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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위해 남편과 자식을 죽인 여인 ‘측천무후’

<적인걸> 무협, 추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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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 미사오가 쓴 <악녀대전>을 읽고 있다. 사회의 틀에 해방되어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살아가려는 시도를 했던 69명의 여인들을 소개한 책이다.

 

기류 미사오가 쓴 『악녀대전』을 읽고 있다. 사회의 틀에 해방되어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살아가려는 시도를 했던 69명의 여인들을 소개한 책이다. 사랑의 악녀, 권력에의 악녀, 물질을 사랑했던 악녀, 젊음을 탐했던 악녀 등 다양한 분류를 통해 간단하게 그녀들을 이야기한다. 그녀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로 다른 분야에 각각 이름을 올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측천무후’가 그 주인공이다. 대륙 최초의 여자 황제로, 권력을 쥐기 위해 남편과 자식을 죽이는 한편, 나라의 이름까지 바꿔버린 여자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소설과 영화 혹은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이다.



이번에 개봉된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은 측천무후가 대륙 최초의 여황제로 즉위하기 직전에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으로 통했던 적인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하는 작품으로 올 해 베니스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측천무후 역은 양조위의 아내인 유가령이 맡았고, 적인걸은 유덕화가 출연하고 있다. <아비정전>, <동사서독> 등의 작품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유가령은 ‘측천무후’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 이 영화가 기획될 당시 임청하가 측천무후 역으로 영화계에 컴백한다거나 한국 여배우 중에 한 명이 캐스팅 될 거란 소문이 돌기도 했던,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냈을 법한 배역이다. 나이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 같은 배우 유덕화는 5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액션을 선보이며 영화의 중심을 이끌어 간다. 아시아의 스필버그로 불리며 <천녀유혼>, <동방불패>, <청사>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 서극 감독은 최고의 스탭들을 모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스펙터클한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거대한 CG를 통해 영화의 사이즈를 키우는데 일조한 CG팀은 놀랍게도 한국의 AZWORKS다. 이 영화, 뭔가 꼭 봐 줘야만 할 것 같은 이유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실존 인물이었던 측천무후는 여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뒤로하고 권력 지향적으로 모든 일을 만들어 나갔던 인물이다. 그녀의 대사처럼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사로운 감정을 버려야 한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인물인 것이다.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정치적 음모가 산재했는지는 이 영화의 중심이 아니다. 단지 황권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인생의 굴곡이 있었을 지에 대한 몇몇 설정만이 보여질 뿐이다. 이야기는 측천무후가 아니라 ‘적인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1만 4천 건이 넘는 사건을 해결하면서 천재적인 수사관이라는 칭호를 들었던 그였기에, 영화 <적인걸>에서 역시 명성에 어울리는 지략을 펼치며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이 영화가 다른 중국 무협영화와 다른 차별 점을 가지는 부분 역시 이 캐릭터에 있다. 단순히 거대한 영상과 규모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닌, 이야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비주얼 아티스트로 명성을 쌓아왔던 서극이 이?큼 똑똑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였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이라는 말이다.




인체자연발화는 실제로도 수세기 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건으로 기록된 적이 있다. 영화 <적인걸>에서는 그 이유가 비교적 명확하게 다가오지만, 일단 그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 멀쩡하던 사람이 불에 타 죽고, 그 사건의 배후에 황권을 노리는 여제를 죽이고자 하는 음모가 숨어 있다고 하는 간단한 시놉시스가 영화의 매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여야 했는지, 또 측천무후는 무사히 황제에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결과가 실제 역사적인 배경을 쥐고 영화를 본다고 해도 긴장감 넘치는 흥미로움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캐릭터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사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듦은 물론이요, 그들이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가 봐도 영화에 빨려들 정도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말 중국, 홍콩 등지에서 먼저 개봉된 이 작품은 미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전체 박스오스피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당연히 자국에서 역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10월 10일 쌍십절을 전후한 풍성한 가을의 풍경은 이 영화의 흥행세가 더 크게 이어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영화 <적인걸>은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다. 이야기의 탄탄함에도 모자람이 없다. CG가 다소 과해 보이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 들인다면 영화를 보다 신나게 볼 수도 있다. 중국영화를 원래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이만한 선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무협영화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를 식상하게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너무 쉽고 우습게 봤다가 그 이면에 감춰진 재미를 발견하고 재 관람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적인걸>은 오락적인 즐거움과 탄탄한 완성도를 가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얘기다. 누구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영화로 손색이 없다. 주말, 뭘 할까 고민이 된다면 <적인걸>을 선택해 극장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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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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