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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수 억 개의 정자처럼!

우리의 눈을 매혹시킨 앨범 커버: 가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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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커버는 음반의 첫 순간이다. 그것은 음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비틀즈의 명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의 커버를 디자인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의 말입니다.

“앨범커버는 음반의 첫 순간이다. 그것은 음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비틀즈의 명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의 커버를 디자인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기가 막힌 재킷 사진을 보며 어떤 사운드가 담겨져 있을까 궁금해서 낯선 앨범을 구입한 경험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음악을 듣는 내내 커버를 보며 어떤 이유로 이런 디자인을 했을까도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그만큼 앨범 커버는 중요합니다. 음악을 표현하는 또 다른 창구이기 때문이죠. 대중 음악 역사에서 우리의 눈을 매혹시킨 가요 앨범 커버 30장을 2회에 걸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넥스트 1집 < Home >(1993)

(왼쪽부터)앨범 앞면과 뒷면

알록달록한 꽃, 푸른 들판, 탐스런 열매가 맺힌 키 큰 나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모든 것이 평화롭다. 20세기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인간들이 만든 완벽한 세상의 모습이다.

너무도 아름답기에 오히려 손 댈 의욕이 사라지는 한 폭의 그림 속에는 문명의 발달 속에 버려진 인간, 현대 사회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어있다. 영화 < 매트릭스 >를 연상시키는 비틀어진 고층 빌딩, 뾰족한 톱니바퀴가 가득한 뒷면이 받침이 되어 표지는 진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듀스 3집 < Force Deux >(1995)

데뷔 때부터 그룹의 로고가 되어 왔던 겹겹으로 둘린 원은 그대로지만 삐뚤빼뚤한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 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가? 아니나 다를까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으니 원 모양이 저렇게 나온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에 자리 잡은 사각형 틀 안의 앨범 타이틀은 그래도 위안을 줬다. 검은색의 다부진 폰트가 음악의 견고함을 자부하는 것 같았기 때문. 앨범은 단단한 매무새의 다양한 흑인음악 작품들로 디자인과 관련한 추측에 부응했다.

보통 주얼 케이스와 달리 3집은 검은색 비닐로 커버를 구성한 점이 독특했다. 하지만 비닐을 쓸데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버렸다가 케이스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화보를 방불케 하는 부클릿을 유실하는 사태를 맞은 이가 여럿 있었다. CD와 케이스, 트랙리스트가 적힌 후면의 카드만이 남은 초라한 상황이 되자 그들은 비닐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 이런 일이 빨리 발생했으면 차라리 다시 음반을 구입했을 텐데, 사건이 발생할 즈음 음반은 레코드 가게에서 거의 회수된 시점이었다.

최근에 인터넷 중고 음반 쇼핑몰에 올라오는 듀스 3집을 보면 비닐 유무에 따라 많게는 10,000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니 비닐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해 주는 구성이기도 하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소라 < 이소라 Vol.1 > (1995)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촉발한 ‘모든 음악의 댄스화 현상’ 속에서 홀로 빛났던 발라드 음반이다. 초현실적 그림으로 여성의 슬픔을 표현한 커버 아트부터가 국내의 여타 음악들과는 그 음악의 질이 애초부터 다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이 앨범 커버의 훌륭함을 모르겠다면, 당시 발매된 국내 앨범들을 주욱 나열한 후 다시 한 번 이 음반의 커버를 찬찬히 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광석 < 다시부르기 2 > (1995)

선홍색 잇몸을 환하게 드러내며 웃는 김광석의 < 다시 부르기 1 >은 동물원과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베스트 형식의 앨범이었다. 2년 뒤 김광석은 조금 더 나아가 자신의 원류를 찾으며 직접 ‘한국 모던 포크 음악’을 선정, 재조명한다.

