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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원하지 않는 책 읽기 강요하는 부모님들 - 아이와 같은 책 읽고 토론하기

경은 씨는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들렀다. 엄마와 서점에 간 영우는 입이 잔뜩 튀어나와 있다. 생일 선물로 게임기 팩을 사달라고 했는데 경은 씨는 들은 척도 않고 책을 사준다며 서점으로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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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명로진 저 | 북스토리
저자 명로진은 앞서 아이를 키워온 어르신들과 선배들에게, 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통해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나 아이에게 해주었더니 좋았던 것’에 대해 조사했고, 그 결과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로 엮어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부딪히고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살아 있는 기록으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경은 씨는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들렀다. 엄마와 서점에 간 영우는 입이 잔뜩 튀어나와 있다. 생일 선물로 게임기 팩을 사달라고 했는데 경은 씨는 들은 척도 않고 책을 사준다며 서점으로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영우는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경은 씨는 영우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유명한 선생님이 추천한 책을 골랐다. 영우는 더욱 화가 났다. 엄마 아빠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왜 자신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엄마는 영우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기만 했지, 영우와 뭔가 의논을 한 적이 없다. 경은 씨가 계산을 하는 동안 영우는 절대로 그 책을 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영우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식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었다. 담임선생님이 필독서로 지정해주었는데, 독후감을 쓰기 위해 영우가 며칠 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그의 아들과 전 세계 기아의 현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책이었다. 영우는 그날 밤 늦게까지 엄마가 그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보았다. 다음 날부터 영우 역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우에게 조금 어려운 책이었지만, 그 책을 읽고 영우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밥걱정 같은 건 하지 않고 편안한 집에 살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은데, 전 세계에는 당장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지구상에 사는 10세 미만의 어린이 중 5초에 1명씩은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은 3분에 1명씩 나타난다.(…)
현재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지구 인구의 2배인 120억 명을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지만 세계에서 수확되는 곡물의 4분의 1은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세계 인구 중 8억 7천 명은 영양실조 상태다.(…)
북한에선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2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다음 날 영우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엄마가 큰 소리로 부르기 전에 식탁에 앉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빠는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쩐 일이냐? 아침마다 입맛 없다고 투정부리던 녀석이.”
“저, 언제까지라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반찬 투정 안 할 거예요.”
“갑자기 왜 그래?”
아빠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경은 씨는 영우가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 다 알겠다는 듯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영우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는 같은 작가가 쓴 다른 책이 엄마의 편지와 함께 놓여 있었다.

‘영우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어떻게 읽었니? 엄마에게는 충격이었단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제3세계의 모습을 보여줄 때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멀리서나마 후원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기막힌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

우리 아들이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 책을 선정해주신 선생님께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단다.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우리 아들도 정말 자랑스럽구나.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반성을 많이 했다. 이 책의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우리 영우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엄마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봤어. 그동안 엄마조차 읽지 않는 책을 보라고 강요하고, 또 확인도 안 할 독후감을 쓰라고 했지. 정말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다음에 우리 같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영우와 엄마의 독서 토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영우와 경은 씨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경은 씨가 책을 골랐지만 나중에는 영우가 먼저 책을 선택했다. 영우는 어느새 책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됐다.



♠ 영국의 수상을 지낸 대처 여사는 어릴 때 아버지 심부름으로 일요일마다 도서관에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빌려온 책을 온 가족이 돌려 읽고 토론을 했는데, 그때 읽은 책들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억지로 읽는 건 고역입니다. 하지만 토론을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으면 책을 읽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책이 재미있고 책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독서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그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먼저 읽고 함께 토론할 준비를 해보세요. 아이는 엄마 아빠와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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