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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열 받았다, 오늘은 구박 모드!

잡초 뽑기 시리즈 3탄이다. 마지막 잡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죄다 솎아내는 거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어, 즉 같은 단어다. ‘고장 난 녹음기’라는 놀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번 쓴 말을 되도록 아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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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은 리바이벌 본능
- 잡초뽑기 시리즈 3탄, 같은 단어의 반복은 최소한도로 -

꼬마들아, 왜 사진이 이렇게 나오는 줄 아니?
생각을 안 하면 사진을 찍어도 머리가 안 나와요. ㅋㅋ

어린 학생들이 보는 건전한 난에서 술 이야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술버릇’이다. 아마도 초·중딩 자녀들이 아빠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음주습관일 수도 있다. 바로 ‘동어반복’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횡설수설’이다. 술 취하면 집에 돌아와 곱게 잘 일이지, 아이들 앉혀놓고 지루한 훈계를 늘어놓는 철없는 어른들이 있다. 괴롭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했던 이야기 또 하고, 했던 이야기 또또 하고…….

A4 용지 반 장에 ‘자전거’가 30번이나

잡초 뽑기 시리즈 3탄이다. 마지막 잡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죄다 솎아내는 거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어, 즉 같은 단어다. ‘고장 난 녹음기’라는 놀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번 쓴 말을 되도록 아껴 써야 한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이런 문제를 잘 의식하지 않는다.

“날라리들은 인맥이 넓다. 아주 먼 학교라도, 날라리들은 관계를 맺는다. 초등학교 날라리가 중학교에 오면서 다른 초등학교서 온 날라리들에게 친구 날라리를 소개 시킨다. 친구 날라리 두 명은 서로 모른다. 그러다가 두 날라리가 서로 전부 한 명씩 날라리를 소개시킨다. 그러면서 날라리는 모인다.”(준석의 「날라리에 관하여」)

‘날라리’ 범벅이다. 중딩 준석은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에서 62번이나 썼다. 아무리 ‘날라리’가 주제여도 그렇지, 62번은 심했다.

“우리 오빠의 자전거는 크다. 차라리 내 자전거 이야기를 하지, 왜 남의 자전거 이야기를 하냐고? 그 이유는 오빠의 자전거가 나의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전거를 따로 안 산다. 아빠는 오빠의 자전거를 펌프질만 하고 연습해서 타면 된다고 우기신다. 하지만 그 자전거는 내 나이에 맞지 않는다.(은서의 「자전거 이야기」)

초딩 은서는 더 가관이다. A4 용지 반 장도 안 되는데 역시 주제어인 ‘자전거’를 30번이나 사용했다. 생각이 없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고심 끝에 적절한 말을 고른다는 뜻과 같다. 제발 생각하자! 단어를 엄선하자!!

그밖에도 준석과 은서의 글에선 1인칭 주어가 무한 반복됐다.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글 한 편당 보통 20번은 나온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좌를 할 때도 발견하는 현상이다. ‘나는’으로 시작하면 정말 하늘을 ‘나는’ 글이 된다. ^^ ‘그는’이나 ‘그녀는’이라는 3인칭 주어도 마찬가지다. 생략해도 되는데, 무의식 중에 같은 주어의 재생산을 주체하지 못한다.

내 단어장의 비축량은 얼마나 되나

원로 소설가 최일남씨는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밝히는 글에서 “퇴고를 할 때 같은 단어가 하나도 없도록 끝없이 손질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벽증을 느낄 정도였다. 한 영화평론가는 글을 쓸 때 ‘영화’라는 말을 대체할 수 없을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작품’이 있지만 뉘앙스가 달라 선뜻 쓰지는 못한단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며 ‘단어’라는 말이 남발되어 애를 먹었다.

동어의 반복은 어휘력의 빈곤을 의미한다. 내 단어장의 비축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한 말과 표현에 대한 편애도 문제다. 여러분도 자신의 단어 창고와 언어습관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예전에 썼던 글을 한꺼번에 찬찬히 읽으면 알 수 있다. “아, 내가 요걸 자주 썼구나” 하면서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때로는 퇴고 과정에서 한글 프로그램의 ‘찾기’ 기능을 통해 검색해보라. 동어반복, 이제부터 경각심을 갖는 거다. 잡초 뜯기 끝!

