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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포기하는 남자들의 우정, 여자는?

사랑과 우정, 친구와 애인 사이의 어디엔가 <러브 앤 프렌즈>로 살펴본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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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사이. 식상해 보일 수 있는 문구이지만, 늘 우리의 일상에서 로맨틱한 감성을 자아내거나 혹은 배신감에 치를 떨게 하는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 식상해 보일 수 있는 문구이지만, 늘 우리의 일상에서 로맨틱한 감성을 자아내거나 혹은 배신감에 치를 떨게 하는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녀 간의 우정을 예로 들자면 늘 사랑과 우정 사이의 어딘가를 맴돌다가 극적인 순간에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단지 그 감정의 변화가 일방적일 경우 끈끈한 우정은 짐이 되고, 친구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친구와 친구의 연인 사이에 끼어드는 경우는 보다 복잡하다. 친구의 애인을 뺏은 여자도, 애인을 친구에게 뺏긴 여자도, 애인의 친구와 사귀게 되는 남자도 결코 완전한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일 수 없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드라마는 로맨스이거나 비극이거나 혹은 호러일 수도 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지극한 코미디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쇼퍼홀릭>에 이어 5대 칙릿 소설로 불리는 <섬싱 바로드 Something Borrowed>를 원작으로 한 <러브 앤 프렌즈>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뻔한 삼각관계일 수도 있는 이야기 구조를 달콤한 공감과 실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가득 채우고,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한 케이트 허드슨이 주인공을 맡았다.

레이첼(지니퍼 굿윈)이 20년 지기 절친 달시(케이트 허드슨)의 약혼자 덱스(콜린 이글스필드)와 하룻밤을 보낸 후 그녀들의 우정에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뒤늦게 찾아온 진정한 사랑과 오랜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레이첼과 달시, 덱스의 복잡 미묘한 심리변화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생일대의 위기이자 기회에 놓인 이들의 모습은 ‘만약 나에게 저런 사랑이 찾아왔다면?’이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힐러리 스웽크가 영화 제작자로 참여해 눈길을 끄는 <러브 앤 프렌즈>에서 주목해 봐야할 배우는 케이트 허드슨과 짝패를 이룬 지니퍼 굿윈이라는 배우다.

6년 동안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순정파 뉴요커 레이첼로 변신한 지니퍼 굿윈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케이트 허드슨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칙릿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답게 <러브 앤 프렌즈>의 두 여주인공의 패션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인공의 성격과 심리를 대변하는 그녀들의 액세서리와 패션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의 잔재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얼핏 너무 가벼울 수도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본다면, 짐짓 무겁지 않게 현재를 돌아보고 내 주위의 친구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충분히 눈이 즐거운 영화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우정은 의리로 엮인 또 다른 사랑

<클래식>

손예진, 조승우, 이기우 주연의 <클래식>이란 영화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질긴 인연과 사랑을 다룬 영화였다. 남자들은 우정을 위해 기꺼이 사랑을 포기한다. 한국영화의 남성과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접근이었지만, 우직한 우정과 절절한 사랑이 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남성들 사이의 우정은 남녀 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보다 끈끈하고 값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우리는 흔히 버디 무비라 부른다. 버디란 남자 동료, 친구를 의미하는 영화였다.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버디 무비는 두 명의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남?들 간의 우정과 단합된 힘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구도를 보여주는 영화장르를 말한다.

1960년대 후반 아메리칸 뉴시네마(American New Cinema)의 태동과 맥을 같이한다. 이 시기 들어 할리우드 대자본 위주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반기를 든 몇몇 젊은 감독들이 사회적 모순이나 현실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저예산의 실험적인 영화들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이지 라이더>,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등이 대표적으로, 이 영화들은 모두 극적인 갈등과 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렸다. 한국에서도 <투캅스>, <태양은 없다>, <친구> 등이 버디 영화의 계보를 이어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델마와 루이즈>

1990년대 들어서는 남성들 사이의 우정만을 다룬 버디 무비뿐 아니라 두 명의 여성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바그다드 카페>를 시작으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등장했다. <바그다드 카페>는 세상 모든 고민과 고통 앞에서 소통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는 성별과 인종을 초월한 가장 멋진 하모니로 마음을 울린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세상의 질서 속에서 고통 받는 여자들이 하나로 소통하여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낸 영화였다. 놀랄만한 비밀을 숨기고 있지만,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끔찍한 현실조차 웃으며 넘기게 만드는 힘 있는 영화였다.

