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암에 걸린 당신은 축복 받았습니다? - 『긍정의 배신』

당신이 품고 있는 긍정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 ‘긍정’이라는 단어는 본래 좋은 뜻이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런 사회적 관계들은 수많은 질병의 위험인자인 우울증의 방어막이 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저/전미영 역 | 부키
긍정주의는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 태동하여 신복음주의 교회 및 기업계와 결합하면서 발전했다. 구조 조정이 일상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려 기업이 선호하는 강력한 신념 체계로 자리를 잡은 긍정주의는 영어권에 이어 중국, 한국, 인도와 같은 성장 국가들로 확산되었다. 긍정은 위기의 징후에 눈감게 만들어 금융 위기를 비롯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실패의 책임을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림으로써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긍정’이라는 단어는 본래 좋은 뜻이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런 사회적 관계들은 수많은 질병의 위험인자인 우울증의 방어막이 된다. 또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는 마음, 자신감 등 긍정적인 감정은 수명을 늘려주고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각 나라 사람들의 상대적 행복도를 측정한 결과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23위에 머물렀다. 이 책은 미국에서 긍정적 사고가 거의 강박관념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 세계로 확산된 ‘긍정교’는 불편한 사회 현실들을 외면하고 긍정을 강권하며 실패의 책임을 각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렸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중독성 강한 메시지는 자본주의와 동행하고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려 기업이 선호하는 신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어권에 이어 중국, 한국과 같은 성장 국가들로 퍼져 나갔다.

책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으로 시작한다. ‘암은 축복’이라는 식의 극도의 긍정적인 태도와 유방암 캠페인을 목격하면서 사회 속에 파고든 긍정 산업의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때부터 『시크릿』, 『긍정의 힘』 등 세계적인 자기계발서 속의 긍정 메시지와, 동기 유발 강사들과 기업 간의 커넥션 산업, 초대형 교회의 설교,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까지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개인의 책임을 점점 더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면 백수 청년들이나 구조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 보장의 미비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자책하고 동기 유발에 더욱 매진한다거나, 교회의 신복음주의가 전하는 설교는 ‘하느님은 사람들이 번창하길 바라신다’는 ‘긍정신학’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또한 긍정주의는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문화를 조장하고, 긍정을 맹신하면서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경제 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진단한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에서 약 3천만 명의 노동자가 실업하는 사이에 동기유발 산업은 급격히 번창했다.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미국에서 천만 부가 넘게 팔렸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대량 구입해 직원에게 나눠준 것이라고 한다. 1994년 통신회사 AT & T는 2년 동안 1만5천 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당일, 직원들을 동기 유발 행사에 보냈다. 리먼브라더스의 자산 책임자였던 마이크 겔밴드는 2006년 말 부동산 거품을 감지하고 CEO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가 해고되었고 그로부터 2년 뒤 리먼은 파산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책은 무조건적인 긍정주의의 폐해에 맞서기 위한 대안으로 ‘주의 깊은 현실주의’를 내세운다. 행복과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는 대책없는 긍정적 사고의 환상에서 깨어나,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현실의 위험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은 한국 사회의 긍정 이데올로기를 또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194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나 록펠러 대학에서 세포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 빈민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 전업 작가로 나선 그는 미국 저임 노동자들의 암울한 상황을 직접 체험해 고발한 『Nickel and Dimed』로 명성을 얻었다. 1998년 미국휴머니스트협회에 의해 '올해의 휴머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썼고 현재 『뉴욕 타임스』 『타임』 『하퍼스』 『네이션』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김희조 (인문, 역사와문화, 사회 담당)

인문, 역사와문화, 사회 담당. 한 해 한 해 흘러갈수록 깜짝 놀랄 일도 많지 않고, 매우 기쁘거나 엄청 슬픈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책’이 안겨주는 무한한 감동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 중이다. 그림이 예쁜 그림책을 편식하는 편이고, 요즘은 아날로그적인 어떤 것들에 부쩍 열광하며 지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7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저/<전미영> 역12,420원(10% + 5%)

유쾌한 사회 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쳤다. 출간 직후 단박에 미국 아마존 사회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독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주의는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 태동하여 신복음주의 교회 및 기업..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