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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 - 바이샤완白沙灣

우리들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 채 막연히 길을 나섰다. 타이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不能說的秘密>에 나오는 나무길(주인공 주걸륜이 계륜미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던 아름다운 길)이 바이샤완白沙灣 근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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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 채 막연히 길을 나섰다. 타이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不能說的秘密>에 나오는 나무길(주인공 주걸륜이 계륜미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던 아름다운 길)이 바이샤완白沙灣 근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우연히 누군가에게 한번 들어본 곳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 것도 혼자가 아니고 일행을 데리고 말이다. 보통은 목적지가 정해지면 충분한 준비를 마친 후에야 떠난다. 준비를 해도 허탕을 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연히 찾은 보물지도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영화 속의 어린아이들처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결론을 알고 보는 드라마가 흥미가 떨어지는 것처럼 결과를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모험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타이완여행 7일 동안 매일 완벽하게 짜인 일정 중 하루 정도는 스스로에게 특별한 모험여행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것은 나만의 생각이고, 사실대로 말하면 불안해서 안 간다할 것 같아 지도를 펴고 영화에서 주인공이 여자 친구를 자전거에 태우고 지나다니던 길 이미지가 좋았고, 그 주변 풍경도 멋진 곳인데 바이샤완 근처에 있다고 일행들을 꾀었다.

바이샤완에 도착해 보니 안으로 난 길이 세 곳이나 있었다. 일행들은 나만 믿고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아마도 이들은 내가 타이완여행 전문이니 어디든 잘 안다고 믿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나를 따라 나섰던 것 같다. 그런데 두 번째 길까지 모두 허탕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길은 힘이 빠져서 가보지도 않고 먼발치에서 둘러보니 더 이상 길이 안보이고 길 끝이 바다였다. 할 수 없이 원점인 바이샤완白沙灣 입구로 돌아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겨울 해수욕장에는 바다 새 조차 보기 힘들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음 일정으로 가려고 했는데, 나는 너무 아쉬워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길을 끝까지 가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바다라도 보고 가자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길 끝에 있는 바다에 이르자 왼편으로 내가 그토록 찾았던 나무길이 그 곳에 숨어 있었다. 내가 찾던 길은 생각보다 길었고, 길에 들어서니 바다가 친구처럼 나를 따라 걷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이름 모를 누렁이 한 마리가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길을 안내해 주려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누렁이가 데리고 간 곳은 정말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이렇게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은 솔직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마을 입구에 쉬고 있는 작은 배들, 우리들을 따라다니는 순한 강아지들, 집 앞에 널어놓은 삶의 흔적 빨래들, 계절을 잊은 듯 푸른 잎의 나무들 그리고 벤치……. 누군가 이 마을을 통째로 정리한 사람은 분명 없었을 텐데 모든 것이 편안하게 녹아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을 자연스레 담고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이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중국어를 하는 낯선 이방인인 내가 신기했나보다. TV에서나 보던 한국 사람을 실제로 보는 기쁨에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 이렇게 찾기 힘든 꼭꼭 숨겨진 작디작은 어촌마을에 한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일은 없었던 것이 당연한 일. 이 마을 분들이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고 데려간 곳이 있었다. 고양이 나무인형이 환영하고 있는 화가의 집이었다. 화가는 주중에 타이페이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만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찾아간 날은 평일이라 그림 같은 마을 안에서 작업하는 운 좋은 화가는 만날 수 없었다. 화가를 만나 차 한 잔을 나누며 더 많은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마을 이미지가 더 깊게 간직 되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 나오는 우리들? 말은 안했지만 느낌으로 들리고 있었다. ‘그래, 우리가 원하는 여행이 이런 것이라고…….’ 우연하게 만난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이 작은 별처럼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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