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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씩 마시는 술은 건강에 좋다 - 박남 박씨 박지원 집안

빈둥거림으로 몸을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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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빈둥거리는 걸 부정적으로 묘사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한 사회에서 정신적 피로가 쌓인 사람이 많아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지 빈둥거림에 대한 인식도 조금 변한 것 같다.

 
명문가의 장수비결
정지천 저 | 토트출판사
이 책은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건강비책을 역사적인 배경과 생활습관 그리고 가문의 고유한 전통과 한의학적 근거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는 명문가 선비들이 건강하고 장수했던 이유를 ‘가문 의식과 가문의 영향력, 종가 음식,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 공부’라는 세목으로 나누워 고찰하고 ‘혼인, 성(性)생활, 삼년상, 과거 공부, 청백리淸白吏, 귀양’을 그들의 장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변수로 본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 ‘귀차니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어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지칭하는 말인데, 소파에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 리모컨만 딸깍거리는 사람을 ‘귀차니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예전에는 빈둥거리는 걸 부정적으로 묘사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한 사회에서 정신적 피로가 쌓인 사람이 많아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지 빈둥거림에 대한 인식도 조금 변한 것 같다.〈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도 빈둥거림으로 건강을 다스렸다. 우스갯소리로 ‘귀차니스트의 효시’라 부를 만한데, 어떤 사람에겐 한심해 보이는 게으름이 그에겐 둘도 없는 휴식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게으름을 즐긴 연암


연암의 몸은 비대하고 더위를 잘 타는 편이었다. 연암이 연암골의 더위를 피하여 서울 집에 혼자 와 있을 때의 생활을 묘사한 기록이 〈수소완정하야방우기酬素玩亭夏夜訪友記〉에 나온다.

“나는 본디 성품이 게으른데다가 이 철에는 더욱 게을러져 경조慶弔의 인사치레도 전폐하는가 하면 며칠씩 세수도 안 하고, 열흘 동안이나 망건도 안 쓴다. 졸다가 책 보고, 책 보다가는 졸고 해도 아무도 깨우는 사람이 없다. 그래 진종일 자기만 하는 날도 있었다. 더러는 글도 쓰고 혹은 새로 배운 철금鐵琴을 뜯기도 한다. 술이 있으면 취하여 자화자찬하기를…… 옛 명인의 장점과 특점을 한 몸에 지닌 나야말로 성인이라 할 만하다.”

이 시기의 연암은 옛 선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스스로 일탈하여 평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살기를 작정했는지 모른다. 늘 바쁘게 살던 사람은 가끔은 긴장을 풀고 게으름을 부릴 필요가 있다. 독일의 페트 악스트 교수는 마라톤이나 스쿼시 같은 운동 대신 게으름을 피우거나 낮잠을 자는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직업적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과 장수의 비결로 목표 없이 부리는 게으름을 꼽았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면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지적하며 근무 중에 긴장을 풀고 걷거나 적당히 운동할 것을 권했다. 자유로운 시간의 절반 정도는 그냥 낭비하면서 게으름을 즐기는 것이 ‘건강처방전’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든 연암의 생활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 아닐까. 진정한 인간관계라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하면 그만큼 상실감도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그렇게 지내면 모를까, 일상생활은 너무 게으르게 안일하게 지내도 좋지 않고, 반대로 너무 숨 가쁘게 바쁘게 지내도 좋지 않다. 역시 중용이 제일인 것이다.

술과 연암

연암은 빈둥거리길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진 않았다. 연암은 젊었을 때 자기 통제를 철저히 해서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과거를 단념하고 산수를 유람할 때부터 술을 즐겼다. 그래서 벗들과 어울려 글 짓고 술 마시며 노는 일이 꽤 있었다. 하지만 연암골에서나 가끔 취했을 뿐 평소에는 취하지 않았다. 또한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마시고 싶은 술을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이런 집안 사정과 관련된 연암의 술 이야기가 있는데, 읽어볼 만하다.

부인이 집에서 탁주를 조금 빚어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꼭 석 잔 술을 차려 주었다. 한 잔은 주인인 연암이, 두 잔은 손님이 마시도록 한 것이다. 어느 해질 무렵 잔뜩 술이 고파진 연암이 길 가던 젊은이를 불러 세웠다.

“자네, 나 좀 따라오게.”

어리둥절한 젊은이를 사랑으로 데리고 들어오자 뒤이어 초라한 술상이 나왔다.
“자네, 술 마실 줄 아는가?”
“못 마십니다.”


감히 장자 앞에서 술 마신다고 나설 수가 없어서 사양하자 연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다 마심세.”

그리고는 연거푸 석 잔을 달게 마시고 나더니 “이제 자네는 가 보게.”
하면서 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돌아온 젊은이가 이 얘기를 하자 부친이 물었다.
“그 어른이 뉘신 줄 아느냐?”
“점잖으신 분인데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연암 선생이시다. 손님이 와야 부인이 술상을 봐주니, 너를 데려간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또 일어서신 것은 한 사람 더 청해 보려고 그랬을 것이니라.”


이처럼 술을 즐겼던 연암이지만, 빈둥거리며 유유자적하면서도 생활에서 결코 과하게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술이 연암의 건강을 나쁘게 하진 않았다. 우리가 ‘술’하면 을사오적에 비길 만큼 건강을 망가트리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조금씩 마시는 술은 건강관리에 보탬이 된다. 조금씩 필요한 만큼 마시는 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술은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고 장위腸胃를 따뜻하게 하며 풍한을 물리치고 독을 풀어주며 근심을 없앤다.’고 기술하고 있다. 대부분이 그 맛에 취해 마시다 보면 과하게 마시기 십상이라 그렇지, 술로도 건강을 보양할 수 있다.

연암의 평소 습관
연암은 평소 잠이 적었다. 매양 자정을 지나 닭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취침하였으며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일어나면 반드시 창문이랑 방문을 활짝 열었는데 눈 내리는 날이나 얼음이 언 추운 아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때로는 말없이 앉아 생각에 잠기거나 때로는 이리저리 산보하기도 하다가 동이 트면 세수하고 갓을 쓰고 자리에 앉았다. 집안의 남녀노소가 모두 연암의 태도에 익숙해져 잠을 적게 잤다. 옷과 이불에 두꺼운 비단을 쓰지 않았으니 한겨울에 입는 옷이 서민의 가을 옷처럼 얇았고, 이불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시 열성 체질이라 그렇게 하는 것이 몸에 편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노년기에 접어들면 찬 기운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 않다. 50세가 넘으면 양기가 줄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도 나이가 들수록 늘려야 한다. 밤잠이 적으면 낮잠으로라도 보충해야 하는 것이다.

배우자와 친구가 있어야 장수할 수 있다

USA 투데이에 의하면 배우자를 일찍 여의면 연애 상대라도 가질 것을 권했다. 한 마디로 결혼한 사람이나 주위에 친구가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이다. 배우자, 자녀, 친구, 이웃 등과의 친밀한 관계는 그만큼 마음을 편안케 해서 수명을 연장시킨다.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영호 교수팀이 1998년부터 6년간 30세 이상 성인 5,4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6배 높았다고 한다. 미국 시카고대학 노화센터 린다 웨이트 박사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기혼 남성은 건강한 심장을 가진 독신 남성보다 4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나타났다. 아내와 함께 사는 남성은 매일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 이혼 남성만큼 오래 산다는 연구도 있다. 장수하는데 있어 친구도 빼 놓을 수 없다. 호주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1,477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교우관계가 가장 좋은 492명은 하위 492명에 비해 22퍼센트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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