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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온에어>의 아름다운 촬영지 ‘지우펀’을 가다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 지우펀…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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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의 모든 거리는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어찌 보면 뭐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길인데 단지 모든 길이 계단식 길이다. 계단 그러면 육교나 전철 갈아탈 때의 귀찮고 지루하고 피곤하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로서도 참 싫은 단어이다. 만약 집을 구하는데 아무리 싸고 좋아도 엘리베이터가 없고 아파트 5층 이상에서 살아야한다면 계단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1초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미지로 나에게 입력된 계단의 존재가 지우펀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지우펀에서의 계단은 걸을수록 즐거움이 생겨난다.

수치로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 좌우에 펼쳐진 작은 상점의 물건들, 신기한 간식 그리고 찻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 흥미진진해서일까? 지우펀의 계단은 누군가 마술을 걸어 놓은 듯 멈추고 싶지 않은 신기한 길이다. 과거 아홉 집밖에 없던 외진 산골 마을에는 항상 아홉 집 것을 함께 구입해 나눴다고 해서 지우펀이라는 마을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청나라 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살게 되었고, 화려하게 발전 되었지만 금광이 몰락하면서 이곳 또한 운명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 후 국제적으로 유명한 타이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1989>로 인해 영화 촬영지로 명성을 날리게 되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지우펀이 소개되면서 드라마가 주었던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로 인해 한국인들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아메이로우 찻집

타이완의 동북부에 위치한 지우펀은, 산비탈에 자리를 잡고 바다를 바라보며 지롱산基隆과 마주보고 있다. 건축물들은 타이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여기를 다녀 온 사람들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입버릇처럼 회상한다. 함께 온 안선생님 역시 지우펀의 매력에 감탄을 했다. 아메이로우 찻집으로 들어가면 3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곳이 있는데, 찻집에 차도 맛있고 멀리 보이는 바다도 지우펀 만의 멋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길게 이어져 있는 돌계단과 어우러진 작은 홍등들이 켜지면 타이완의 야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찾아온다. 이곳에 앉아 있는 이가 박용하, 김하늘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도 이 자리에 있으면 그 모습 그대로 드라마고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나도 모르게 내가 만든 이야기 속으로 스르륵 빠지게 된다.

비정성시

나는 지우펀에 갈 때마다 아메이차로우 찻집에 앉아 창밖의 풍경들을 마음에 그리고 온다.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순간에 얼른 마음에서 꺼내 볼 수 있도록 오래 오래 천천히 마음에다 눈으로 그림을 그린다. 바다가 내려 보이고 이마를 대고 모여 있는 동네 지붕들도 보이고……. 그렇게 시간을 느리게 보내고 있으면 비가 지나가듯 살짝 내린다. 세트장에서 드라마 각본상 “이 쯤에서 비를 내려!” 라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신기하게도 갈 때마다 큰비도 아니고 흩뿌리는 비, 지나가는 비를 한차례 만난다.

비는 여행할 때 참으로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도 나는 지우펀을 가려고 나설 때마다 ‘이번에도 비가 와 주려나?’ 오로지 나를 위해 흩뿌려주는 연출용 비를 기대하게 된다. 바로 이런 지우펀 만의 특이한 풍경들을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尋の神隱し, 2001>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행을 통해 얻은 이미지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멋진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미아자키 하야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 감독의 능력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나도 여행하면서 “좋다, 아! 정말 정말 좋다!” 감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엇으로 재생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행은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해야지’ 라고 뒤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돈은 비록 빠듯하더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지적 재산으로 축척되어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재생산될 수 있음을 지우펀에서 배우고 간다.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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