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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욕망은 인간의 본능, 일부러 피하지 마세요!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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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말씀하셨던 바로 그 불우한 사랑의 이야기예요.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에서 했던 이 대사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충동적으로 선택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것이 정말 확실한 감정이라고 느낄 때는 그렇겠지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말씀하셨던 바로 그 불우한 사랑의 이야기예요. 평범한 결혼 생활 속에 파묻혀 버린 중년의 여인에게 어느 날 문득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여자는 그로 인해 자신이 초라하지 않은,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같이 이곳을 떠납시다”하고 남자는 제안합니다.
“아무리 멀리가도 늘 마음에 걸릴 거예요. 우리가 함께 할 모든 순간에… 당신을 택한 대가가 너무 고통스러울 거예요.” 이십 대 중반에 본 영화인데, 다시 보니 이제 여주인공 메릴 스트립과 내 나이가 그럭저럭 비슷해져 있군요. 비가 슬프도록 주룩주룩 내리는데, 여자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창밖으로 그 남자가 기다리는 모습을 봅니다. 떨리는 손으로 차문의 손잡이를 잡습니다. 당장이라도 열고 나가고 싶지만…

평생 짊어질 죄책감이 확실한 감정보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미련은 또 어찌하나요. 이런 착잡한 심경을 그림으로 한번 볼까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번존스(Edward Burne-Jones, 1833-98)가 그린 「마리아 잠바코」입니다. 헤어질 비장한 결심을 한 채 연인의 모습을 흡입하듯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캔버스에 담았어요.

에드워드 번존스, 「마리아 잠바코」, 캔버스에 유채
1870, 76.3x55cm, 클레멘스 젤스 박물관, 독일

그림속의 주인공 잠바코는 영국인들이 가장 신비롭게 생각하는 그리스 혈통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에요. 런던에서 조각가로 활동하던 중 번존스의 부탁으로 모델을 서기 위해 그의 작업실을 자주 드나들게 됩니다. 둘은 화가와 모델이라는 보고 보이는 관계를 넘어서서 점점 보고 싶어 못 견디는 사이로 발전해갔어요.

하지만 번존스는 잠바코로 인해 안정된 가정을 깰 수는 없었어요. 아내 조지아나는 친구의 여동생으로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청혼하여 4년 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내에게 유일한 남자는 오직 남편뿐이고, 아내의 모든 추억은 남편과 두 아이에게 있다는 것을 번존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요.

이별통보를 듣고 잠바코는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생일선물 삼아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것이었어요. ‘다시는 눈도 마주치지 말자’ 하고 결심했던 번존스는 또다시 마음이 뒤숭숭해집니다. 잠바코의 커다란 두 눈이 정말이지 애처롭게 상대를 갈구하고 있네요. 곧 눈물이 맺힐 것만 같은 표정이에요. 옆에는 침울해진 사랑의 신 큐피드가 떠나려고 등을 돌리고 있고, 그림 오른편에는 슬픔을 뜻하는 파란 수선화가 그려져 있군요.

번존스가 꽃말이 있는 꽃을 종종 그림 속에 그려 넣었듯,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들은 편지를 쓸 때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꽃이나 풀을 말려 편지지에 붙이곤 했는데요. 편지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라도 집집마다 꽃말사전 하나쯤은 기본으로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이 꽃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는 구애하는 남자가 가장 즐겨 쓰는 대사였다고 하네요.

잠바코에 대한 번존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꽃, 흰색 꽃박하(White Dittany)가 단서이지요. 이 꽃은 보통 ‘크레타 섬의 꽃박하’라 불리면서, 지중해의 열정을 상징한답니다. 크레타 섬은 잠바코가 그리스에서 온 여인이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열정이라는 꽃말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지요.

물론 꽃말을 알지 못하더라도 연애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 없습니다. 꽃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니까요. 꽃을 건네는 것은 곧 향긋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랍니다. 좀 더 상대를 유혹하고 싶으면, 꽃보다는 잘 익은 과일을 건네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그림 속에서 과일을 팔거나 과일바구니를 안고 있는 사람은 농염한 성적 유혹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화가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1610)가 그린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이 그 한 예에요.

