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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너무 앞서 외면 받은 록 밴드 - 유 앤 미 블루 Nothing's Good Enough (1994)

처음부터 남달랐던 그들의 음악 - ‘록’이라면 ‘록 발라드’ 정도만이 사랑받던 ‘록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로큰롤’을 들고 나온 그룹이 있었습니다. ‘이승열’, ‘방준석’으로 이루어진 이 듀오는 명징하고도 질감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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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이라면 ‘록 발라드’ 정도만이 사랑받던 ‘록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로큰롤’을 들고 나온 그룹이 있었습니다. ‘이승열’, ‘방준석’으로 이루어진 이 듀오는 명징하고도 질감이 좋은 기타연주로 단번에 록 마니아들의 귀를 사로잡았죠. 그러나 조금은 앞섰던 그들의 음악은 범 대중적인 히트작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록의 명반 대열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죠. 유 앤 미 블루의 데뷔작입니다.

유 앤 미 블루 - <Nothing's Good Enough> (1994)

“야, 너 한국의 U2라고 들어봤어? 진짜 똑같더라!”
“내가 참 좋아했던 록 밴드였는데 잠깐 활동하더니 금세 사라지더군!”

바로 록 밴드 유 앤 미 블루(U & Me Blue)에 대한 얘기다. 1990년대 주류 가요시장에서 재미를 본 록그룹이라고는 신해철이 이끈 넥스트, H2O, 메이크업으로 어필했던 걸(Girl), 이윤정의 발랄함이 트레이드였던 삐삐밴드 등 소수에 불과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와 춤이 천하통일을 이루었고, 소비 집단으로 성장한 10대와 20대 초반을 자극하는 음악만이 짭짤한 돈벌이의 대상이었고 그리하여 신세대들의 취향을 공략한 상업주의 마케팅만이 살길이었다.

때문에 당시 R.ef나 룰라, 투투, 잼 등 댄스 키드들이 감당할 수 없는 스타덤으로 TV속에서 행복한 미소로 화답했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때부터 30대 이상의 세대들은 “요즘 들을 음악 정말 없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들을 토해낸다.

하지만 유 앤 미 블루는 애초부터 달랐다. 가요계에서 성공을 꿈꾸던 재미교포 출신의 해외파들로, 보컬과 기타에 능한 이승열과 방준석으로 구성된 록 듀오였다. 그들은 예쁜 마스크와 현란한 춤을 앞세운 댄스 가수들과는 분리된 그들만의 리그를 선택한다.

댄스음악 천국에 탄탄한 연주력과 비범한 보컬로 승부수를 띄웠다. 록의 불모지였던 이곳에 고무적인 일이었다. 어찌 보면 배고픔을 참아야했던 록 기수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던 상황에서 위험한 도박을 강행한 셈이다.

유 앤 미 블루의 음악에는 친숙함과 낯설음이 동거했다. 최근 유행하는 모던 록과도 일맥상통했다. 팝 시장을 뒤흔든 얼터너티브 록 성향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구 밴드의 것을 사대(事大)하여 그대로 카피한 수준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적 정서는 살리되 팝 색채 짙은 세련된 사운드와 지적인 노랫말로 무장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인텔리 록’을 선사했다.

일단 이승열의 보컬 마력이 압권이었다. 우울하면서도 격정적인 보이스는 카리스마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마치 U2의 보노를 연상시키는 듯한 보컬 메커니즘이 주효했다. 목소리의 비브라토가 뛰어났고 기교와 파워 또한 훌륭했다. 록 보컬리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거칠고 투박한 때론 찢어대는 창법과는 달랐다. 그것이 소수가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 진한 사랑의 증표였다.

음악은 기존에 유행하던, 국내에서 유독 강세였던 록발라드나 메탈 발라드 식이 아니었다. 우리 가요에서는 흔치 않던 이른바 ‘로큰롤’이었다. 웅장한 스트링 편곡과 말끔한 기타 연주, 그리고 섬세한 보컬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Nothing's good enough」는 밴드가 표출하고자 하는 음악세계를 대번에 드러냈다. 마치 광야의 대지위로 높이 날아가는 한 마리 새를 연상시키는 확장된 스케일 창출이 돋보였다.

라디오 채널에서 소폭의 전파를 탔던 「세상 저편에 선 너」에서는 U2의 기타리스트 에지(Edge)가 들었으면 울고 갔을 만큼 질감 만점의 기타 연주가 곡을 압도했다. 로큰롤을 시도한 「꽃」과 블루스를 표현한 「고백」, 그리고 「패션시대」에서 선보인 보노를 닮은 울렁이는 가성창법과 스트레이트한 기타 톤까지 당시 이들을 접했던 음악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U2를 언급했다.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의 생동감 넘치는 록 사운드 또한 U2와 흡사했다. 게다가 「영화속의 추억」과 「싫어」에서의 기타, 베이스, 드럼의 펑키(funky)함이라든지, 「Hey」나 「G」에서의 라이브에 어울릴만한 노래와 연주는 유난히 감각적이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와 흑인들의 그루브감까지 그들의 모던한 로큰롤 사운드는 분명 한국 록의 진보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들의 음악이 난해해서, ‘가요공식’을 철저히 피해가서 거부감을 느꼈다. 우리 가요는 지금까지도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쉬워야지 대중들과의 호흡이 가능하다. 유 앤 미 블루가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실패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요의 코드법과 접근법을 외도했던 것에서 비롯된다.

훗날 이승열은 “우린 고국에서 음악열정을 되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우리를 지지해준 소수 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며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국내에서의 활동에 환멸을 느낀 멤버들은 해체를 선언했고, 그것이 밴드의 마지막이었다. 이승열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그후로는 별다른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지만 방준석은 한동안 고국에서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맡으며 꾸준히 자신의 음악열정을 실험했다.

유 앤 미 블루의 1집은 시대를 앞서갔기에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비운의 걸작이다. 상황은 그렇다 치더라도 록 마니아들에게 그들은 대환영이었다. “아니, 이런 밴드가 있었냐!”고 하면서 훗날 절판되었던 그들의 앨범을 뒤늦게 찾던 음악 팬도 있었다.

세기말 국내 인디 열풍과 모던 록 밴드의 대거 출연을 암시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한국 모던 록의 선구자로서 뒤늦게 재조명되기도 했다. 일부 음악 매체에서도 유 앤 미 블루의 작품을 록의 명반 대열에 올려놓길 서슴지 않았다. 데뷔 앨범의 신선한 충격은 2년 뒤인 1996년 2집 에서 보다 진일보한다.

유 앤 미 블루는 U2를 닮아서 오히려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한 채 가요계에서 잊혀져갔다. 그들로 인해 뒤늦게 U2에 관심을 가진 팬들도 많았다. U2의 보노가 유 앤 미 블루의 음악을 듣는다면 과연 반응은 어떨까?! 값진 록 밴드였기에 그들에 대한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글 / 김정훈 (quincyjone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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