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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진중함, 그리고 10대 감수성의 미학 -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 <The Spirit Room>

거의 할아버지(?)뻘인 산타나와 함께 「Game of love」를 부르던 미셸 브랜치를 기억하시죠? 당시 아이돌 음악이 팝계를 뒤흔들고 있을 때쯤 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당당히 록 스피릿을 외치던 미셸 브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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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할아버지(?)뻘인 산타나와 함께 「Game of love」를 부르던 미셸 브랜치를 기억하시죠? 당시 아이돌 음악이 팝계를 뒤흔들고 있을 때쯤 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당당히 록 스피릿을 외치던 미셸 브랜치. 그의 데뷔작은 록의 진중함, 그리고 10대의 감수성이 적절히 결합 되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Everywhere」, 「All you wanted」등 그 멜로디는 달콤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들려준 미셸 브랜치의 1집입니다.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 <The Spirit Room> (2001)

사람들은 2002년의 베스트 싱글 중 하나인 산타나(Santana)의 「Game of love」에서 노래를 부른 신인 여가수를 궁금해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당돌하고 여유롭게 리듬을 타면서 노장 에게 위축되지 않고 기타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으로 기억된 이 검은 머리 아가씨는 1년 전인 2001년에 이 데뷔앨범 <The Spirit Room>으로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다.

산타나와의 협연으로 그래미 수상과 전국구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1983년 생 미셸 브랜치는 18살이던 2001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 엔싱크(Nsync) 등 댄스 팝으로 정의되는 아이돌 음악의 판도에 ‘록 아이돌’의 시작으로 당찬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기타를 다루며 자신의 곡을 창조할 줄 아는 싱어 송라이터라는 이점과 록의 진지함과 포크의 온화함 그리고 10대 소녀의 상큼함까지 모두를 포괄하는 다양한 음악적 접점은 같은 또래의 아이돌 스타와 구별되는 특화된 경계선이었다. 2002년에 등장한 ‘쇼핑몰 펑크’의 시조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나 그 노선을 따르는 애슐리 심슨(Ashlee Simpson), 힐러리 더프(Hilary Duff),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모두 미셸 브랜치로부터의 채무에서 열외 되지 못한다.

2000년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수재(手才) 레코드 <Broken Bracelet>를 들은 형제 그룹 핸슨(Hanson)이 자신들의 공연 오프닝에 미셸 브랜치를 세웠고 이 무대를 본 메버릭 음반사 관계자로부터 관심을 받아 사인하면서 미셸 브랜치는 차세대 아티스트로 낙점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캐나다 출신의 댄스 팝 가수 앨라니스 모리세트(Alanis Morissette)를 로커로 변신시켜 재미를 본 마돈나(Madonna)의 레이블 메버릭은 2001년에 미셸 브랜치의 메이저 데뷔앨범 <The Spirit Room>으로 다른 아이돌 가수 또래의 록커를 발굴하면서 트렌드 조성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쥬얼(Jewel)이나 리사 롭(Lisa Loeb) 같은 1990년대의 모던 포크 싱어 송라이터에게서도 영향을 받은 미셸 브랜치의 출발선은 어쿠스틱한 포크 성향의 팝이었지만 <The Spirit Room>의 제작을 맡은 명 프로듀서 존 생크스(John Shanks)는 록의 열기를 내재한 얼터너티브 팝록 음반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바로 여기가 음악 역사에서 아이돌 댄스 팝과 아이돌 록이 분리, 명문화되는 지점이다.

깔끔한 기타와 록의 응집력쳀 자연스런 「Everywhere」는 싱글 차트 12위를 기록하며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노래는 대부분에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밝힌 미셸 브랜치의 신념은 ‘어디에 있든 당신이 있어서 나는 외롭지 않다’는 이 곡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애정과 연민의 대상에게 수줍은 소녀처럼 소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두 번째 싱글 「All you wanted(6위)」에서는 ‘네가 원하면 너를 구해줄 수 있어. 나는 여기서 너를 데려갈 수 있어’라는 동양 여성의 보호본능을 담은 모성애는 인도네시아 혈통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오리엔탈적 감성마저도 담고 있다. 미국에서 6위까지 진출한 이 곡은 그래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더 큰 피드백을 형성했다. 동양의 감성과 쿠스코(Cusco) 스타일의 남미 민속음악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이 묘한 감정을 끌어내는 「Here with me」 역시 혈통의 인력(引力)에 귀속되는 트랙.

리듬의 시대라는 대세를 반영한 듯 비트를 강조한 「You set me free」와 「If only she knew」, 「Here with me」에서도 미셸 브랜치는 리듬과 선율을 자유롭게 호흡하며 나이를 앞서가는 원숙함을 표현한다. 에코 효과와 트립합 비트로 바다 속 심연을 유영하듯 신비함을 펼친 「Drop in the ocean」은 앨라니스 모리세트의 소포모어 앨범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의 전체 분위기와 닮아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파워 코드를 사용해 록의 응축된 폭발력을 발산한 「Everywhere」와 「All you wanted」를 싱글로 커트한 미셸 브랜치는 ‘록 스피리트’를 드러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같은 메버릭 출신인 앨라니스 모리세트의 후계자로 여기지만 조금 더 보편적인 팝의 흥겨움을 선호하는 미셸 브랜치는 자폐적이고 자학적인 1990년대의 그런지 시대를 겪은 2000년대의 새로운 청사진이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28위를 기록한 <The Spirit Room>의 성공은 크지도, 화려하지 못했지만 이후 산타나와의 두 번에 걸친 협연(「Game of love」와 「I'm feeling you」)과 2집 <Hotel Paper>의 앨범 차트 2위라는 쾌거는 이 음반에서 시작한다. <The Spirit Room>은 2000년대에 활동하게 되는 젊은 여성 아티스트에게 록의 위대한 역사적 대물림과 음악의 소박한 미학, 현실을 반영하는 시대성 모두를 제시하며 고정관념으로 경직된 음악계를 실력으로 파기한 해빙기 같은 작품이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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