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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화의 벽 앞에 멈춰 선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자!

당장 코앞에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나중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그만큼 미래에 다가올 ‘코앞의 문제’가 수월해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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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화 이후, 잃어버린 3년을 찾아서!

당장 코앞에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나중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그만큼 미래에 다가올 ‘코앞의 문제’가 수월해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지난 1~3회의 칼럼을 통해 아동화가 초등학교 3~4학년을 기점으로 그 발전을 멈추고 성인까지 변화 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아동 미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은 어긋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잘 살펴보면 아동화는 초등학교 3~4학년을 기점으로 멈추지만, 아동기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이어진다. 아동화가 멈추고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이의 그림’은 나아짐 없이 무의미하게 그저 흘러간다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도 입체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도, 혹은 초등학교 1~2학년에 입체를 필요로 하는 아이도, 간혹 스스로 그 입체의 벽을 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그 ‘간혹’의 테두리 안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다.)

마법사의 방(초등학교 5학년 여) / 나의 방(초등학교 5학년 여)

필자는 버려지는 3년이 보물과도 같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미술을 전공한다거나 ‘부모의 미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중등 이상까지도 미술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학교 공부를 따라가느라 관심에서 배재되어 중등 이상의 미술 학습이란 사실 가뭄에 콩 나듯 하겠지만….) 하지만 이 시기를 잘 보내는 것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정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아동화 시기에 있었던 또래 아이들 간의 차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말이다.


▶ 해답 없는 미술 문제

그렇다면 남은 초등학교 4~6학년까지의 미술 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초등 미술이 3학년 정도를 기점으로 멈추게 되는 이유는…. (칼럼 1화 참고)

1. 미술은 이제 부모님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가고 일반 학습으로 채워진다.
2.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림에서 글이나 말로 대체된다.
3. 다른 학습에 밀려 그림을 그릴 시간이 부족해진다.
4. 미술 말고도 놀거리가 많아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입체 표현의 문제점을 느끼면서 미술에 흥미와 발전이 멈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내가 보는 것과 내가 그리는 것이 다르다는 것!’, ‘하지만 그려 낼 수는 없다는 것!’, ‘더 이상의 그림은 창피함으로 남는다는 것!’
테스트(초등학교 6학년 여) / 테스트(초등학교 6학년 남)

초등학교 5~6학년의 그림을 테스트해 볼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어 그려 내지 못하거나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정도 시기의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심지어는 거의 그리지도 않은 스케치북을 책상 밑에 숨기고 돌아가는 아이도 있고, 장난처럼 보이려는 의도로 졸라맨을 자랑스레 그려 보이는 아이(대부분 남학생들….)도 종종 있다.

테스트 후 숨기고 돌아감(초등학교 5학년 남)

이 입체의 벽을 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입체의 문제이니 입체를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하면 된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여 이 벽을 넘기는 어려우며, 가정에서 이 부분을 지도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현재 많은 미술 사교육이 초등학교 6학년까지 아동화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도, 학교 공교육의 과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결책도 없이 아동 미술 후의 미술 학습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렇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실마리를 찾을 분들이 있기에 일단은 문제를 던져두기로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도 결국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 아동화 이후 가장 간단한 미술 공식은 ‘형태 명암 채색’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미술 교육을 살펴보면 대부분 ‘수평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학년이 달라지면서 수록 그림들만 달라질 뿐 학습 과정들은 거의 다름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과정도 그러하다.

많이 알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학습 과정이 필요하지만 실력을 쌓으려면 ‘수직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자. 여러 가지 분야를 다양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이도를 높이는 과정을 통해 실력을 위로 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이다.

입체를 표현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형태(밑그림)로서의 입체 표현
2. 빛에 의한 명암으로서의 입체 표현

이 두 가지가 만나야 비로소 입체가 해결되고, 이것에 색이 입혀지면서 완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물론 소묘 자체도 완성작이기는 하지만….) 색채 도구가 수채물감인가, 아크릴물감인가, 색연필인가에 따라 ‘수채화’, ‘아크릴화’, ‘색연필화’라고 다르게 불리고, 대상이 풍경인가, 인물인가, 생활상인가에 따라 ‘풍경화’, ‘인물화’, ‘생활화’로 다르게 불리는 것뿐이다.