‘김광석’이란 신문에 그를 있게 한 노래 제목들이 머리기사로 굵게 쓰여져 있다. 이런 디자인은 건즈 앤 로지스가 1989년에 발매한 < GN'R Lies>에서 사용되어 있어 신선함은 덜하다. 하지만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와 같은 초기 모던포크 뮤지션들은 물론 백창우의「내 사람이여」, 한동헌의 「나의 노래」와 같은 민중가수들의 노래들이 있다.

김광석이란 신문을 발매하기까지 조동익과 그의 밴드들이 편집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원곡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해석했다. 대한민국 포크록계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고 1년 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객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신문 왼편에 까까머리 학생의 긴장한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 그립다.

글 /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패닉 2집 < 밑 >(1996)

「아무도」를 내세웠건만「달팽이」로 인기를 얻은 젊은 그룹은 성공의 기쁨보다는 초조함이 컸다. 이대로 ‘발라드 가수’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 2집은 작정하고 비뚤어져 버렸다. 실험적이고 괴기한 노랫말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작법은 그로테스크풍의 커버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된다.

충격적인 가사로 서막을 여는 「냄새」와 오히려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불면증」, 신랄하게 학교를 비판했던 「벌레」 등은 한때 교총과 학부모 모임에서 ‘판매금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밑」을 개척한 청년들은 ‘실험정신’과 ‘패기’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았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이상은 7집 < 외롭고 웃긴 가게 >(1997)

이상은은 1995년 < 공무도하가 >에서 음악을 매개로 시공간을 넘어 상고시가(「공무도하가」)와 만나고 생사의 틈을 노래했다(「삼도천」). 이 명반을 계기로 「담다디」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떼어버리고 한국 대중 가요계의 ‘시인’이 된 그녀의 존재는 1997년 발매된 < 외롭고 웃긴 가게 >에서 꽃으로 화(化)한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자 < 찰나의 기초 >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 백현진의 일러스트 작품인 이 커버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전면에 제시되는 크고 선명한 꽃보다 오히려 미래의 꽃들을 의미하는 꽃가루들이다. 동그랗게 맺혀있는 포자들은 방랑객의 삶을 살아갈 이상은의 양지 바른 마음에 품어져, 어떤 음악과 이야기를 만나더라도 아름답게 만개할 것이기에.

글 / 신샛별 (venus_0510@naver.com)



언니네 이발관 2집 < 후일담 >(1998)

2집 < 후일담 >(좌), 1집 < 비둘기는 하늘의 쥐 >(우)

삭막한 건물 사이에 누군가가 몸을 던진다.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서있다. 이 디자인은 초기 키보디스트 류한길이 맡아 나약하고 무기력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다.

언니네 이발관은 음악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앨범 커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룹이다. 풋풋한 초록색 배경에 가위를 든 여자 캐릭터를 내세웠던 1집이 ‘독기’와 ‘날 것’ 그대로를 담았다면 2집은 ‘우울함’과 ‘루저’의 정서가 가득하다. 이는 훗날까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의 주 기조가 되었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김사랑 < 나는 18살이다 >(1999)

열여덟의 나이에 보컬과 작곡은 물론, 연주와 녹음까지 혼자 해내 ‘천재’라는 별명을 얻은 뮤지션의 데뷔앨범이다. 진홍빛 배경에 그래픽으로 처리한 기괴한 갈기머리, 준수한 용모의 뒤섞임은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의 뒤엉킴으로 묘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입술 굳게 다문 표정에서는 신인답지 않은 충만한 자신감이 읽혀지기도. 천재의 출사표로 더없이 인상적인, 범상치 않은 커버아트였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크라잉 넛 2집 < 서커스 매직 유랑단 >(1999)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세기말의 아코디언 소리가 정확히 2000년대 삶의 서글픔과 교차점을 이루는 듯하다. 이와 동시에 앨범 겉면에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 불안해하며,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울음을 삼키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펑크 1세대이자 라면 피킹의 선구자였던 그들 역시 4분간의 질주 후에 느껴지는 경직된 음악 신에서의 호흡곤란이 버거웠을 것이다. 피에로의 얼굴을 통해 느껴지는 밴드의 애환과 절박함은 세대를 관통해 요즘 우리들에게 닿아있다.

