 거부했다. 건실한 청년의 이미지는 추문에 시달리는 타블로이드 표지를 연일 장식하면서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미미 로저스와의 이혼, 니콜 키드먼과의 이혼, 페넬로페 크루즈와의 교제는 건실한 미국 청년의 이미지를 내세운 톰 크루즈의 이미지를 팔랑거리는 바람둥이로 만들었고, 앞서는 게이 포르노 배우 채드 슬레이터가 톰 크루즈와 자신이 연인관계임을 밝혀 톰 크루즈의 게이 설에 쐐기를 박았던 적도 있었으며, 2001년에는 한 남자가 톰 크루즈의 게이 섹스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해 호사가들을 들뜨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렇게 그는 서서히 기울어가는 듯 했다.


톰 크루즈와 <미션 임파서블>


34세에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50세에 4편으로 만들어지는 사이, 우리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톰 크루즈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배우에게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청년 시절만큼의 미모와 정열적인 액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는 <매그놀리아> 이후, 자신의 연기력을 돋보이고 성숙하게 만들어줄만한 영화에 출연하는 데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와 90년에 오히려 작품성이 강한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미션 임파서블> 이후 여전히 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로 채워졌고, 그의 이미지는 원탑 영웅의 모습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50세를 맞이한 톰 크루즈에게는 변화가 필요했을 텐데, 그의 선택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였다. 살짝 갸우뚱하게 하는 선택이긴 하지만, 자신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이번 시리즈 4편의 완성도나 극적 재미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것이었기에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옳았던 셈이다.


TV 시리즈가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앙상블의 재미가 있었던 것에 비한다면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라는 개인에게 너무 큰 무게 중심을 두어 이야기가 다소 단선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4편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이미 예고편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4편의 임무는 팀플레이다. 개인 영웅의 이야기에서 팀플레이로 균형을 잡으면서 영화는 한결 더 풍부해지고 톰 크루즈 개인에게 실린 부담감도 확실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는 전편보다 더 강해지고, 더 화려해지고, 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이를 위해 ‘미션’의 강도를 최대치로 높였다. 임무 수행을 지시한 상부 조직과 조직의 지원이 끊어져 버린 상태에서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함께 하는 3명의 팀원뿐이다. 게다가 그들의 임무는 소련과 미국을 이간질해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미치광이를 막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영화의 매력은 원맨쇼가 아닌 팀 플레이에 있다. 컴퓨터 전문가 벤지 던(사이먼 페그)은 확실히 자기 자리를 찾았고, 새로 투입된 제인 카터(폴라 패튼)와 브랜트(제레미 레너)는 각자 뚜렷한 캐릭터에 개인의 임무도 있고, 역할도 중요해졌다. 단 한 명이라도 빠지면 미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감독은 4명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며 이야기의 균형도 잡아간다. 여기에 팀원 간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임무가 수행될 때 관객들이 느끼는 쾌감은 배가 된다.

진작 앙상블 영화로 갔어야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이제야 제 모습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의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었던 브래드 버드는 이 영화를 통해 실사영화의 연출 능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통해 연마한 유머실력도 영화의 곳곳에 배치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시리즈에 생명을 불러일으켰으며, 덕분에 5편이 나온다고 해도 억지스럽지 않은 큰 성과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영웅 톰이 아닌, 톰 아저씨의 모습도 기대하며…….

<탑 건>

<제리 맥과이어>

톰 크루즈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성공담을 가진 스타 중의 한 명이다. 18세에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와서, 작은 키와 난독증까지 극복하여 <탑 건>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의 성공 스토리는 지극히 미국적인 것이어서, 그는 미국의 얼굴이 되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1980년대 그는 지금과 달리 오히려 비평과 흥행 모두 큰 성공을 거둔 거장들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최고 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한 <레인 맨>과 반전영화 <7월 4일생>, 폴 뉴먼과 함께 한 <컬러 오브 머니> 등 그의 초기 작품들은 오히려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이었다. 1990년대에도 그의 작품은 지금처럼 액션 영웅으로 획일화된 모습은 아니었다. 법정 드라마 <어 퓨 굿맨>, 브래드 피트와 퀴어 성향이 강했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포츠 에이전트로 르네 젤위거와 달콤한 로맨스를 보였던 <제리 맥과이어>,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기막힌 앙상블 영화 <매그놀리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인기와 연기력을 과시하였다.

<바닐라 스카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하지만 <바닐라 스카이>에서 보여준 자의식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의 판권까지 사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원작에 비해 훨씬 더 시각적으로 풍성하고 다채로운 영화였지만 원작이 가졌던 스타일과 깊이는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성과라면 같이 출연한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의 열애설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톰 크루즈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등 대작에 출연하며 여전히 그는 흥행 파워와 영향력을 가진 배우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 시절 오히려 다양했던 그의 작품이 블록버스터 위주로 흘러가면서 톰 크루즈는 배우라기보다 블록버스터 액션 배우 같은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 사이 케이티 홈즈와의 떠들썩한 애정행각과 딸 수리 크루즈를 내세운 시끄러운 언론의 호들갑이 톰 크루즈에 대한 대중적 매력을 점점 더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잇&데이>

<트로픽 썬더>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카메론 디아즈와 만든 유쾌한 소동극 <나잇&데이>는 두 스타의 스타성에 의존한 너무 안전한 영화라서 지루했고, 거슬러 올라가 근래 톰 크루즈가 배우로서의 매력을 보인 건 벤 스틸러 감독의 2008년 작 <트로픽 썬더>에서 맡은 조연이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진상 중의 진상 레스 그로스맨 역할을 맡았다. 대머리에 살찐 털북숭이 레스는 분장한 상태로 보면 누구도 톰 크루즈인줄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이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에서 이미 톰 크루즈는 자신이 연기력도 갖춘 스타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보기에 불편했던 점을 떠올려 본다면, <트로픽 썬더>라는 기상천외한 코미디에서 한껏 망가진 모습이 근래에 본 톰 크루즈 최고의 연기였다는 평은 아이러니하고 서글픈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으니 그의 주름진 얼굴에서 액션 영웅이 아니라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의 모습도 보고 싶다는 바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생활에서는 여전히 핫하고 섹시하지만, 작품에서만은 이제 제법 아버지의 역할도 잘 어울리는 브래드 피트처럼 톰 크루즈에게서도 사생활에서만 아빠가 아니라, 삶을 알아버린 중년 남성의 여유와 허망함, 그리고 관조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 친절하고 겸손한 모습에 한국 팬들이 지어준 별명은 ‘톰 아저씨’, 그 친근한 모습을 영화 속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 팬들의 마음속에 당신은 영웅일 테니, 영웅이 되고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톰 크루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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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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