형태로의 입체 표현(초등학교 5학년) / 명암으로의 입체 표현(초등학교 5학년)

사실 이러한 형태의 미술 학습은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의 학습과 유사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어른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화 이후로 미술의 발전 단계 없이 입시생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염두 해 둔다면 아동화의 다음 학습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이고, 실제로 필자의 학습 지도에서도 큰 무리는 없었다. 다만 중?고등학생에 비해 초등학생은 소근육의 미발달로 정교함과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뿐, 충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인가, 소설인가, 수필인가를 말하기 이전에 문장을 만들어 내는 글자를 익히는 것이 필수가 아닐까?
가요인가, 클래식인가, 동요인가를 말하기 이전에 곡을 만들어 내는 기본 원리와 음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동화를 벗어난 아이에게 기본적인 형태와 명암의 학습 없이 수채화나 입체화를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유명한 만화의 대사를 빌리자면, ‘채색은 그저 거들 뿐….’


▶ 뒤늦게 단맛을 본 사람의 욕심이 더 크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아동화를 끝내고 입체화(수정화:아동화의 오류를 수정하는 단계의 그림)를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입체를 미리 가르치는 것은 효과가 적다.’라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그림 표현에 스스로 불만이 생긴 뒤에 입체를 배운 아이는 그 불만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즐겁게 학습을 진행해 나가지만, 불만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입체를 학습한 아이는 불만이 해소되는 과정이 없어 열의가 적고 자신의 그림에 어떤 의미나 자신감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표현의 어려움(초등학교 2학년 남) / 자동차의 표현(초등학교 5학년 여)

엄마가 매일같이 맛있는 음식을 해 주면 입맛이 고급스러워져 오히려 불만이 많아지기도 한다. (아이뿐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 일부러 맛없는 요리를 하다가 가끔 ‘툭’ 맛난 음식을 던져 줘야 “와~!!” 하고 감탄이 나올게다.

입체화 시기의 아이들이 아동화 시기보다 더 흥미를 갖고 적극적인 이유도 그렇게 간단하다. 안 되던 것이 되니까 그저 신기하고 즐거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동화를 막 넘어선 아이에게 또 다른 골치 아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 어른의 눈엔 아름답고 아이의 손에선 골치 아픈 ‘수채화’

많은 부모님들이 수채화에 큰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수채화를 회화의 대표로 인식하는 사람이 유달리 많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사실 수채는 아동화 시기나 초등학생이 다루기엔, 아니 어른이 다루기에도 그리 녹녹한 채색 도구가 아니다.

붓은 길어서 종이와 멀어 정교하게 다루기가 어렵다. 그뿐인가? 붓촉은 부드러워서 조금만 눌려도 삐져나가기 일쑤이고, 물을 사용하다 보니 색들이 서로 섞여 번지기라도 하면 보통 낭패가 아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니…. ‘한 번 칠하고 나면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은 아이가 감당하기엔 적지 않은 스트레스이다.)

수채 사용의 어려움(초등학교 2학년 여)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미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아마 둘 중 하나의 답을 듣게 될 것이다. “입체 그리는 거요!” 아니면 “수채 물감 칠하는 거요!” (간혹 ‘사람 그리기가 어려워요~’라는 말과 함께….)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이의 그림만 보며 탓하지 말고 어른이 직접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고 붓을 던져 버리고픈 충동이 생기지 않을까?

수채는 값이 저렴하고 동시에 가르치기 편하며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 공교육, 사교육, 가정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만만한 것이라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이의 입장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마 수채화에 고개를 젓는 아이에게는 번짐이 적은 아크릴물감이 더 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물론, 아동화 시기에 여러 가지 채색 도구를 경험하는 의미로서의 수채 사용은 아주 좋다. 그림의 배경 처리를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으며 혼색의 경험도 즐겁다. 아이가 그저 ‘즐길 수 있는’ 채색 도구라면 수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온 집안에 물감이 튀는 것과 번거로운 뒷정리를 감당해야 하는 부모에겐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수채 바탕(7세 여) / 수채 효과(6세 여) / 수채 데칼코마니(7세 남)

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형태’와 ‘명암’이 없는 수채는 그저 껍데기일 뿐 그 고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막연한 환상과 고정관념을 조금만 들추어낸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다.

명암 표현 없음(초등학교 3학년 남) / 입체와 명암의 동시표현(초등학교 6학년 여)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넘쳐난다. 이러한 정보 시대에 우리네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옥석을 잘 가려내어 아이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 친구로서의 엄마의 자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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