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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을 며느리로? 어림도 없지!

가족이란 정서의 환기 <위험한 상견례> vs <미트 페어런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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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까칠한 장인과 대결하며 고군분투하는 사위의 이야기를 다룬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3편과, 지역감정에 기초한 상견례의 소동을 그린 <위험한 상견례>가 비슷한 소재...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까칠한 장인과 대결하며 고군분투하는 사위의 이야기를 다룬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3편과, 지역감정에 기초한 상견례의 소동을 그린 <위험한 상견례>가 비슷한 소재, 코미디라는 장르의 유사성을 가지고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소동의 원인도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새롭게 들어오는 이질적인 ‘가족 구성원’에 대한 경계와 마찰, 그 속에 담긴 소동과 따뜻한 정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작품은 비슷한 소재 안에 가벼운 웃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속에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가족’이라는 묵직한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대 영화


고부갈등은 옛말? 이제는 장인, 장모 눈치를 봐야하는 사위들이 많아졌다. 이런 시대를 반영하며, 달라진 시대를 살짝 비틀면서 웃음을 주었던 <미트 페어런츠>는 1편의 세계적 성공에 힘입어, 어느새 3편까지 이어지는 인기 시리즈가 되었다. 얼핏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소재는 중량감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설득력 있는 에피소드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트 페어런츠> 1편은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한 벤 스틸러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였다. 다소 거친 미국식 유머는 한국적 정서와 겉도는 면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한 사위의 진심은 큰 공감을 얻어냈다.

시리즈의 1편이 전직 CIA 요원 출신인 괴팍한 예비 장인 잭(로버트 드니로)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레그(벤 스틸러)의 고군분투를 담았다면, 2편은 결혼을 앞둔 번즈 패밀리(로버트 드니로, 블라이스 대너)와 퍼커 패밀리(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요절복통 상견례를 다뤘다.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세 번째 이야기는 이미 결혼한 상태의 사위와 장인의 대결 구도를 그리기 위해 색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미트 페어런츠 3>는 의심 많은 장인으로부터 인정받아 가문의 주인으로 거듭나려는 허술한 사위의 대결을 그 중심에 담는다. 사위의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하기만 했던 장인에게 그레그가 받은 특명은 바로 가문의 주인 ‘갓퍼커’가 되라는 것. 잭은 마침내 그레그를 사위로 인정하게 된 것일까?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는 ‘가문의 주인이 되기 위한 유쾌한 빅 매치!’라는 카피와 함께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사위를 감시하는 장인 잭과 더 이상 질 수만은 없다는 도전적인 눈빛의 사위 그레그의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을 예고하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사위의 역습’이라는 부제는 ‘내 집안은 내가 지킨다!’는 ‘그레그’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업그레이드 된 스토리와 코믹코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송새벽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예비 장인, 장모의 결혼 허락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1편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결혼을 반대하는 경상도 예비 처가의 승낙을 얻어내기 위해 벌어지는 전라도 한 남자 ?준(송새벽)과 다홍(이시영)의 이야기는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하다.

그동안 여러 편의 영화에서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코믹연기로 사랑 받아온 송새벽은 이 영화에서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순정남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백윤식, 김수미, 정성화, 박철민 등 씬 스틸러로 각광받는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다. 무뚝뚝한 경상도 예비 장인 백윤식은 특유의 딱 잡아떼는 듯한 무심한 연기로 김수미와 코믹 호흡을 담아낸다.

전라도 출신의 순정만화 작가 현준(송새벽)은 경상도 출신의 다홍(이시영)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을 이루기에는 지역감정의 벽이 너무 높다. 다홍의 아버지는 전라도 출신이라면 치를 떨고 현준의 아버지도 경상도 처녀를 며느리로 볼 생각이 전혀 없다. 다홍에 대한 사랑을 거둘 길이 없는 현준은 서울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다홍의 집으로 찾아가 유려한 서울말과 곰살맞은 행동으로 장인 장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지만, 소동은 이제 시작이다.

3김(金)의 분화로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가던 1980년대 말을 배경으로, 전라도 남성과 경상도 처녀의 좌충우돌 결혼기를 다루는 복고 코미디의 형태를 취한다.


지역감정이라는 소재는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위험한 상견례>는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아기와 나>, <청담보살> 등의 영화에서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내공을 쌓은 김진영 감독은 코미디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층 여유로워진 연출 스타일을 선보인다. 김진영 감독은 얼핏 <가문의 영광>의 아류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는 상투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색을 살리되, 지나치게 희화하지 않는 균형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애초 조폭 코미디로 구성되었던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해, 양 집안의 개인사를 야구와 연결시키는 전략을 선택한다. 게다가 급부상하고 있는 연기자이지만, 주인공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송새벽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모험을 택하지만, 송새벽 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잡아내면서 떠들썩한 에피소드에 캐릭터 코미디의 가능성까지 담아낸다.

