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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 앓는다면?

<뷰티풀 마인드>, 우리 안의 광기와 공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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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천재들은 외톨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시샘과 경의와 경악을 자아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 때문에 남과 다른 사람이 되어 무리 속에 섞이지 못하곤 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외로운 천재, 그들의 광기

 

세상의 많은 천재들은 외톨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시샘과 경의와 경악을 자아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 때문에 남과 다른 사람이 되어 무리 속에 섞이지 못하곤 한다. 놀라운 집중력과 능력으로 정상에 오를지라도 인정받을 뿐 이해받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로운 그들은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 광기에 휩싸이기도 쉽다.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이 ‘미친’ 사람이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신질환에는 왜 걸릴까?
영화는 존 내시(러셀 크로 분)의 대학원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그에게는 지진아라는 딱지가 따라다녔고, 보살펴주는 사람 없이 책에만 파묻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그의 대학원 시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시절 그는 이 세상을 모조리 숫자와 공식이라는 렌즈로 살펴보며 연구와 논문에만 열을 올린다. 가깝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도 없는 것 같고, 다른 학생들처럼 데이트에 열중하거나 감정을 주고받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철저하게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고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성과 논리의 원칙에만 몰두한 나머지 감성과 정서가 메마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어느 순간, 그는 실제와 환상을 구분 못하고 망상과 환영,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정신분열 증세는 이 시기에 발병하기 시작한다. 그의 억압하고 부인하던 욕구, 그리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불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세 개의 망상으로 형상화된다.

그에게 나타난 세 사람의 환영을 보면 정신질환이 왜 발병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정신질환은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를 견딜 만한 내적인 힘과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외적인 힘이 부족할 때, 동시에 그 사람이 자신의 이런저런 감정적 욕구를 억압하고 부인할 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면 어떤 부분에 과도한 에너지를 투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극에 달해 압도적이 되면 이때 우리의 내면은 정신질환에 취약해지고 이상과 현실, 망상과 실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해낼 힘을 잃게 된다.

일러스트 : 박정은(//www.jung-park.com)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정신질환은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킨다. 현실과 환영을 구분할 힘이 없어진 영화 속 존 내시는 마치 건물의 중심 골격이 허물어져 내려가듯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것은 그만이 아니다. 그의 아내와 아이 역시 이제 그를 의지할 수 없다.

절망에 빠진 아내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나를 해칠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런데 그는 이 질문에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다른 남편들처럼 “말도 안 돼!”라며 펄쩍 뛰지 못한다. 제어할 수 없는 힘에 붙들려 통제력을 잃어버린 그는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그를 떠나지 않고 헌신적으로 그를 보살핀다. 남편을 결코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믿어주고, 믿었다가 다시 절망하는 순간이 와도 또 다시 그를 믿어준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희망만은 저버리지 않고 그의 곁을 지킨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절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되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옆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우리, 함께하는 세상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도움을 청하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많은 사람들은 혼란을 겪는다.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 것일까,’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상담으로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진료 기록이 남아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들게 마련이다. 특히 타인의 시선과 몰이해는 필요한 순간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처음에 손을 잡아줄 사람,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마음의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 돕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미 정신질환이 발병해서 손쓸 수 없는 상태인 듯 보였던 존 내시 박사조차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인류에 큰 공헌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단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한층 의미심장하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는 우리 마음속 어려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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