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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주문하면 아내가 화난 날?

아이와 비밀 언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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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는 서로 통하는 비밀 언어가 있다. ‘짜장면 시켜먹자!’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시켜 먹자는 의미다.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명로진 저 | 북스토리
저자 명로진은 앞서 아이를 키워온 어르신들과 선배들에게, 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통해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나 아이에게 해주었더니 좋았던 것’에 대해 조사했고, 그 결과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로 엮어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부딪히고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살아 있는 기록으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들과 나는 서로 통하는 비밀 언어가 있다. ‘짜장면 시켜먹자!’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시켜 먹자는 의미다. 우리 집에서 “짜장면 시켜 먹자”라는 말은 ‘아내가 화가 났다’는 뜻이다.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아이가 방문을 슬그머니 열고 나오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아빠, 오늘 아무래도 짜장면 시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어? 왜? 무슨 일 있냐?”
“그게…… 제가 기말시험 성적표를 가져왔는데, 엄마 기분이 영 좋지 않으셔서…….”
“알았다.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노력해.”
“네, 알겠습니다!”
“녀석, 대답은 잘해요.”
나와 아들은 우리만 아는 사인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방으로 갔다. 나는 안방에 들어가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여보, 날도 더운데 오늘 저녁은 나가서 외식할까? 당신 밥하기도 귀찮을 텐데.”
“돈도 없는데, 그냥 아무거나 먹고 치워요.”
역시나 분위기가 싸늘했다.

“아냐, 오늘 낮부터 이상하게 오리고기가 먹고 싶더라고. 황토마을, 거기 갑시다.”
“차 타고 10분 넘게 가야 하잖아요. 그냥 간단하게 먹어요.”
“아무래도 오늘 그걸 꼭 먹어야 발 뻗고 잘 것 같아. 지금 나가면 8시 30분까지는 돌아올 수 있잖아. 오늘은 내가 운전할 테니 당신은 마음껏 맥주 마셔도 돼. 바로 나갑시다.”
“아…… 알겠어요.”
나는 거실로 나와서 일부러 크게 말했다.

“아들! 너도 얼른 준비하고 나와. 오늘 저녁은 그동안 고생한 엄마 몸보신 차원에서 외식할 거다.”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아들과 나는 연합 작전을 펼쳤다. 우이동 계곡의 황토마을에서 오리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나는 사이다를 마셨고, 아내는 맥주 한 병을 비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은 뒷자리에 앉았다.
“엄마, 이번 시험엔 사실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정말 더 열심히 할게요.”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도 하는 말인데, 지난번에 너 과학 시험 전날 지훈이네 가서 뭐 복사해온다며 두 시간 반이나 있었지? 또 그 다음 날도 학교에서 농구 30분만 하고 온다고 하고는 엄청 늦게 왔지? 엄마가 말은 안 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어.”
아내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말이 많아진다.


“네…….”
“엄마가 친구 못 만나게 하니? 엄마가 농구 하지 말래? 엄마가 너 충분히 휴식 취하고 놀게 하잖아. 일요일에는 늦잠 자도 안 깨우고, 평일에도 피곤하다고 하면 일찍 자게 하잖아. 안 그래?”
“네…… 그래요.”
“엄마가 뭐라고 했어? 시험 때는 집중해서 공부하라고 했잖아. 노는 건 평소에 하면 되잖아. 남들 놀 때도 놀고, 남들 공부할 때도 놀면 공부는 언제 할래? 엉?”
“…….”
“그러니까 평소에는 남들하고 똑같이 공부하고, 시험 때는 좀 더 열심히 하라고. 그래야 남들을 이기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니?”
집중에 따르는 공부 효과와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이론이 나오면 아내의 설교는 최소한 30분간 지속된다. 거기다 알코올까지 들어갔으니 그만둘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걸 아는 아들은 묵묵히 듣고 있다.

‘나 같으면 저 잔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공부하고 만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아내가 아들 방에서 나왔다.
“뭐 했수?”
“매실 주스 갖다 줬어요.”
“아니, 그렇게 미운 놈한테 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야죠.”
내일은 짜장면을 시켜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비서를 뜻하는 ‘Secretary’의 어원은 ‘비밀을 나누어 가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역사상 훌륭한 왕이나 지도자의 비서, 참모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곤 했지요. 리더와 비밀을 나눈 비서는 뜻과 의리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공자님조차도, 자신이 모시던 군주의 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발뺌을 했다고 합니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그만큼 막중한 의미를 지닙니다. 아빠와 아들 혹은 엄마와 딸 사이에 서로만 아는 비밀 언어를 만들어보세요. 비밀 언어를 쓰면 서로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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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명로진

명로진은 ‘인디라이터’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데 애 썼다. ‘인디펜던트 라이터 Independent Writer’의 준말인 인디라이터는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저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포츠조선」에 입사, 사회부와 연예부에서 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1994년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SBS 드라마스페셜 <도깨비가 간다>의 주연으로 데뷔한 뒤, 방송, 영화,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인디라이터』, 『내 책 쓰는 글쓰기』,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등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단행본 뿐 아니라 아동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자동차가 부릉부릉』, 『펜도롱씨의 세계여행』을 비롯해 시집 에세이 동화 실용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코오롱등산학교를 졸업하고 안데스 산맥 6000m 급 원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살사 댄스 매니아로서 국제 살사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으며, 북극권부터 남미, 아프리카까지 6대륙을 모두 여행한 여행광이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디라이터다. 2011년 현재 심산스쿨에서 인디라이터 반을 맡아 강의 하고 있다.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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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느끼고,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서 저자 명로진은 앞서 아이를 키워온 어르신들과 선배들에게, 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통해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나 아이에게 해주었더니 좋았던 것’에 대해 조사했고, 그 결과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로 엮어낼 수 있었다.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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