***

헐~, 아이들 글이 갈수록 는다고?

“동어반복이고 나발이고…….”

신경질을 내고 말았다.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의 글을 봐줘야 하는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은서가 쓰는 글이야 늘 한숨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여러 번 다시 쓰게 하는 게 다반사이지만, 오늘은 정도가 심했다. 큰 주제인 ‘동어반복’ 따위의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대신 이런 구박 멘트를 수시로 날려야 했다. “제발 생각 좀 해라 생각 좀 해.”

은서가 처음 쓴 글의 주제는 ‘줄임말’이었다. ‘베반’(베스트반찬)이나 ‘피보’ ‘낭떠’(각각 ‘피해보상’ ‘낭떠러지’를 뜻하는 공기놀이 용어) 등 초딩들의 입에 붙은 약어들을 설명한 거였는데, 썰렁한 용어 설명에 그치고 말았다. 극단적인 내용 부실이었다.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주제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랬더니 다음은 ‘공기놀이’에 관한 글이었다. A4 용지 한 장 가득 자기만이 해독할 만한 언어로 공기에 관해 밑도 끝도 없이 썼다. 역시 수준 이하였다. “주절주절 네 얘기만 하지 말고,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 할지 생각해봐. 응?”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썼다. 달라진 건 없었다. 또 다시 썼다. 마찬가지였다.

주제가 너무 무리였나? 다시 주문을 했다. “공기놀이만 써선 안 되겠다. 요즘 너희 반 애들의 놀이에 관해서 써봐.” 친구들의 놀이 풍경을 다루는 게 글을 채우는 데도 좋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도 초딩들의 놀이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기에 유익할 듯했다. 문제는 품질이었다. 은서의 글은 아빠를 다시금 절망하게 만들었다.

은서에게 매일 아침 사고력 증진을 위한 두뇌체조라도 시키고 싶다. 그동안의 연재 글에 대하여 “갈수록 아이들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다”는 칭찬 댓글을 붙여주는 고마운 독자들이 없지는 않지만, 은서에 관해선 동의를 할 수 없어 안타깝다. 글은 사고력의 거울이다. 그 사고력은 경험과 독서와 사색을 종합적으로 합친 결과물이다. 은서는 책을 즐겨 읽지 않고, 풍부한 경험을 하지 못했고, 깊이 있는 사색을 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 물론 거기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은서에 비해서는 일찍이 논리적인 글을 썼던 중딩 준석은 어떻게 설명하랴. 준석이라고 은서에 비해 뾰족하게 더 많은 독서와 경험과 사색을 해본 것도 아니다.

은서가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날은 보통 토요일이다. 컴퓨터를 부팅해주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어준다. 시간을 정하고 그 안에 쓰게 한다. 아이 엄마는 늘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곤 했다. “혹시, 딴짓하는 거 아냐?”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추리해보건대 아마 절반 이상은 딴짓을 했을 거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글은 대충 글을 끼적이면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을 확률이 높다. “뭐 그러려니” 이해한다. 그 정도의 농땡이도 용인 못하고 어떻게 사나. 그로 인해 그동안은 계속 덜 떨어지는 글이 나와도 이해해주려고 했다. 조곤조곤 부족한 점을 설명하면서 다시 쓰라고 등을 두드려주곤 했다. 한데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그랬는지 참기가 힘들었다. 구박의 수위가 만만치 않았다. 감히 컴퓨터 앞에서 딴짓을 하며 글을 쓸 수 없게끔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갔다. 다음은 무려 여덟 번 만에 썼으나, 아빠에게 호평이 아닌 욕을 무더기로 들은 은서의 글이다.