전통적인 버디 영화의 공식을 전복시킨 가장 획기적이고 통쾌한 영화는 1991년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즈>였다. 물론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의 우정이 아니라, 우연히 겪게 된 차별적인 상황에 내몰려 거친 세상을 향해 총구를 내밀게 된 두 여자의 이야기지만, 두 여자의 의리와 사랑에 가까운 동지애를 그려낸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은 친구가 되었지만 너무나 다른 두 여자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는 여자의 진심이 외모에 앞선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예쁘고 멍청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미인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영화였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는 <싱글즈>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로 故 장진영과 엄정화로 대변되는 한국 여성들의 고민과 사랑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였다.

<섹스 앤 더 시티>

여성간의 우정을 현실적이며 또한 그래서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그려낸 영화는 칙릿 소설의 가장 성공한 시리즈이자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섹스 앤 더 시티>이다.

네 명의 각기 다른 여자들의 사랑과 섹스, 우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네 여자는 늘 사랑과 섹스, 일과 생활 속에서 충돌하지만 늘 네 명은 든든하게 서로를 지켜주고 위로해 준다. 여성간의 우정과 가치를 다룬 시리즈로 두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2번째 영화가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제작되었던 것이 아쉽지만, 현대 여성들의 고민과 우정을 다룬 시리즈로 대표되는 작품이다.

시리즈가 끝난 후에도 <섹스 앤 더 시티>의 팬들은 시리즈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네 명의 주인공은 늘 우리 곁에 살아있을 것처럼 생생하기 때문이다. 뉴욕에 발을 디디면 어딘가에서 그들 넷이 여전히 ‘신상’에 들뜨고 남자와 섹스 얘기를 즐기며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다. 그녀들은 여전히 여자들이 꿈꾸는 판타지이지만, 여전히 뉴욕 시내를 걸어 다니면 현실에 발을 딛고 선 현재 진행형이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때론 남녀 간의 우정은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힘없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가 등장하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은 남녀 간의 우정이 질투와 사랑으로 변할 때의 감성을 담아내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게이 남자와 이성애 남녀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린 <쓰리썸>은 섹슈얼리티의 혼돈과 사랑, 우정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 작품이었다. 성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주인공들 사이에서 우정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며, 사랑은 더 큰 우정으로 승화된다.

‘쓰리썸’이라는 파격적인 제목과 달리 남녀 대학생의 성장담을 그려낸 <쓰리썸>은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들 수 있는 성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영화였다. 한국영화로는 김정은, 김상경 주연의 <내 남자의 로맨스>가 비슷한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두 여자>

우정과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왔는데, 양성애와 동성애적 감수성이 혼재된 우정이 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파격으로 치닫는 최근 작품 <두 여자> 속의 여자들은 파격으로 치닫는 <주홍글씨>와 <연애소설>은 조금 더 나아간 영화였다.

故 이은주가 주인공을 맡은 두 영화는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사랑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남녀 간의 사랑의 이면에 동성 간의 애절한 사랑을 숨기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파격적인 레즈비언 느와르 <바운드>는 남성적인 여성과 지극히 여성적인 여성 사이의 유대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결국 느와르에서 배신의 주인공은 남성이지만 여성들 사이에서 배신은 없다는 것을 통쾌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조금 더 자극적인 영화로 <숏버스>를 들 수 있다. 인종과 성별을 뛰어 넘은 이 영화는 파격적인 성애장면과 그룹 섹스가 난무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감싸주는 소통을 그리고 있다. 동성애와 양성애, 이성애가 혼재하는 가운데 섹스와 성정체성을 뛰어 넘는 사람 사이의 우정과 소통을 다루고 있다. 모든 오해와 선입견을 뛰어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토록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은 근래에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사실 삼각관계로만 분류될 수 있는 영화를 꼽으라면 끝이 없을 것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랑과 우정, 친구와 의리를 밀도 있게 그리면서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그러한 소재는 자극적이고 흔하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기 어렵다.

해묵은 것 같지만, 우리는 사랑과 우정을 중심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때론 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도 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세 싫증이 나기도 하고, 친구의 애인이 문득 이성으로 느껴져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나의 감정은 결국 나의 이성과 감성, 그리고 사회적 억압과 관계에 대한 신뢰 사이에서 정리되고 때론 튕겨져 나와 파격으로 치닫기도 한다.

나에겐 로맨스, 타인에겐 불륜일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의 파동은 비슷하면서도 꽤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실연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행가 가사가 절절한 명작이 되듯, 유사한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러브 앤 프렌즈> 같은 영화는 위안이 되어주는 고마운 영화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사랑과 우정, 믿음과 신뢰를 제외하고서는 관계를 얘기할 수 없기에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랑과 우정을 둘러싼 삼각관계는 아마 불멸의 소재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람은 늙지만, 사랑과 우정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그저 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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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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