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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옷

나의 리틀 블랙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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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충분히 강력한 것,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것,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것, 패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력한 것,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것,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것, 패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것, 오드리 헵번과 한 몸 같았던 것,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작업 리스트’에 올리는 것, 초라해 보일 수도 황홀해 보일 수도 있는 것, 여성스러움과 지성을 겸비한 것, 오랜 세월이 지나도 버릴 수 없는 것. 블랙 원피스는 그런 존재다.

잠재력으로 가득한 블랙 원피스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장본인은 가브리엘 샤넬이다. 샤넬이 아니었다면 과연 검정색과 원피스가 결합할 수 있었을까? LBD Little Black Dress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세상에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었을까? 샤넬은 ‘시커먼’ 원피스를 맵시 넘치는 파리지엔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LBD를 성장시킨 데에는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디올, 발렌시아가, 지방시, 자크 파트 등 내로라하는 당대 디자이너들의 업적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아니었다면 1926년 <보그>에 LBD가 ‘샤넬의 포드’로 소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전까지 LBD는 장례식의 슬픈 복장에 불과했다.

“내가 처음 LBD를 인식한 것은 80년대 말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하던 시절이다.”


프랑스 친구들이 ‘누아르’Noir, 검정를 몹시 흠모하며 저녁식사나 파티에 갈 때 ‘프티트 로브 누아르’Petite Robe Noire, 작은 블랙 원피스를 즐겨 입는 것을 지켜보며 그 매력을 알게 됐다. 파리 여자들은 액세서리를 맛깔스럽게 활용할 줄 안다. 그녀들이 LBD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심플한 LBD는 크고 작은 장신구를 매치할 여지를 주니 그만큼 변신의 폭이 커지는 것이다. 귀여움, 관능미, 엄격함, 긴장감, 순수함, 우아함, 자신감, 소박함, 대범함 등 소품을 어떻게 더하느냐 혹은 빼느냐에 따라 LBD의 표정이 달라진다.

바꿔 말하면 LBD는 가만히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는 뜻이다. 스카프, 목걸이, 브로치 등 각양각색의 액세서리들이 블랙 원피스의 품에서 자유로이 활보한다. LBD는 옷에 가려 주연으로 나서지 못했던 조연들을 빛내주고, 그럼으로써 자신도 빛난다.

“짧은 시간, 가장 담백하게 멋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옷이
블랙 원피스다.”


윈저 공작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몸에 잘 맞는 한 벌의 블랙 원피스를 대신할 것은 없다.” 그녀의 말처럼 LBD는 자기 몸에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하며, 입을 때 역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검은색이라는 이유로 이것저것을 더하면 LBD 특유의 고상한 매력을 살릴 수가 없다. 블랙 원피스를 입고, 더하고 싶은 물건을 하나 둘씩 매치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씩 수위를 높이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단조로우면 단조로운 대로, 튀면 튀는 대로 이 옷은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 적절한 매칭 공식을 익히고, 스타일 게임을 연마하는 데 블랙 원피스는 가장 뛰어난 놀이터라 할 수 있다.

최근 LBD의 카리스마를 새삼 실감한 계기가 있다. 패셔니스타로 주목 받는 빅토리아 베컴이 직접 디자인한 일련의 원피스 컬렉션이다. 다소 드센 취향을 보여주던 빅토리아 베컴도 블랙 원피스를 다루면서는 만전을 기한 듯했다. 깊게 파인 브이 네크라인과 어깨 끝을 살짝 덮은 캡 슬리브에 몸에 딱 붙게 재단된 베컴의 LBD는 절도 있는 섹시함을 뿜어냈다. 평소 그녀의 감각을 의심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신선하고 훌륭했다.

사실, LBD는 빅토리아 외에도 많은 스타와 디자이너들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알렉산더 왕은 기능성을 멋들어지게 녹여내고, 캘빈 클라인은 순도 높은 깔끔함을 뽑아내고, 도나 카란은 지혜로운 공감을 엮어내고, 크리스 반 아셰의 경우 남성복에서 느껴지는 이른바 ‘스케일’을 용케 적용하여 예사롭지 않은 블랙 원피스를 내놓고 있다.

블랙 원피스에 대해선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입어야 할지 가늠이 안 될 때, 자신이 없을 때, 옷을 차려 입을 시간이 부족할 때, 주저 없이 블랙 원피스를 입으라고 권하고 싶다. 가장 짧은 시간, 가장 담백하게 멋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옷이니 말이다.

who what wear

“여자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명확하고 강한 이미지를 풍기고 싶을 때 역시 유용하다.”
                     -디자이너 윤원정



윤원정은 원피스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남편 김석원과 앤디앤뎁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던 시절, 견고한 실루엣의 원피스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사진 속에서 그녀가 입고 있는 블랙 원피스는 뉴욕에서 선보인 앤디앤뎁의 2009년 봄/여름 컬렉션으로, 아이들과 컵케이크를 만들다가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이다. 정교한 볼륨 조성과 우아한 보트 네크라인, 아래로 향할수록 좁아지는 라인이 독특하다.

“한쪽 어깨가 살짝 내려가거나,
어깨 부분이 아예 없거나,
혹은 밑단 길이가 다르거나.
블랙 원피스는 정형화되지 않아야 편안하다.”
         -파리 미셸 몽타뉴 피알 에이전시 홍보 서꽃님



푸쉬 버튼의 티셔츠 톱과 앤 드뮐미스터의 비대칭 티셔츠의 앙상블로 자신만의 블랙 원피스 룩을 연출한 서꽃님. 파리의 홍보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그녀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러움을 놓치지 않는 취향을 갖고 있다.

“블랙 원피스를 입을 때면 늘 검은색 부츠를 신는데, ‘연약한’ 원피스에 가죽 부츠의 ‘터치’를 더하면 힘 있는 룩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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