카라바조,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 캔버스에 유채
1593, 70x69cm, 보르게제 미술관, 로마

상대방을 게슴츠레 쳐다보는 욕망에 찬 눈, 약간 벌어진 입, 드러난 어깨, 그리고 목의 패인 쇄골부분이 강조되는 자세는 매우 관능적으로 보이지요. 반드시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미소년에게 여성적인 역할을 맡게 하고 시중을 들게 하는 경우는 당시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과일이 무르익어 과즙이 촉촉하듯, 이 소년은 지금 성적으로 무르익어 관능적으로 풍만한 상태라고 볼 수 있지요.

과일 중에 유혹을 대표하는 것은 에덴의 사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유혹의 배후에는 금기(禁忌)가 도사리고 있어요. 여기 있는 모든 것을 향유하여라. 단 이 과일만큼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느니라. 오, 신이여. 유독 그 과일에 엄청 신경이 쏠리니 이를 어쩌지요? “금지된 것은 곧 욕망의 대상이다”라고 프로이트는 『종교의 기원』에서 언술한 바 있습니다. 금기와 욕망은 늘 타협될 수 없는 갈등 관계에 있어요. 금기는 의식적으로 지켜야 하지만, 욕망은 무의식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에요.

탐닉이 교회법으로 엄격히 금기시 되어 있던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부부사이에서조차도 욕망은 그리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결혼 후 한 달 동안 여자는 죄인처럼 성당 출입을 삼갔다고 해요. 그 기간 중에는 고해를 한다 해도 바로 또 ‘죄’를 범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금기는 욕망을 부르고, 욕망은 죄책감을 야기하는 모양입니다. 가령 혼자 사는 여자가 새로 만난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잔다고 합시다. 이런 건 서양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인데요. 다음날 아침이 되어 아들이 엄마의 침실로 들어오지요. 아이는 엄마를 흔들어 깨우며 “마미, 아임 헝그리”라고 말해요. 여자는 조금 당황한 채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을 찾아보라고 대충 대답해 버립니다. 욕망의 현장에 아이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뭘까요? 주인공에게 야릇한 죄책감을 씌우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영화 <안티 크라이스트>(2009)에서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극대화시킵니다. 부부가 둘만의 쾌락에 탐닉하고 있는 동안, 두 살 먹은 그들의 아이가 옆방에서 사고로 떨어져 죽어요. 마치 옳지 않은 욕망으로 인해 천벌이 내렸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듯, 영화는 욕망의 절정과 죽음의 순간을 절묘하게 교차시키지요. 아이의 장례를 치른 후 부부의 일상은 자책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지고 맙니다. 영화 속 카메라의 시선은 인간이 스스로 파멸되어 가는 모습을 악마가 즐기듯 조명하지요. 이야기가 너무 심각하게 흘렀나요? 결국 인간은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혹과 금기에 대해 관대한 신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던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가 그린 「술 마시는 바쿠스」를 보세요.

귀도 레니, 「술 마시는 바쿠스」, 캔버스에 유채
1623, 56x72cm, 드레스덴 미술관, 독일

오호, 와인 통 옆에 턱하니 기대어 앉은 투실투실한 술의 신 바쿠스가 한편으로는 와인을 마시고, 다른 한 편으로는 오줌을 싸고 있군요. 그 어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제 맘대로 살고픈 이 어린아이야말로 본능대로 사는 신이고, 본능을 이해해주는 신이기도 합니다.

종종 바쿠스는 술을 한 잔 권하며 인생은 짧은 거라고, 세상 뭐 별 거 있냐고, 왜 빈약해빠진 너희의 의지에 삶을 몽땅 거느냐고 조롱하듯 묻습니다. 때로는 감정 가는대로 내맡기라며 지그시 눈웃음을 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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