80년대의 느낌을 살려낼 수 있는 배경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CG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층빌딩과 거리 간판도 CG를 통해 모두 수정했다니, 디테일한 장면에 신경 쓴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역감정을 다루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용서와 화해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공감을 끌어내는데 무리가 없다. 통 웃을 일 없는 요즘, 관객들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로 그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크다. 영화의 너무 정직하고 착한 메시지가 느긋하게 즐기기엔 다소 불편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배우들의 앙상블과 복고적 감성은 영화를 충분히 즐길만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배우 vs 배우


<위험한 상견례>는 한국 영화의 씬 스틸러로 각광받은 ‘미친 존재감’ 배우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다. 현준의 아버지 세동 역할의 김응수는 극중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인물로 나와 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친다. 김수미는 다홍의 어머니 춘자 역을 맡아 친절하고 세련된 역할로 변신을 꾀했으나, 비밀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져 극의 후반부에는 현준의 조력자로 큰 웃음을 준다. 현준의 형 대식 역으로 나오는 박철민은 속사포 같은 대사 처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역시 명품 조연이라는 표현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연극과 뮤지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성화는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다홍의 오빠 운봉으로 출연하여, 무뚝뚝한 경상도 말씨와 순정 만화를 좋아하는 여성 취향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매끈한 재미를 만들어 낸다.

한편 가수 박남정이 특별출연해 댄스와 함께 「널 그리며」를 열창하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야구의 해설가로 하일성이 등장해 80년대 후반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세심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가장 큰 힘을 실어야하는 장인 역할의 백윤식은 서울출신임에도 사투리 특훈을 받아, 캐릭터 살리기에 큰 열성을 쏟았다. 이시영은 애교 사투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오빠야’를 연발하며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의 하나인 송새벽은 특유의 능글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를 든든하게 이끈다.


6년 만에 돌아온 <미트 페어런츠 3>는 로버트 드니로, 벤 스틸러, 테리 폴로,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오웬 윌슨 등 전편의 할리우드 막강 출연진이 총출동하는 한편, 제시카 알바가 그레그를 유혹하는 섹시한 제약회사 직원으로 가세해 한층 강력해진 코믹시리즈의 위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할리우드의 든든한 중견배우로 여전한 저력을 과시하는 로버트 드 니로와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젊은 감독에서, 어느새 중견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는 벤 스틸러가 여전한 호흡을 자랑한다. 더스틴 호프만은 남성 갱년기에 빠진 버니 퍼커 역을 맡았다. 버니는 아내의 품에서 벗어나 플라멩코로 인생의 재출발을 꿈꾸는 로맨티스트 버니로 등장,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미중년의 모습을 선보인다.

그의 아내이자 부부 성 상담쇼의 진행자인 로즈 퍼커 역을 맡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아들 그레그 부부를 위해 흔들 때마다 음악이 나오는 뮤직 콘돔을 선물하는 엄마로 등장, 큰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전 시리즈에서 오직 팸만을 바라보던 케빈 역할로 등장했던 오웬 윌슨 역시 3편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케빈은 이번 시리즈에서 과거 수동적인 짝사랑에서 벗어나 그레그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급부상하는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할리우드 미녀배우 제시카 알바는 이번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뉴 페이스다. 그가 맡은 역할은 맑은 미소와 천진난만한 외모, 섹시한 몸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제약회사 외판원 역할을 맡아, 그레그 부부를 호시탐탐 노리는 가정의 파괴자로 등장하며,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런 매력을 선보인다.

왜 가족인가?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가족주의는 보수적이고 조금 고루하지만 그래서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두 영화는 사위와 장인의 대결이라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이야기의 곁가지들에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라는 북적거리는 조연들을 적당히 잘 버무려 놓는다. 이는 코미디를 원하는 10대, 20대에게도 복고적 감성을 느끼고 싶은 30대와 적당한 감동을 원하는 다른 세대의 관객에게도 모두 다 통하는 이야기다.

두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결국 낯선 이방인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포용한다. 각박한 핵가족의 시대에 가족애야 말로 외톨이들에게 잠시나마 안착해 보고 싶은 유토피아가 아닐까? 심심한 시골 가족담 <초원의 집>과 <전원일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우리들의 시간 속에서 같이 성장해 나갔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이란 단어는 묵직한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힘이 있다. 잊고 살지만 지워지지 않고 딸꾹질처럼 멈출 방법도 없이, 삶의 언저리로 밀어내 보아도 어느새 그 구심력으로 생활의 한 가운데로 다시 몰려오고야 만다. 그래서 이 낡은 화두는 또 새로운 껍질을 씌우면 그럴싸한 드라마가 되곤 한다. 지겨운 듯 하다가도, 그 속엔 새살처럼 돋아나는 새로운 감동이 숨어있다. 우리들의 가족사가 늘 그러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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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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