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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고 싶은 남자와 숨고 싶은 여자

<김씨 표류기>, 두 루저의 도심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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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절망과 희망 어디쯤에서 표류하는가? 그와 그녀의 심리적 표류기 - 살다보면 우리는 이런저런 절망의 순간을 맞게 된다.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삶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자살 시도자의 희망과 은둔형 외톨이의 관계 맺기

 

 

살다보면 우리는 이런저런 절망의 순간을 맞게 된다.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삶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자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학자들은 그 이유를 크게 ‘무력감(helplessness)'과 ‘무망감(hopelessness)'으로 나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밤섬에서 살게 된 남자 김 씨가 스스로 자장면을 만들어 먹는 과정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자장면을 먹고 싶은 마음에 새똥을 심어 밭을 경작하기에 이른 그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 여자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그에게 자장면을 배달시켜주지만 그는 결연히 거절한다. 이제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력감과 무망감에서 벗어나 삶을 향한 강한 희망과 의지를 품게 된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은 자신만의 가상세계에 갇힌 여자 김 씨에게 큰 용기를 준다. 지난 3년간 그녀는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유지했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좁은 세계와 규칙 속에 살며 타인과의 소통이 차단된 삶을 살아왔다. 일본에서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만큼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거나 위로받을 수 없을 때 우리는 타인과 맺고 있던 관계의 끈을 차단하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어진다. 자신을 드러내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처는 아물기보다는 처음보다 더 커지고 타인 앞에 서는 두려움 또한 점점 커져간다. 가족에게조차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했던 그녀처럼 말이다.

그녀는 사람 사이의 상처에서 최대한 안전해지기 위해 최소한의 접촉만을 유지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남자 김 씨가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말을 붙였던 것처럼, 사람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그녀마저도 관계를 향한 욕구는 어찌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녀가 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바로 ‘타인의 삶을 훔쳐보기’였기 때문이다.

클릭 하나로 모든 소통이 가능한 시기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점점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소통과 교류가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외롭고 고독하고 현실이 불만스러울 때마다 클릭 뒤로 숨어버리고 클릭을 통해 타인의 삶을 훔쳐보게 된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안의 히키코모리를 엿볼 수 있다.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을 과장된 모습으로 드러내고, 진짜 일촌보다는 인터넷상의 일촌들에게 더 친절하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맺기 꺼려하고, 리플이 없을 때마다 소심해지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위태로운 순간마다 우리에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우리 안의 히키코모리는 커갈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 속을 표류하며 현실에 부딪칠 힘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다.

사진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우리 삶은 지금 어디쯤 표류하고 있을까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그래서 더 절실해진 관계 속 소통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막다른 골목이나 절망의 벼랑 끝에 섰을 때도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과의 관계가 건재하다면 그 관계에 기대어 제대로 살아볼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hello, how are you, thank you와 같은 타인의 사소한 메시지 교류를 통해, 용기를 내어 과거는 흘려보내고 오늘을 버텨내고, 내일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스스로 희망을 개척해나갈 힘을 찾은 남자 김 씨나, 가상의 끝에서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타인이 존재함을 깨달아가는 여자 김 씨는 우리들의 표류하는 심리적 삶에 독특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은 지금 절망과 희망, 가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에서 표류하고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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