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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리듬 앤 블루스, 그 원형으로 돌아가다 -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 이아립, 칵스(The koxx)

지금의 리듬 앤 블루스 팬들에게는 현란한 신시사이저의 효과음과 강렬한 비트가 익숙하겠죠. 하지만 1990년대에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보컬 하모니를 중시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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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리듬 앤 블루스 팬들에게는 현란한 신시사이저의 효과음과 강렬한 비트가 익숙하겠죠. 하지만 1990년대에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보컬 하모니를 중시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5년 만에 돌아온 페이스 에반스는 그 초기의 스타일을 신작에 담아냈네요. 가요에서도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이아립의 솔로 앨범이 눈에 띕니다. ‘스웨터(Sweater)’시절과는 어떤 다른 음악을 들려줄까요? 마지막으로 천재 아이돌 밴드, ‘칵스’의 수준 높은 개러지 록 음악도 감상해보세요.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 <Something About Faith>(2010)

무려 5년 만의 컴백이다. 2008년 출간한 자서전 『Keep The Faith: A Memoir』를 집필하는 데 전념했다고 해도 공백은 너무 길었다. 그동안 로빈 시크(Robin Thicke)와 제이더키스(Jadakiss), 티나 마리(Teena Marie)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얼굴을 내비쳤으나 정규 작품으로는 강산이 반쯤 바뀔 시점에 내는 것이라서 통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Something About Faith>를 마주하는 팬들의 기대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신작은 1990년대 후반에서 새천년 초반의 리듬 앤 블루스에 애착을 가지는 팬들에게 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 같다. 근래 영미 팝 차트의 상위권에 머무는 히트곡들은 R&B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강렬한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을 곁들인 댄스음악이 거의 전부인 게 사실. 그 탓에 멜로디와 보컬을 중시하는 곡을 그리워하던 이에게 페이스 에반스의 음반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다.

리드 싱글로 낙점된「Gone already」는 R&B 특유의 부드러움과 애잔함을 만끽할 수 있는 트랙이다. 피아노가 주도하는 반주에 페이스 에반스의 따스한 음성이 노래의 온기를 배가하며 이별을 체념한 듯한 차분한 후렴과 후련한 가창력으로 해석된 브리지가 꽤 흡인력 있게 다가선다. 현악기와 콘트라베이스 프로그래밍으로 담아한 운치를 내는 「I still」, 시원하게 흐르는 타악기 리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타고 흐르는 음성이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Worth it」, 장중함과 밝은 기운이 동시에 전해지는 「Change」는 절제된 리듬감과 명징한 선율이 돋보이는 노래들이다. 리듬 앤 블루스의 정통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팝적인 접근을 겸해 마니아와 다수 대중의 감성을 아우르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비트감 있고 가벼운 반주의 곡도 함께 소화하고 있다. 레드맨(Redman)이 피처링 한 「Party」와 「Sunshine」은 음의 연결은 서정적으로 가져가면서 하우스풍의 비트로 풀이해 경쾌함을 내내 유지한다. 스눕 도그(Snoop Dogg)의 랩이 첨가된 「Way you move」는 중간 템포임에도 산뜻함은 무척이나 강하며 「Your lover (Part I)」는 라운지 음악 같은 담백함을 내보인다. 후반부에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사후 히트곡 「Hypnotize」의 코러스를 삽입한 「Can't stay away」는 힙합 팬들의 추억을 꺼낼 고혹적인 힙합 소울 넘버로 손색이 없다. 어느 정도의 흥겨움은 나타내지만 과하지 않은 접근으로 부담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

<Something About Faith>는 긴 휴면에서 기인한 야속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작품이다. 음악이 발산하는 포근함이 강한 힘을 내는 까닭이다. 유연하고도 섬세한 표현력이 한껏 발휘된 앨범은 뛰어난 보컬리스트로서, 실력 있는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그녀를 설명한다. 이제는 페이스 에반스에게 '리듬 앤 블루스 신이 기억할 걸출한 가수'라는 수식이 드리워질 차례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아립 <공기로 만든 노래> (2010)

스웨터(Sweater)의 프론트 우먼, 이아립의 세 번째 병풍이다. <반도의 끝>(2005)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녀는, 5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통기타를 든 채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주제는 '바람'이다.

