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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물만 마셔도 벌금?

타이완 지하철, 지애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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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지하철에선 물만 마셔도 벌금을?!?

타이완의 지하철은 지애윈捷運 이라고 부른다. 재빠르고 신속하게 운행한다는 뜻이다. 타이완 지하철의 인상은 아주 깨끗하고 역 안의 천장이 높아 답답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타 노선과의 연결 동선이 짧아 정말 편리하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곳이 사선으로 되어 있어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의 진행 방향에 부딪힘이 없다. 또한 상상 이상으로 타이완 사람들은 줄을 잘 서고 새치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서 앞서거나 밀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타이완에서 유학하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항상 지애윈을 탔다. 버스도 있지만 지애윈이 빠르고 쾌적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대부분 지애윈을 타고 다녔다. 타이베이 시내 여행이라면 지애윈 만으로도 거의 모든 곳은 다 다닐 수가 있어 외국 여행자들이 타이완 자유여행을 매우 편리하게 느끼는 이유가 지애윈에 있다. 타이베이 지애윈은 좌석 배치가 서울과 다르다. 서울은 유리창 양쪽으로 쭉 길게 뻗은 일자형 좌석배치인데, 이곳은 타고 내리는 문 옆 창 쪽으로 2개의 좌석이 있고 기억 자로 꺾어 2개의 의자가 있다. 열리는 문 옆의 투명아크릴판 칸막이가 있는 자리를 나는 제일 좋아한다. 머리를 칸막이에 대고 쪽잠을 자면서 유학시절 부족한 잠을 그 곳에서 챙겼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애윈이 나의 교통수단이면서 동시에 휴식 공간이었다. 다시 타이완 여행길에 지애윈에 오르니 단잠을 자다가 신통하게도 내리는 정거장에 딱 맞춰 잠이 깨던 예전 기억이 났다. 타이베이 지애윈은 나에게 새록새록 타이완에서의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타이완 지애윈에서는 엄격하게 벌금을 물리는 금지사항이 있다. 지애윈 안에서는 일체의 음식물, 물이나 껌 사탕조차도 먹을 수 없다. 발견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물이나 껌을 무의식중에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애윈 안에 탔을 때만 먹는 것이 금지사항인 줄 알고 있던 나는 역에서 지애윈을 기다리는 동안 모르고 껌을 씹다가 역무원에게 걸리기도 했다. 껌 씹는다고 뭐라고 하기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못 알아듣는 척 한국말로 말하면서 냉큼 삼켜버려 위기를 면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애윈 개찰구를 통과하면서부터 모든 구역 어디서나 음식물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라’가 아니라 ‘로마에 가려면 로마법을 알고 가라’로 명언을 고치고 ‘타이완 지하철을 타려면 타이완지하철 법을 알고가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타이완 일지라도 지애윈에서는 법으로 동물은 데리고 탈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몰래 유모차에 개를 데리고 타서 이동 중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데, 걸린 아줌마는 자신이 유모차에 태운 생명체는 자신의 아기라고 울면서 승무원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그 분에게는 개가 자식보다 더한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동물을 타이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개가 인간의 아기 대접을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줌마는 승무원과 함께 내렸다.

타이베이 지애윈은 지하로 다니는 구간도 있고 지상으로 다니는 곳도 있다. 나는 타이베이 지하철 중에 지상으로 다니는 무쨔노선木柵線을 제일 좋아한다. 무인운전이라서 달리면서 맨 앞칸 통유리로 보이는 타이베이 도시 풍경이 멋지다. 비가 오는 날은 특히 더 운치 있다. 타이완에서 살 때 시간이 나면 일없이 구경삼아 놀이삼아 왔다 갔다 무쨔노선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타이완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타이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애윈 그중에서도 무쨔노선을 꼭 타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타이베이 지애윈을 타고 다니다 보면 미소 짓게 하는 재미있는 풍?을 보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자들이 있다. 그런데 유독 눈만 열심히 화장을 한다. 만화에서나 보는 인간처럼 눈 부분만 강조하는 화장을 한다. 얼굴을 보면 눈만 따로 가져다 붙인 양 보인다. 내가 신기해서 뚫어져라 보는데도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눈을 향한 터치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재미있는 지하철 풍경을 사진으로 찍을 용기가 없어 자료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지애윈의 자전거 편의시설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참 잘되어 있다. 요즘 우리나라도 자전거를 위한 지하철 시설을 확충해가고 있다. 그렇지만 타이완의 지애윈은 설계 당시부터 자전거 타는 사람을 배려해서 모든 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타이완이 자전거 강국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다양하고도 멋진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을 지하철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각자의 자전거를 가지고 지애윈에 타서는 이동하는 동안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자전거 얘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타이완에 가서 타이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면 주말에 자전거를 가지고 지애윈을 타면 된다.

타이완은 더운 나라라서 밖의 온도와 지애윈 안의 온도 차가 큰 편이다. 지애윈 안에는 냉방이 잘되어 있어 시원해서 좋다가도 그 느낌은 금방이고 자칫하면 감기로 고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방에 얇은 겉옷을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꺼내서 옷을 거꾸로 입었다. 거꾸로 돌려 입으면 찬 공기를 바로 맞는 것을 막아주어 보온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탈 때도 그렇고 타이완에서는 등 쪽으로 입어야할 옷의 방향을 앞으로 거꾸로 입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약속된 방식으로만 옷을 입다가 반대로 입으니 재미있었다. 타이완에 여행을 가려는 분들은 한여름에도 꼭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타이완 사람들처럼 옷을 거꾸로 입어보기를… 그래서 나와 같은 재미를 느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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