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틀리>: 뉴욕의 중심에서 미녀와 야수를 만나다!
굉장히 잘 생긴 얼굴이 포스터에서 눈빛을 뿜어낸다. 최근 개봉된 <아이 엠 넘버 포>의 주인공 ‘알렉스 페티퍼’다. <아이 엠 넘버 포>에서 보다 훨씬 매끈하다. 그의 옆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닌 여자가 있다. <하이스쿨 뮤지컬>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바네사 허진스가 그 주인공이다. 카피는 이렇다. ‘판타지의 세대교체!’ 뭔가 있어 보인다.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판타지라고 얘기하고 있다. 두 사람의 아름다움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판타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야기는 심플하다. 고전 <미녀와 야수>를 뉴욕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아버지를 둔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있다. 자기가 잘난 맛에 사는 녀석이다. 아버지는 외모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늘 이야기 한다. 외모만이 경쟁력이고, 그 경쟁력이 힘을 준다고 믿는다. 아버지의 교육 아래서 아들은 건방질 수 밖에 없다. 그의 이 같은 오만함은 마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되고, 결국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몰골의 야수가 된다. 조건은 한가지뿐이다. 1년 안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고백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모의 추악함을 극복할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흉측한 외모로 인해 모든 것을 가졌던 남자는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 버린다. 심지어 남자의 아버지마저 아들을 외딴 곳으로 유배(?)해 버린다. 그리고 순간 그녀가 나타났다. 순수하고 따듯한 미소의 그녀가. 장미꽃을 좋아하고, 명품 가방이나 보석보다는 젤리와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는 소녀다. 남자는 소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소녀의 환심을 사고 싶어 한다. 과연 남자는 여자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게 될 것인가.
주연을 맡은 알렉스 페티퍼의 비현실적인 외모는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야수로 변하기 위해 삭발을 하고, 몇 시간에 걸친 분장을 견뎌내야 했지만 사실 야수로 변한 그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본판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기라도 한 듯, 끔찍하기 보다 신선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영화가 우울하게 흐르지 않은 것은 버버리가 사랑한 남자 알렉스 페티퍼의 미모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한 소녀를 연기한 바네사 허진스는 밝고 명랑하고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꿋꿋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틴 스타로 각광 받고 있는 그녀이기에 알렉스 페티퍼와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두 사람 이외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메리 케이트 올슨은 그 유명한 올슨 쌍둥이 중에 한 명이다. 매 장면 색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패셔니스타다. 여기에 인기 드라마 <천재소년 두기>에서 두기 역을 맡았던 닐 패트릭 해리스는 이미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 되어버린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완벽한 앙상블이다.
이야기는 매혹적인 뉴욕을 배경으로(실제로 촬영은 몬트리올에서 진행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스피디한 전개를 펼쳐 보인다. 판타지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었기에 남녀의 감정이 애틋하게 생겨나고, 그 감정이 꽃으로 피기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귀여운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가득 넘쳐난다.
특히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가까워지는 부분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한국어가 뉴욕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혹은 한국 문화가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감독의 사랑은 여주인공의 핸드폰을 삼성 코비로 설정해 놨다던가, 텔레비전은 LG제품을 쓰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설정이다.
이 외에, 신나는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관통하면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자극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VANITY」나, 예고편에 사용되어 더욱 익숙한 「BROKEN ARROW」등은 귀에 달라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분명 흥얼거리게 될 요소가 충분한 노래들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미녀와 야수>의 현대판이자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알렉스 플린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작을 끊임 없이 발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의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정도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태평양을 건너온 인기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전해져, 얼마 전 북폴리오에서 원작 소설의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이미 <트와일라잇>을 잇는 판타지로 소문이 나고 있고, 당연히 조만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감정의 밀고 당김이 보다 생생하게 살아있고, 야수가 된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이 영화에서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좋고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한가지 확실 한 것은 두 매체의 시너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란 점이다.
원작도 고전소설도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바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일침이다. 영화도 그 같은 공식을 정석대로 따라간다.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쳤던 남자는 자신의 모습이 추해진 후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 안에 착한 모습을 스스로 꺼내는데 성공한다. 물론 결과는 불 본 듯이 뻔하게 흘러가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뻔하고 익숙한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봐도 흐뭇하게 웃을 수 있고 행복한 기분에 취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남녀의 예쁜 사랑을 봐 주면 된다. <트와일라잇>시리즈를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특히나 이 영화 <비스틀리>는 놓쳐서는 안될 작품임에 분명하다. 판타지의 세대교체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