요즘 우리들은 무얼 하고 노나

나는 집에서 공신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공부의 신이 아니라, 공기의 신이다. 완전한 것은 아니다. 집에서만 공신이지, 밖이나 학교에서는 3등급 공신이다. 1등급이 제일 높고, 10등급이 제일 낮다. 그러니 난 좀 공기를 잘 하는 듯? 많이는 못 잡지만, 조금은 잡을 수 있다. 어려운 꺾기에서 나는 대부분 2, 3, 4개밖에 못 잡는다. 아이들은 나에게 잘 한다는 소리를 많이 해준다. 예전보다 더 늘었으니까. 처음엔 아예 못했다. 노력을 하고 연습을 하니 점점 할 수 있게 되었다. ' 역시나 노력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구나. ' 라고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딱지치기라는 놀이를 한다. 그 놀이는 그냥 친구 딱지를 내 딱지로 때려서 뒤집어지면 가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놀이가 우리 반에서 유행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맨 처음엔 공기가 붐이었다. (붐 = 짱이라는 뜻) 처음에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선생님이 공기를 해도 된다고 해서 시작했었을 뿐이다. 우리 반에서는 김OO이라는 아이가 공기를 제일 잘한다. 한 번에 공기 100년을 갈 수 있다. 여기서 100년은 꺾기 할 때 잡아서 몇 년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공기를 시작한 2달 후에 구슬치기가 유행이 됐다. 구슬치기는 선에 구슬을 놓고 쳐서 그 구슬을 맞은 구슬이 선이 없는 바닥에 가면 감점이여서 따먹히는 것이다. 이 놀이 역시나 피OO이 제일 잘한다. 피OO이 정OO이라는 여자아이 구슬을 아주 많이 따먹었다고 했다. 정OO이는 한 20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한 10개 정도는 따먹혔을 것이다. (아주 많이라고 했으니,) 하지만 구슬치기가 별로 재미가 없어지니 고OO이 딱지를 가져온 것 같다. 아이들은 다 무시하고 구슬치기를 했다. 고OO은 아주 친한 친구 (절친) 양OO을 불려들어내서 같이 딱지치기를 했다. 그러더니 남자애들이 점점 몰려와서 같이 했고, 이젠 나와 친구들까지 하게 되었다.

방금 전에 말했듯이 피OO이 제일 딱지치기를 잘 한다. 나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공기 중에서는... 공기가 제일 나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같은 것은 잘 못하지만, 공기는 조금 잘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좋아하는 (흥미로워 하는) 이유는 자꾸 따다 보니 승부욕이 불타올라서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여자들도 구슬, 딱지치기를 한다. 하지만 더 과격하게 하는 것은 남자들이다.

나는 요즘 점심시간에 밖에서 안 논다. 밖에서 노는 아이들이 자주하는 것은 경도이다. 경도는 경찰 도둑의 약자이다. 경도를 하는 방법은 가위바위보로 경찰과 도둑을 정하여서 경찰이 도둑을 잡아서 잡힌 도둑이 경찰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컴퓨터 게임 한자OO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 모두 한자OO를 했다. 그런데 나는 한자OO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한자OO가 재미가 없었는지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까먹은 것 같다. 한자OO는 유행이지만, 나에게는 조금 유치한 게임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한자OO를 친구들과 같이 하지도 못했다. 나는 그 유행이 바뀌기만을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경도로 바뀐 것이다. 나는 그 게임을 친구들과 종종 했다. 그런데 할 때마다 계속 숨이 찼다. 그래서 지겨워서 안 하고 있을 무렵, 말듣쓰에서 비사치기에 대한 얘기를 해 주셨다. 말듣쓰는 4학년 교과서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의 약자) 우리 반은 직접 경험을 해 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게 흥미로웠는지, 그래서 이번에는 비사치기를 시도하게 되었다.. 비사를 던져서 다른 사람의 비사를 맞추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것도 재미가 없어졌다. 지루하고, 지겹고. 아이들은 드디어 땅따먹기를 시작했다. 그 유행은 오래 갔다. 남자아이들도 아주 조금 했다. 나는 그것이 재미가 없어졌다. 그런 이유는, 나는 땅따먹기를 잘 못 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선만 밟고, 못 잡아서 넘어졌다. 그래서인지 지루하고, 지겹고... 그래서 나는 또 이번에 유행이 더 재미있는 걸로 바꿔졌으면...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남자들은 남자애들 취향에 맞게 축구나 농구.

여자 애들은 여자애들 취향에 맞게 땅따먹기를 했다. 그래도 요즘에는 역시나 경도를 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말했듯이 영지와 학교 반 안에서 놀 거나 게단에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는 한다. 그 게임이 땅따먹기나 경도보다 훨배 (훨씬) 더 재미있다. 밖에 나가서 놀지 않는 이유는, 귀찮다. 밖에 나갈 때 실내화에서 신발으로 갈아 신는 것이 모~두 귀찮다. 그래서 안 나가는 것이다.

