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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도 안 된 여자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 오렌지 깃발을 기념하자

엠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과 후 엠마를 데리고 남편이 운영하는 책방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 마중 나온 남편은 엠마의 이마에 입을 맞추더니 “오늘 학교는 어땠니?”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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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에 비까지 오던 날, 직장 동료들과 ‘팀워크 강화 훈련’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산속에서 오렌지색 깃발을 찾아내는 그 훈련은 (1) 단합하면 낙오자 없이 모두 성공할 수 있다, (2) 혼자 성취하는 것보다는 함께 성취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3) 기타 등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37일 동안: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저/박유정 역 | 이숲
당신의 삶이 37일 남았다면,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저자의 아버지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정확하게 37일 후에 세상을 떠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37일만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 뼈아픈 통찰을 통해 『37일 동안』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37일 동안 우리가 하루하루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후로도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늘 미래로 미루는 행복을 어떻게 지금 느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못했을 때 나무라기보다는 잘했을 때 칭찬하는 편이 10 배 이상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칭찬보다 꾸중을 더 많이 하는 이유는 유리 한 장에 돌을 얌전히
올려놓는 것보다 돌을 던지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 로버트 앨런




엠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과 후 엠마를 데리고 남편이 운영하는 책방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 마중 나온 남편은 엠마의 이마에 입을 맞추더니 “오늘 학교는 어땠니?” 하고 물었다.

“오늘 처음 시험 봤어요!”

엠마는 신이 나서 대답했다.(그 대답을 들으며 나는 엠마가 드디어 평생 치러야 하는 수많은 시험의 첫 관문을 통과했음을 알았다)

자식의 그 말에 부모로서 우리의 첫 번째 질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 두 사람은 엠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몇 점 받았니?”(아무렴!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 편이 좋아!)

그러자 엠마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30점이요!”

그 순간, 서로 시선을 교환한 우리 부부는 눈빛으로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 딸이 바보구나. 1학년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할 것 같으니, 평생 과외선생을 둬야겠구나. 대학에 가기는 보나마나 틀렸고….’

‘그건 부끄럽게 여겨야 할 점수야…’라고 말하려던 나는 기적적으로 그 말을 삼키고, 그 대신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넌 기분이 어땠어?”

나의 질문에 엠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매우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맞힌 문제가 있다는 게 정말 신났어!”

와우! 그 순간 나는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점을 인생의 목표로 삼자는 말이 아니라, 한 번씩 자신이 거둔 성공을 돌아보고 그것을 자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에 비까지 오던 날, 직장 동료들과 ‘팀워크 강화 훈련’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산속에서 오렌지색 깃발을 찾아내는 그 훈련은 (1) 단합하면 낙오자 없이 모두 성공할 수 있다, (2) 혼자 성취하는 것보다는 함께 성취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3) 기타 등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최 측에서 의도한 목적과는 다른 여섯 가지 진실을 터득할 수 있었다.

1.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에 비까지 오는 날은 정말 싫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마음까지 불안해지고 추위 때문에 몸과 마음이 괴롭다.
2.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에 비까지 오는 날은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만든다.
3. 교훈을 얻게 하는 데 굳이 고통을 줄 필요는 없다. 장담하건대, 조용히 말로 해도 충분하다.
4. 우리가 낙오자나 진창에 엎어진 동료에게 신경 쓰리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5.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린 시절에 친구들을 괴롭히던 습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잘못 알고 있을 뿐이다.
6. 사람들은 오렌지 깃발을 찾았을 때 그 순간을 오랫동안 기뻐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깃발을 찾을 때마다, 동료들이 모여 10초 동안 여유를 가지고 목표 달성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리더’라는 사람은 그때마다 성난 목소리로 “여러분,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 지금 당신 때문에 팀 전체가 늦어지고 있어! 알기나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 사람은 살다 보면 언젠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날이 오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 그 리더는 대다수 사람이 마음에 품은 생각, 즉 ‘좀 더 빨리 좀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반영하고 있었다. 오렌지색 깃발 하나를 찾았다고 그 성공을 축하하느라 꾸물대면 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이 경우 너무 높게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모두 서둘렀던 것이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잠시 시간을 내서 그 순간을 축하하면 안 될까? 잠시 멈춰서 만세를 부르거나 다 같이 박수를 치면 왜 안 되는 걸까?


2002년 1월10일. 그날은 워싱턴 존이튼 초등학교 4학년생 엠마가 산수 시험을 보느라 무척 애쓰던 날이었다. 그런 힘든 시험은 어린 시절이 지나면 다시는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마 전 남편이 바로 그 시험지를 발견했다. 그 시험문제를 보자 어린 시절 그와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기억이 새로웠다.

도대체 스미스 아저씨는 무엇 때문에 한 시간에 15마일을 달려야 하는가? 실제로 자동차 제한속도는 어차피 55마일 아닌가? 왜 아저씨 부인은 남편에게 애매모호한 말을 하며 속도를 더 올리라고 하는가? 도대체 그 아저씨는 왜 사과를 5.25개 먹었는가? 마저 다 먹어서 6개를 채우든지, 남는 사과를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어느 연필이 가장 뾰족하고, 누가 시내까지 가장 빨리 도착하고, 어느 낙타가 새끼를 더 많이 낳고, 기차 철로의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수학 문제 옆 여백에 있는 겁먹은 어린 엠마의 글씨체를 보자 나는 가슴이 몹시 아렸다. 채 열 살도 안 된 여자아이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온도에 따라 늘어나는 귀뚜라미 울음 횟수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5센트와 7센트 우표에 관한 문제는 그보다 더 잔인했다. 그 문제를 풀려고 문제 옆에 잔뜩 적어놓은 숫자들이 보였다. 5센트 옆에 7센트, 그 옆에 3센트, 6센트 다시 5센트라는 숫자가 적혀 있고, 5센트와 7센트라는 숫자 위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물음표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그 흔적은 딸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30분의 제한시간이 되었을 때 엠마는 단 세 문제를 풀었다. 한 시간에 트랙터가 경작할 수 있는 밭의 넓이와, 압정과 클립과 제도용 핀이 순서에 따라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그림에서 아홉 번째로 올 물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과 머리가 핑 돌 정도로 어려운 우표 문제는 물론 풀지 못했다.

그나마 답을 적은 세 문제 중에서 엠마는 한 문제만 정답을 맞혔다. 화씨 80도가 되면 귀뚜라미는 108번 운다는 바로 그 문제를 맞힌 것이다. 만약 나도 그 정답을 오래전에 알았더라면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까?

어쨌든, 30분간의 고문이 끝나고 우리 귀여운 엠마는 한 문제만 정답을 맞혔다.선생님이 그 시험지 아래에 커다란 빨간 글씨로 뭐라고 썼을지는 구태여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측은 빗나갔고, 코티 선생님은 이렇게 쓰셨다.

“1/6. 아주 열심히 잘 했어요!”

선생님의 짤막한 격려의 글 덕분에 답안지를 받아 든 엠마의 기분은 완전히 달라졌고, 다음 시험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험을 보면서 어린 학생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는 것은 여백에 쓴 글씨체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선생님은 108번 울음소리 문제에 답을 맞힌 것을 칭찬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결국, 그해 엠마의 성적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우수했다.

● 교육의 9분의 1은 격려이다 - 아나톨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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