성공이라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듯, 직장이라는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듯, 그 아슬아슬함에 이어 밀려오는 공허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도 크라잉 넛의 위치는 몰라보게 격상되었으니 그것이라도 위안을 삼아야 할까.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드렁큰타이거 2집 < 위대한 탄생 >(2000)

수 억 개의 정자는 하나의 난자를 향해 돌진한다. 돌진은 앞으로만 나아가야한다는 신념하나만으로 작동하기에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러한 고투를 거쳐야 ‘위대한 탄생’이 실현된다. 이는 힙합의 불모지에서 맨땅으로 헤딩하던 호랑이 두 마리를 닮았다.

마이크 하나만 있는 곳이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었던 랩 본능이 앨범 전면에 함축적으로 녹아있다. 알을 제 몸으로 박차고 나왔던 두 선구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드렁큰 타이거 키드’들의 요람이 될 것이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글 / 홍혁의(hyukeui1@nate.com)



조PD 4집 < Stardom In Future Flow >(2001)

커버아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이틀곡 「My style」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로봇처럼 보이는 모형이 영상 속에서 분주히 조립되던 조피디의 머리이기 때문이다. 프라모델 조립하듯 사람의 머리를 짜 맞춘다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는 시간이 지나도 쉬이 잊히지 않을 성질의 기발함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커버 역시 십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앨범커버로 남을 수 있었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윤아 2집 < 유리가면 >(2004)

독특한 카리스마로 사로잡았다. 가느다란 손목과 아무런 의미도 내포하지 않은 듯 은근한 관능미를 던지는 손가락, 깊게 패인 쇄골과 곧게 뻗은 어깨선, 내부에 드리워진 붉은 기운까지.

속지에 삽입된 나머지 10장의 사진과 함께 자우림 ‘여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울한 정서와 여기 저기 얼룩진 소리의 질감과도 자연스레 매치되는 앨범 표지다.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브라운 아이즈 < 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And 5 Objets >(2008)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고, 선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나얼의 작품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신발, 티셔츠 등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이 참여한 앨범 재킷 디자인은 언제나 화젯거리다. 모래 빛 바탕 위에 까만 선으로 가득 메운 메인 메시지는 그 동안 흑인과 음악을 모티브로 삼았던 작품 중 가장 으뜸으로 손꼽힌다. 멀티 아티스트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도와준 브라운 아이즈의 3집 커버!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다이나믹 듀오 5집 < Band Of Dynamic Brothers >(2009)

「Ring my bell」뮤직비디오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최자와 개코는 패러디의 달인이다. 입대 직전 내놓은 다섯 번째 앨범에서는 타이틀부터 전쟁 드라마인 < Band Of Brothers >를 패러디했고, 재킷에서는 두 멤버를 중심으로 교전 모습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코믹하게 연출했다.

20~30대 남성이라면 눈에 익은 프라모델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을 ‘아메바과학’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한 재치까지! 흥미 있는 소재들을 재발견하는 힙합의 마술을 시각적인 차원까지 확장시킨 문방구 감성의 백미.

글 / 홍혁의(hyukeui1@nate.com)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1집 < Ophelia >(2010)

물빛처럼 투명한 살결, 초점을 잃은 두 눈, 머리에는 꽃 왕관을. 자신의 아버지가 연인인 햄릿에게 살해되자 강물에 몸을 던진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여인 오필리아.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알렉산더 카바넬(Alexandre Cabanel)의 1883년 작이다.

3인조 밴드의 데뷔는 가사 집과 사진 화보집도 첨가 하지 않고, 예술 작품 하나만을 앞에 내건 웰메이드 앨범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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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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