생각하라고? 그거 어떻게 해야 해?

차라리 본인의 공기놀이 경험으로 끝까지 밀고 가든지, 자기 경험을 초반부에 설명하다 바로 친구들의 놀이 설명으로 들어간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글, 어중간함의 극치다. 감독인 아빠의 한계를 절감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글을 써라”라는 이야기를 해줘도 은서는 그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먹지 못한다. 공기놀이에 관해 쓴다면 공기놀이의 무엇에 관해 생각하느냐가 문제다. 여기서 생각이란 글의 얼개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입이 아프게 말했다. “만약 딱지치기에 관해 쓰면 여기서 어떤 내용이 중요할까를 먼저 생각해야지. 무작정 딱지치기는 누구누구 잘한다고 쓰면 되니? 딱지치기에 대한 네 생각을 정리해봐, 왜 나는 딱지치기를 안 좋아하지? 왜 다른 아이들은 좋아하지? 왜 요즘 이 놀이가 인기지?”

다르게 말하면, 편집 능력이다. 딱지치기에 관해 자신이 알고 경험한 사항 중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사소한 것을 나누는 능력이다. 그걸 나누기 위해선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 뒤 정리해야 한다. 그러러면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기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토대는 바로 생각이다. 은서는 한참 멀었다. 아무튼 위 글은 완성본이 아니다. 다시 쓰라고 했지만 별 기대 안 한다. 100번 다시 쓸 각오하라고 겁을 줬지만…….

알다시피, 부모가 아이들 공부를 직접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가르쳐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열불 터진다(그런 걸 느끼려면 수학을 가르쳐보라는 게 아이 엄마의 조언이다^^). 나야 아이들 공부에 개입해본 적이 없기에 그 실체를 절감한 적이 없다. 아이 엄마와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간접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 알고 지내는 출판사 대표들에게 반 농담으로 말하곤 했다. “‘자식 공부 가르치는 법’이란 책을 내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맙소사! 내가 자식 글 공부 가르치다가 화병이 날 줄이야!!!

아무튼 위 은서의 글은 어지럽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나를 알려주면 두 개를 아는 게 아니라, 두 개를 알려주면 하나를 까먹는다. ‘나는’이라는 1인칭 주어를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는데, 서너 번 이상씩 고쳐 쓰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로 지적을 당하더니 ‘나는’을 남발했다. 글을 다 쓴 뒤 은서에게 물었다. “네가 많이 쓰는 단어들이 뭐니?” 성격 좋은 은서는 그럼에도 활달한 표정으로 슬슬 답을 한다. 그것도 공기놀이를 하면서. “나는… 그래서… 그런데… 많이… 아주… 가장… 제일… 왜냐하면… 그 이유는.” 구박을 아무리 해도 기가 죽지 않고 조잘조잘대니, 성격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다.

다음은 중딩 준석의 글이다. 육이오에 관해 썼다. 자판을 두드리며 준석은 답답해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자신의 배경지식이 없다며, 다른 걸 쓰면 안 되겠냐고도 했다. 그러라고 했지만, 대안을 찾지 못했나보다.

통일에 관한 내 의견은 NO!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부터 100일, 6. 25 전쟁으로부터 8일 남짓 지났다. 7.3 토요일, 이제 내일 지나고 나서 월요일만 되면 바로 중학교 시험이다. 4일 동안 ‘죽을 사’의 날을 맞이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끝없는 강요에 의해 미술을 할 수없이 제쳐두고 이 글을 쓴다. 주제는 6.25 전쟁, 하필 6.25도 아닌 7.3, 그것도 시험 기간에 글을 쓰게 한다는 것이 심란했다. 써야 하겠다. 6. 25 전쟁, 통일... 김일성... 김정일... 김대중... 등등. 생각나는 단어가 많다. 그 중에 북한의 ‘신’과 연관이 있는 단어라면, ‘김일성’이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역사를 배웠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인가. 그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것이 ‘역사’. 당연히 우리나라 역사라면 빠질 수 없는 참담한 사건, ‘6.25 전쟁’. 북한 사람들은 배우고,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운다. 무엇을? 김일성이 신이다 라는 그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김일성의 시신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보존한다고 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 명절이며, 그 날에는 나라에서 조금의 음식을 내줄 정도라고 하니, 어찌 보면 북한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나, 우리나라, 남한에서만 확신되는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일성을 증오한다 이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이다. 그런 이유를 볼까?

