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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가 되고 싶은 특별한 CIA 요원

<스파이 넥스트 도어> 산타 대신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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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이번 주에 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는 <스파이 넥스트 도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성룡 주연의 가족영화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웃 아저씨가 어떻게 아버지가 없는 편모 가정과 융합하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귀여운 영화다.

연인들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가 목전이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지금처럼 그 분위기를 쫓아갈 때가 더 두근거리는 법이다.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거리를 뒤덮은 온기는 그 쌀쌀함을 극복하고도 남게 한다. 지난 달 까지 비교적 한산했던 극장가는 큰 영화들을 쏟아내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혹한다. 개봉 첫 주 8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12월 첫째 주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브레이킹 던 파트1>의 열풍은 금새 손예진표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이어졌고, 이번 주에는 친절한 톰아저씨의 방한으로 떠들썩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 7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예상케 한다. 10월 11월 극장 안을 텅텅 비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양한 성찬을 즐기고 있다.

큰 영화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영화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 무비다. 12월이 연인들만을 위한 시즌은 아니라는 뜻이다. 서로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이 모두 모여 따듯한 저녁을 즐기고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준비된 영화를 본다. 꽤나 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런 관객들을 유혹하는 영화들이 극장에 다수 걸려있는 것을 보면 그런 뻔한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1월 마지막 주에 <아더의 크리스마스>로 시작된 가족영화 열풍은 지난 주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원작의 블록버스터 어드벤쳐 영화인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앨빈과 슈퍼밴드3>과 <스파이 넥스트 도어>가 나란히 등장해 먼저 개봉한 작품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이번 주에 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는 <스파이 넥스트 도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성룡 주연의 가족영화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웃 아저씨가 어떻게 아버지가 없는 편모 가정과 융합하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귀여운 영화다. 아이들은 우리 아버지가 될 사람은 뭔가 특별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것이다. 특수요원이나 CIA 혹은 FBI쯤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화는 평범하고 촌스러운 이웃집 중국계 남자가 실은 CIA 은퇴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베테랑 요원이라는 사실이 아이들과의 갈등을 쉽게 풀어 버린다.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또다시 그저 그런 미국식 가족영화처럼 느낄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너무나 많이 봐 왔던 이야기다. 솔직히 좀 식상하다.


하지만 <스파이 넥스트 도어>를 그저 그런 영화로 폄하하고 싶진 않다.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얼마고, 어떤 영화사에서 만들었고, 스탭이 어떻고 등등 모든 것을 덜어내도 된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은 역시나 성룡이기 때문이다. 성룡은 지금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추억의 이름이나 마찬가지다. 매년 추석이 되면 혹은 설날이 되면 그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액션만을 선보였던 성룡이 이제는 지금의 나와 같은 모습의 평범한 부모가 되기를 원한다는 설정이 어른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보여주어도 싫은 소리를 듣지 않을 만한 영화, 그리고 부모가 봐도 반가운 얼굴인 성룡이 등장한다는 점이 <스파이 넥스트 도어>의 가장 큰 미덕이다. 성룡 스스로도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 자신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듯 영화는 추억 속의 액션과 유머가 적절히 현대적으로 녹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비록 예전만큼 날렵한 몸동작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가 만들어 내는 코믹액션의 힘은 관객들을 만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다행스러운 사실 한가지. 예전 같으면 역시나 몸으로 승부를 봤겠지만, 이제는 특수한 무기로 조금 달라진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는 성룡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의 시작 역시 <턱시도>의 장면을 빌려와 성룡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 전까지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친절한 구성을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스파이 기술들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에 비교하면 아이들 장난 같지만, 이 영화의 태생과 색깔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석유를 고갈시켜 버리려는 악당의 위협과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두 가지 미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비밀 첩보요원의 다소 어수룩한 모습이 여간 정겨운 것이 아니다. 또한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보여지는 NG장면 모음은 이 영화가 정통 성룡영화의 진화된 모습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올 겨울엔 산타 대신 성룡이 온다라는 광고 카피를 보고 흐뭇하게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은 공감하는 포인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룡 같은 산타라면 언제건 환영이란 얘기다. 흥청거리는 연말 분위기 속에서 <스파이 넥스트 도어>를 보며 가족이 모두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한다. 맛있는 밥 한끼 먹고, 아이의 손을 잡고 혹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누가 봐도 민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올 겨울에 찾아온 가장 귀한 영화 손님이다. 성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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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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