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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그림 못 그린다고 혼내면… - 아동 미술에서의 엄마, 관람석이 아닌 무대에 서서 아이와 함께 하자!

아동화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당연한 말일 것이다. 아동화 시기에 미술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 대부분은 ‘못 그리는 아이’가 아니라 ‘안 그려 본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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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그림을 못 그리면 어때!

“엄마인 제가 너무 그림을 못 그려서 아이를 지도할 수 없어요.”
“아이가 더 잘 그려서 저는 아이 미술에 도움이 못 돼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나 상담을 통해 의외로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아동화 시기는 엄마의 실력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임을 먼저 밝힌다. (아동기를 벗어나는 수정 단계라면 부모들의 지도가 어렵겠지만….)

아동화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당연한 말일 것이다. 아동화 시기에 미술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 대부분은 ‘못 그리는 아이’가 아니라 ‘안 그려 본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실력의 차이’보다 ‘경험의 차이’가 아동화의 가장 큰 차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이와 같이 앉아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보태 주고 넓혀 주는 자리! 이 자리야말로 엄마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자리’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보다 그림을 못 그리면 어떤가? 엄마의 그림을 보고 아이가 자신감을 갖는다면 그 또한 아이에게 보탬이 되는 일일지도…. ^^


▶ ‘한 미술 한다!’ 하는 엄마의 문제점

엄마가 미술을 전공했거나 미술 실력이 있을 때, 오히려 아이의 그림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다. 좀 아이러니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그도 그럴 것이다.


“엄마가 나보다 잘 그리니까 엄마가 그려 줘.”

이 말은 듣는 엄마는 자신의 그림에 우쭐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 말은 ‘난 엄마보다 그림을 못 그리니까 이제 안 그릴 생각이야.’ 정도로 고쳐 듣는 것이 더 정확할 테니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의외로 부모와 겨루려는 성향을 자주 드러낸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 혹은 형제들보다 못한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흔하다. 자신의 나이와 능력이 상대적으로 모자람을 생각하지 못 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게임이나 놀이에서도 기를 쓰고 이기려는 아이를 보면 ‘아이는 역시 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망토만 두르면 하늘을 날 것처럼 높은 곳을 찾기도 하지 않는가?)

모든 것에 완벽한 부모가 될 필요는 없다. 슈퍼맨 같은 아빠도 가끔은 허점을 보이는 것이 아이의 기를 살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 ‘정도’를 잘 유지해야 하는 것도 부모의 재량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 ‘지나친 것’은 ‘덜한 것’보다 못하다!

강압적인 요구는 언젠가 그 한계를 드러내고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오랫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좋은 가능성이라는 그릇을 넘치게 채우는 부모와 엎어 버리고 깨 버리는 부모도 시작은 항상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새로운 것과의 첫 만남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어떤 학습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미술에서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미술과의 만남이 ‘즐거움과 설렘’이 아닌 ‘지나친 관여, 관심, 강압적인 수정 요구’가 된다면 그림은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 될 뿐이다.


필자에게 그림을 배우고 돌아가면 엄마 앞에서 그날 배운 것을 ‘꼭’ 반복하고 수정받는 아이가 있었다. 심지어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을 미리 학습해 오기도 했다. 물론, 스스로가 아닌 엄마의 의지로…. (예습이라도 하고 온 날엔 선생님인 본인도 긴장을 했던 기억이…. ^^)

그런 아이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쁘게는 그리지만 정답이 없는 그림(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그림)을 대하면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우주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은 여느 때보다 더 신나게 외계인을 상상하며 그렸지만, 그 아이만은 결국 외계인을 그려 내지 못했다. “잘못 그리면 엄마에게 혼나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그 시간이었다.

노파심에 잔소리로 전해질 수도 있겠지만, 부모가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보낸 선물 상자 안에 아이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정말 들어 있는지 가끔은 들춰 보는 것이 좋겠다.


▶ 편식을 한다면 요리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원래부터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는 없겠지만, 그림을 싫어하는 아이는 있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놀거리가 풍족한 시대에 아이들의 눈을 끄는 화려한 놀이들을 상대하기에 미술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질적인 차이는 비교 대상이 아니겠지만….)

억지로 가르치면 아이는 몸이 힘들어지고 부모는 마음이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어놀아야 하는 남자아이들에게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 틀림없다.)

그림 경험의 부족(초등학교 1학년 남 / 초등학교 1학년 여)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아이들이 열의는 학습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ㄱ,ㄴ,ㄷ’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수많은 주인공 이름은 술술 암기한다. 어디 이름뿐인가? 필살기의 이름이나 모양, 심지어는 간혹 나타나는 부하 악당의 이름까지도 정확히 말이다.