우선 보자면 6.25를 일으킨 주동자는 바로 김일성이다. 어찌 보면 대부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는가? 전쟁을 일으킨 사람을 높이 떠받들겠는가? 그것도 공격당한 남한이? 그럴 리 없다. 공격당한 나라가 바로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김일성을 증오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북한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는 북한을 증오했다. 그러나, 사실 북한 국민들이 무언가 잘못한 점이 있는가? 없다. 다만, ‘김일성’ 과 ‘김정일’의 주도 하에 살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는 그들의 몽타주는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확실한 생각은, ‘남한보다는 북한이 훨씬 반성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가 존재한다.

위의 단락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6.25 전쟁의 주도자는 북한이자 김일성이다. 여기서부터 북한이 훨씬 더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또한, 북한은 대량 무기 생산으로 많은 돈을 소비하여 국민들은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우리 남한은 같은 민족인 북한에 조금이라도 더 동조하고자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 회장이 소를 끌고 가는 등의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에게 해준 게 거의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물난리 빼고는. 게다가 북한이 교전을 벌이기도 하고, 우리가 준 돈으로 핵무기를 실험한다, 우리가 도와준 것에 반해 그들은 우리를 위협, 더 나아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북한을 찍은 것은 우리가 조금 잘못한 것 중 하나이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통일 여부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자면, ‘No’이다. 확실히! 우리 친구들은 통일을 몇몇 원하지 않고 있다.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라는 것이 최다 이유. 엄마께서는 그 말을 믿냐고 하시지만, 이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땅덩어리나 자원은 넓고 많아질지 몰라도, 우리나라와 북한이 합치게 되면 북한의 낮은 경제 수준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하락할 것이다. 언어인 한글도 각각 달라서 서로 문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마 적응하기가 한동안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혹시 우리나라와 북한이 합쳤는데 공산주의 나라가 되어 버리면? 상상하기도 싫다. 끔찍하다. 문화 갈등이나, 공산주의 국가로 돌변하거나, 경제 하락이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땅덩어리, 자원. 이런 것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그리 경제가 나쁘지 않지 않은가? 만약에 통일했다가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로 돌변하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문화 갈등, 경제 하락, 공산주의, 생각하기도 싫다. 아예 통일을 안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것은, 북한이 경제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민주주의 (거의 실현하기가 힘드나) 국가가 되었을 때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부자 간에 육이오 이야기는 처음이군

오늘은 은서와 티격태격하느라 지쳤다. 준석 글에 관해선 자세한 코멘트를 할 힘이 없다. ㅠㅠ

조금만 언급하자면, 주제어를 반복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6.25’라는 말이 계속 낭비됐다. 대체할 말이 여러 번 있었지만 넘어갔다. 어쩌면 이것은 사소하다고 치자. 내용을 보자. 먼저 형식과 전개. 무난하긴 하지만, 산만한 느낌이 없지 않다. 차라리 ‘통일에 관한 요즘 아이들의 생각’에 한정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다음은 논지. 토론거리가 보인다. 전쟁과 관련해서 남쪽은 칭찬만 들어야 할까? 남과 북에 공히 비판할 거리가 많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준석과 육이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너의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처음 알 게 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음엔 부자 간에 정치토론을 해볼까?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 ‘동어반복’을 하지 말자는 게 오늘의 큰 주제임에도 동어반복을 좀 해야겠다. 이건 지난번에도 했던 말이라 이중 동어반복이다. 음, 그럼…… 형식이라도 다르게 꾸며봐야겠다. 은서야, 퀴즈 하나 풀어봐라.

다음 두 한자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1) 365일 무사고(無事故)
2) 365일 무사고(無思考)


휴, 은서는 2번에 속할 위험이 크다. 다음에는 ‘사고’가 왕창 나도록 이 글의 방향을 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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