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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있는 사람을 짝사랑하는 자의 고통

괴테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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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세상을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요 -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이 편지가 당신에게 보여주겠지요. 나는 법원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사람도 별로 만나지 않으며, 혼자 걷곤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곳이 나올 때 마다 나는 이곳에 당신이 있길 바라곤 해요.


샤를로테 폰 스타인에게

June 16, 1784
Weimar, Germany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이 편지가 당신에게 보여주겠지요. 나는 법원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사람도 별로 만나지 않으며, 혼자 걷곤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곳이 나올 때 마다 나는 이곳에 당신이 있길 바라곤 해요.

나에게 좋을 정도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 다시 볼 때는 나는 훨씬 더 행복한 걸 느끼겠죠. 나는 항상 당신과 가까이 있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나를 떠난 적이 없어요.

당신 안에서 나는 모든 여자, 모든 사람의 척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 안에 모든 것의 척도가 될 만한 것들이 있지요. 그렇다고 나머지 세상이 불확실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당신의 사랑은 세상을 명확하게 만들고 있어요.

나는 정말 명확하게 남자들이 어떤지, 그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바라고, 행동하는지 그리고 즐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가진 걸 시샘하지 않아요. 그저 비교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비밀스러운 즐거움입니다. 내가 가진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보물이니까요.

당신의 집에서 당신은 내가 연애에 대해 자주 느끼는 것처럼 느껴야 합니다. 우리는 단지 제대로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들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방식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때에 이르러서야 흥미를 얻게 되지요. 왜냐 하면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싶기 때문에 좋은 남자는 순서대로 정리를 해 보고, 권리와 평화로운 규칙을 장려하는데 기쁨을 느낀답니다.

잘 있어요, 내가 천 번을 사랑한 당신.


작가소개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독일의 가장 위대한 작가중 한 사람이고, 거의 첫 번째 문학 유명인사였다.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저명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연구는 찰스 다윈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서구 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1775년 괴테는 그의 여신 샤를로테 폰 스타인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그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 본 글은 John C. Kirkland 의 위대한 남자들의 연애편지(Love Letters of Great Men) 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은 해냄 출판사에 있으며 출판사의 양해를 구해 채널 예스에 싣습니다.


서진의 번역후기

이 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네, 고등학교 때 읽은 이후로 오랜만에 읽었는데 느낌은 완전 딴판이었어요. 베르테르가 샤롯테를 향한 순수하고 열렬한 사랑은 그대로지만 책 속의 젊은이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자가 있는 사람을 짝사랑하는 사람, 어쩌면 그래서 더욱 우상화 되는 상대방, 그걸 매몰차게 외면하지 못하는 여자.

하지만 우리는 한 번쯤(어쩌면 두 세 번쯤) 이런 짝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때의 심정은 지금이나 괴테가 느꼈던 200년 전이나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편지속의 실제 연인 샤롯테는 괴테보다 연상이었고, 일곱 자녀의 엄마였으며 남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흠모는 50년 간 편지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단, 소설 속에서 처럼 괴테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 아홉명의 연인을 더 둔, 사랑에 열정적인 작가였습니다.

그녀는-아아, 천국을 이런 말로 표현해도 좋을까?-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된 이후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존경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것은 지나친 자부심일까? 아니면 사실 그대로를 솔직하게
느끼는 것일까? 로테의 마음속에 내가 들어 있음을 느낄 때에 나는 아무도 두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기의 약혼자에 관해서 그렇게 뜨거운 정열과 애정을 쏟아가며 이야기할 때면 나는 모든
명예와 지위를 박탈당하고 대검마저 몰수당한 사람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민음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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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외젠 들라크루아>,<막스 베크만> 그림/<이인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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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기행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홍성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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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안장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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