이렇게 대단한 아이들처럼 우리네 엄마들의 힘도 그에 못지않다. 당근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당근을 먹이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요리법을 사용해 형태와 맛을 바꾸어 결국은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엄마들의 힘이 아닌가! (아이가 잘 안 먹던 야채를 짜장면에 몰래 섞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동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조금씩 그 틀을 넓혀 주는 것이 좋다. ‘넌 왜 피카추만 그리니?’ 하고 탓하기보다 ‘피카추가 사는 숲을 그려 볼까?’ 하면 어떨까? 그리기의 재료를 바꾸어 보기도 하고, 배경을 바꾸기도 하고, 관련된 소재들을 연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일단은 같이 앉아서 즐기는 그림이 되도록 하자. 단, 아이는 ‘즐거움이 가득한 마음’을 품고, 엄마는 ‘목표를 정한 계획된 생각’을 품고!


▶ ‘칭찬의 힘’과 ‘긍정의 힘’

엄마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 애는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싫어해.”
“우리 애도 그림 그리라면 도망 다닌다니까….”
“우리 애도 너무 그림을 못 그려서 걱정이야.”

엄마들끼리의 걱정 어린 푸념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아이가 그 대화를 듣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강력한 힘과 맞먹는 부정적인 언어의 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넌 왜 그림을 싫어해?’라는 엄마의 물음은 ‘아! 내가 그림을 싫어하는구나.’라고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짱구’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대한민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피망’이 적이 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아이도 한때 그런 적이 있기에 100% 공감을 하고 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해?’라고 반문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리라 생각한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우리네 옛말처럼, 말이란 토씨 하나로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매야 할 밭이 아직 반이나 남았네.’와 ‘매야 할 밭이 이제 반밖에 남지 않았네.’라는 말 중에서 어느 쪽 생각이 농부의 힘을 북돋을 것인가? ‘그림이 이게 뭐냐!’와 ‘정말 멋진 그림이네!’라는 말 중에서 어느 쪽이 아이의 손에 다시 연필을 쥐게 할 것인가?


칭찬으로 정말 고래가 춤을 출련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확실히 춤을 잘 춘다는 것을 기억하자.


▶ 미술 밖의 미술, ‘심리 미술’

많은 엄마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아동 심리 미술!’ 이 분야가 주목받는 것도 (칼럼 3회에서 다룬) 창의력과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정답은 없고 환상 속에 있는…. 뭔가 있는 듯 한데 알 수는 없는…. 그래서 뭔가 더 있어 보이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심리 미술로 모든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아이의 정서나 심리에 이상이 있다면 그림에도 이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림이 다른 아이와 조금 다르다고 하여 아이에게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심리적으로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치료하는 보조적인 역할은 하겠지만, 정상적인 모든 아이를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어느 날인가, 걱정스런 얼굴로 상담을 청한 학부모가 있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다들 평범한 집을 그렸는데 혼자만 에스키모의 얼음집(이글루)를 그렸다는 것이다. 혹시 무슨 심리적인 이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서 얻은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시원한 집을 그렸어요.” 얼마나 시원하고 창의적인 생각인지!

“울타리를 그리는 아이는 심리적으로 폐쇄적이란 말을 들었다.”고 하는 엄마에게 “오늘은 ‘목장’이라는 주제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소재로 울타리를 사용했다.”는 설명을 한 적도 있었다. 아이가 그린 그림에 해가 두 개인 것을 보고 걱정이 돼 직접 방문한 엄마는 “아주 더운 날이에요.”라는 아이의 대답을 듣기도 했다.

더운 날(해가 2개, 7세 남) / 더운 날(커다란 해, 7세 여)

얼굴을 빨갛게 칠한 아이 그림을 보고 걱정하던 엄마도 있었다. “창피해서 얼굴이 빨간 거예요.”라는 아이의 설명은 오히려 그림을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검은색이나 빨간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 많지만 정작 6세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색의 의미 또한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6세 이후에나 고정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전의 색 표현(4세 여)

오히려 이렇게 이유가 있는 그림들의 경우는 창의적인 그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간혹 그림에서 이상 징후를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혼자 있을 곳이 없어 엄마의 직장에 항상 같이 매여 있던 아이의 그림에서 부정적이고 특정한 변화(강도, 신체 회손, 피….)를 나타내던 아이도 있었고, 급작스런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림이 눈에 띄게 작아지고 단순해지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림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아이들의 행동에서의 변화를 부모가 충분히 사전에 감지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무서운 아빠의 표현(검은색의 사람, 초등학교 1학년 남)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면 ‘미술 심리’보다 ‘아동 심리’에 주목하는 것이 더 좋겠다. 그림에서 문제가 나타날 정도라면 그 전에 부모는 아이의 행동으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만약 원인이 있다면 그림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림 속에서 숨겨진 아이의 심리를 찾고 싶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어려운 방법을 택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아이가 무엇이든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은 도화지 같은 부모가 된다면 말이다.

다음 칼럼은 엄마가 알아 두면 좋은 아동 미술의 실질적인 여러 가지 TIP을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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