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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이 100억짜리 B급 오락영화?

영화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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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 제쳐두고, <퀵>은 재미있다. 그냥 그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이 재미라는 것이 일반적인 영화가 주는 재미와는 차이가 좀 있다.

솔직히 다 제쳐두고, < 퀵 >은 재미있다. 그냥 그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이 재미라는 것이 일반적인 영화가 주는 재미와는 차이가 좀 있다. 제작비 100억이 상상케 하는 거대한 사이즈보다 영화 자체가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더 크다는 얘기다. 액션영화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실상 액션은 조연이고 주연은 코미디에 가깝다. 화려한 크레딧을 자랑하는 배우들도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지닌 힘이 열 스타배우 안 부럽다. 시종일관 지루할 틈 없이 신나게 밟고, 달리고, 터지고, 소리지른다. 그리고 웃는다. 정말,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나온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짬뽕 같은 영화다.


처음 이 영화가 100억짜리 한국형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나왔을 때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숫자에 연연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고, 그냥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반감 시켰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는 일단 한 수 접고 봐 주시오 라는 은근한 포섭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포스터와 예고편이 등장했을 때는 한마디로 ‘뜨악’한 기분이었다. 엄청난 사이즈의 영화라고 하는데, 어쩐지 저 예산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배우도, 감독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이었다. 이거 참 불안하다 싶었다. < 해운대 > 제작팀이라는 부분, 특히 지금껏 실패한 적이 없는 JK필름의 윤재균 감독 제작 이라는 크레딧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면, ‘아… 제작비가 들 수 밖에 없었겠다’ 싶은 장면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액션씬이다. 아니, 단순히 한국영화에서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에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오히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이만큼이나 되는 훌륭한 장면을 뽑아 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다만, 좀 더 매끄럽게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의도적으로 거친 느낌이 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이 영화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비싼 영화지만, 우리 비싼 영화라고 재지는 않겠다라는 의도 같다. 영화가 끝내주게 재미 있으니, 영화를 즐기라는 느낌 같다. 그리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재미에 빠져들고 만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테러범의 명령으로 30분 안에 지정된 장소로 폭탄을 배달하는 것이다. 폭탄을 배달하는 주인공은 대한민국 최고의 퀵 서비스 맨이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오토바이로 이동시키다가 그만 폭탄이 장착된 헬멧을 의도치 않게 아이돌 그룹의 멤버의 머리의 씌워주면서 혼자가 아닌 콤비 플레이로 발전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테러범과 퀵서비스맨의 관계,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그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을 막기 위해 뛰어다니는 경찰 등이 엮이면서 복잡다단해 진다.

물론 어렵지는 않다. 뻔히 보이는 설정이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이러한 뻔뻔함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미친 속도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쫓다 보면 한참을 웃게 되고 신나게 즐기게 되고 마지막엔 박수를 치게 된다는 말이다. 혹자는 < 7광구 >가 아니라 < 퀵 >을 3D로 찍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 아니었겠나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엄청난 폭파장면, 쉴새 없이 달리는 속도감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 여기에 윤재균 감독 사단에서 빠지지 않는 유머는 최고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발군이다. 특히 김인권의 코믹 연기에는 물이 올랐다. < 방가 방가 >로 이미 그 가능성을 선보인바 있는 김인권의 소위 ‘찌질한’ 캐릭터 연기는 < 퀵 >에서 팥빵에서 단팥 같은 이미지다. 같은 날 개봉된 < 고지전 >에도 출연하며 두 영화를 오가는 고창석의 ‘귀여움’은 < 퀵 >을 만나 최고로 빛난다. 무엇보다 여배우로써 몸을 사리지 않는 강예원의 연기에 특히 박수를 쳐 주고 싶고, 처음부터 어색한 서울말이 아니라 걸쭉한 부산사투리를 쏟아내는 이민기 역시 자기 옷을 입은 듯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쳐 보인다. 역시나 윤재균 사단의 멤버들답다.



개봉 첫 주 <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2 >, < 고지전 >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던 < 퀵 >은 어느덧 입소문을 타고 < 고지전 >과 함께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상영 10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7월 30일 토)까지의 관객 수는 전국 125만 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손익 분기점은 350만 명 정도로,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어쩐지 될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그 이상으로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만나지 못했던 영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오락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의 성공사례야말로 한국 영화 다양성에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 퀵 >의 흥행시동은 이제 막 걸렸을 뿐이다. 입소문의 힘을 받아 조만간 전력 질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 여름 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쾌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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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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