「패턴놀이」를 제외하면, 「흘러가길」부터 「벌써 잊었나(Acoustic guitar ver.)」까지 가사에서 바람이란 단어가 빠지질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통일된 건 아니다. 「사과」는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2007)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내용이고,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는 지금은 사라진 한 사람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고 한다. 여러 소재가 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특정 단어에 맞춰 풀어놓은 것이다.

짜임새 있는 구성은 음악에도 나타난다. 음반 제목처럼, 일상 속에서 들려지는 소리를 포착하여 음향의 뼈대로 잡은 것. 녹음기에 담긴 '공기'의 음파들이 한 앨범의 주인공으로 됐다.

과도한 첨가물을 투입하지 않은 채, 간소한 차림으로 편곡을 했던 방식은 꾸준하다. 거기에, 여러 상황에서 기록된 공기는 분위기를 한껏 감정적으로 만든다. 다른 뮤지션들에게선 스킷(Skit) 트랙으로 살필 수 있었던 아이템이지만, < 공기로 만든 노래>에선 그 어떤 악기보다 멋진 효과음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3’이라는 횟수가 들어가지만, 따지고 보면 이아립이 내놓는 첫 정규 음반이기도 하다. <반도의 끝>은 EP였고,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은 책과 함께 나온, 노래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작품이니까. 일반적으로 구분되는 정규 러닝타임도 충족시켜(43분 46초) 음악적으로 뭔가 제대로 전달한 느낌도 든다.

특별한 패키지가 아닌, 쥬얼 케이스로 담긴 구성이 건조하고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전과 같이 앨범은 지정된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귀한 존재고, 믹싱 과정을 거치면서도 보컬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울림은 따뜻하다. 홀로 주도한 작업이지만, 남다른 구상과 노련한 추진력은 그 어떤 대형 회사의 기획도 부럽지 않다. 또한,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번 바람은 올곧게 담겨 있는 거 같다. 역시 이아립이란 대명사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건 예술가보다 음악가다.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칵스(The Koxx) <Enter>(2010)

「ACDC」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오고 베이스의 끊임없는 라(A),도(C),레(D),도(C)의 반복이 이어진다. “록그룹 ‘에이씨디씨(AC/DC)’의 헌정 곡정도 되려나?”라고 생각했던 팬들은 반복적인 테마와 단순히 코드 이름을 제목에 붙인 엉뚱함을 알고는 완전히 넉 다운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자’라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더 칵스는 EP앨범 <Enter>에서 충실히 구현해 낸다.

2009년, '헬로루키'를 통해 데뷔한 이들은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청년들이라는 단서를 주지 않아도, 원래는 드러머 출신의 보컬, 시작이 기타리스트였던 키보디스트의 면면을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타이틀 ‘Over and over’ 만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동적인 에너지, 트렌디한 사운드로 무장한 그룹의 이미지가 간파된다.

8비트의 징징거리는 기타, 견고하게 음의 중심을 쥐는 베이스의 흐름, 그 속에서 마음껏 재주를 부리는 신사론의 드럼 비트는 단순 간결한 밴드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표현해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개러지 팝 넘버 「A fool moon night」, 멋진 드라이브감으로 무장한 「얼음땡」, 곡의 질감이 가장 좋은 수작 「Trouble maker」 등은 펑크와 일렉트로니카를 오가며 댄서블한 사운드의 절정으로 이끈다.

독창성과 순수성을 중시하는 록 담론에서나, 세련된 사운드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일렉트로니카쪽의 잣대를 대어 봐도 칵스만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이의는 없을 듯하다. 정규 앨범도 아닌 이제 막 EP를 발표한 이 젊은 밴드는 이 <Enter>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단편을 보여주었다.

글 / 조이슬(esbow@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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