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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와 상반된 사랑을 나누는 남자 - <천일의 스캔들>

나를 일으키는 관계, 나를 지우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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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은 내 안의 다양한 나, 그리고 다른 내 모습을 이끌어내는 관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두 가지 사랑, 두 가지 관계

 

영화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은 내 안의 다양한 나, 그리고 다른 내 모습을 이끌어내는 관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공존한다. 그 가운데 어떤 모습은 건강하고 매력적이며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창조적이지만, 또 어떤 모습은 병적이고 못났으며 추하고 파괴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은 ‘관계'라는 장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우리 안의 이런저런 모습을 탐색하고, 실험하고, 가꾸고, 고쳐나간다.

관계를 통해 나타난 다양한 내 모습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좋은 관계를 많이 맺을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좋다’고 느낀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많이 맺어야만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는 이 질문에 좋은 대답을 해준다. 좋은 관계란 바로 우리 안의 건강한 모습은 키워주고, 병리적인 모습은 완화시키는 관계를 말한다는 것이다. 좋은 관계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더 닮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장인 셈이다. 반대로 나쁜 관계란 나를 더 추하고 파괴적이며 병적으로 만든다.

영화의 배경은 정치적 암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영국 왕실이다. 이때 헨리 8세가 두 자매와 맺는 두 가지 모습의 사랑은 한 사람 안쟀 다양한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영화 속 그의 사랑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좋은 관계이고 무엇이 나쁜 관계인가 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 듯하다.

일러스트 : 박정은(//www.jung-park.com)

탐욕과 자기애에 빠진 권력자
영화 속 헨리 8세와 그가 맺는 관계를 살펴보자. 굳이 진단을 내리자면 헨리 8세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와 편집성 인격 장애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그가 불린 가의 두 자매와 어떤 방식으로 다른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묘사한다. 완전히 상반된 성격과 야심을 가진 두 자매는 그에게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끌어낸다.

메리를 사랑할 때의 헨리와 앤을 사랑할 때의 헨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만 같다. 메리와 함께 있을 때는 부드럽고 다정하며,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누군가가 잘못해도 용서할 줄 알며, 메리를 깊이 신뢰하기에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도 메리의 말을 믿는다. 앤이 이전에 다른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한 것이 밝혀졌을 때도 메리의 말을 따라 앤을 믿어주기로 한다. 그가 메리와 관계를 맺는 순간에는 건강하고 인간적인 부분이 발현되는 것이다. 반면, 그가 앤과 함께 할 때의 모습은 불안정하고 병리적이다. 그와 앤의 사랑은 불같이 열정적이지만 성마르고 난폭하다. 그 관계 속에서 헨리 8세는 조급하고 갈구하고 파괴적이며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 나쁜 대상과의 나쁜 관계 속에서 그는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헨리 8세가 두 자매와 맺는 관계는 그가 가진 극단적으로 다른 두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메리가 그의 건강한 부분과 손을 맞잡고 관계를 맺어갔다면, 앤은 그의 연약하면서도 악한 부분을 건드리며 관계를 진행시켰다. 그런 관계가 지금은 잠시 우리를 유혹하고 감질 맛나게 해도 마지막에는 비극으로 끝나게 마련이다. 결국 헨리 8세는 앤을 사형대 위로 내몰게 되고, 메리는 그 모습을 안타깝고 처연하게 지켜본다.

좋은 관계, 좋은 너, 좋은 나
‘관계'라는 판 위에 우리는 우리 안의 다양한 모습을 투영한다. 그런 점에서 나와 관계하는 이 세상의 모든 대상은 나를 담는 화분이라 할 수 있다. 화분이 단단하고 믿음직스럽게 우리를 품어줄 때 우리 안의 건강한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반면에 불안정하거나 물이 빠지지 않는 화분은 새싹의 뿌리를 썩게 만든다. 따라서 내 안의 어떤 모습을 키워주는 누구를 만날 것인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나를 키우는 관계도, 나를 넘어뜨리는 관계도 있으니 말이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나쁜 관계는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더 많은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우리 안의 나쁜 모습은 지워지고 우리는 더 건강해지며 더 행복해진다. 악덕한 권력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긍정적이고 부드러우며 인간적인 내면을 끌어내는 좋은 관계인 셈이다. 나의 건강한 부분을 붙들어주고, 건강한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키워주는 좋은 관계, 좋은 사랑, 그것은 영화 속 헨리 8세에게만 필요했던 것이 아닐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좋은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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