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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 팝으로 불러내는 ‘홀 앤 오츠’ -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 데이비드 최, 김윤아

무려 16곡의 탑 텐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1970, 80년대의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명사 ‘홀 앤 오츠’. 이들의 음악을 2010년의 사운드로 재현해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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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6곡의 탑 텐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1970, 80년대의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명사 ‘홀 앤 오츠’. 이들의 음악을 2010년의 사운드로 재현해낸다면 어떨까요? 일렉트로 팝 듀오 ‘더 버드 앤 더 비’가 전자음이 지배하는 일렉트로니카로 홀 앤 오츠의 노래들을 재구성했습니다. 또, 유튜브를 통해 그 실력을 검증받은 재미교포 싱어 송 라이터 ‘데이비드 최‘의 두 번째 앨범도 눈에 띄네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굵직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김윤아의 신보도 소개합니다.

홀 앤 오츠 -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 - <Interpreting The Masters Volume 1: A Tribute To Daryl Hall And John Oates> (2010)

어떤 곡을 리메이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2차 해석을 하는 이의 신선한 표현이 녹아들어 있어야 할 것이고, 두 번째로는 자기만의 문법은 살리되 무리한 편곡을 가해 원곡이 청취자에게 주었던 감동마저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항만 만족한다면 오리지널의 향수를 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길 수 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원래의 노래와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을 보여 노래방 기계보다 세련된 반주에 목소리만 입히는 수준의 리메이크를 하는 가수도 있으며, 자기 느낌을 지나치게 부과한 나머지 완전히 다른 모양의 곡을 만들어 원곡의 감흥과도 격리시키는 음악도 왕왕 존재해 왔다. 간단하지만 정작 쉬운 작업은 아니다. 예전에 오리지널을 들었을 때와 현재 커버 버전을 접할 때 받는 느낌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과도한 변화는 피하면서 신선한 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호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구가한 블루 아이드 소울 그룹 홀 앤 오츠(Hall & Oates)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일렉트로팝 혼성 듀오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새 앨범 <Interpreting The Masters Volume 1: A Tribute To Daryl Hall And John Oates>은 그러한 애매함을 잘 극복한 경우가 되지 않을까 하다. 그룹의 특징인 다소곳한 전자음을 살리면서도 홀 앤 오츠 음악의 매력인 잘 빠진 선율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또한, 발라드를 빠른 템포의 곡으로 바꾸거나 댄스음악에 살을 붙이는 단순 리믹스 작업이 아닌 곡이 지닌 감성도 해치지 않고 보존한다.

1981년 빌보드 싱글 차트, R&B/힙합 차트, 댄스음악 차트 정상을 석권한 「I can‘t go for that」의 리메이크 판은 원곡의 힙합적인 리듬을 간결한 일렉트로니카 비트로 바꾸면서도 희뿌연 분위기도 유지하고 있으며 기본 코러스 뒤에 붙는 「No can do」를 뺌으로써 좀 더 평이한 접근을 나타낸다. 저음부의 보컬, 아름다운 선율의 후렴이 압권인 「Sarah smile」은 뒤에 깔리는 유약한 신스 프로그래밍과 건조함으로 조금은 대비되는 선연(嬋娟)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정적이기만 했던 홀 앤 오츠의 것과 달리 더 버드 앤 더 비가 부르는 「She‘s gone」에서는 리듬감을 보강한다.

업 비트의 곡을 가벼운 일렉트로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도 돋보인다. 「Private eyes」는 록 디스코 풍에서 예스런 신스팝 스타일로 바꾸었고 「Maneater」는 본래 진행 속도를 유지함에도 탄력은 더했다. 건반이 리드하는 반주와 대릴 홀의 힘 있는 보컬이 인상적이었던 「Kiss on my list」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래밍으로 곡을 열면서도 버스(verse) 부분을 건조하게 연출해 상이한 윤곽을 내보인다.

유일한 자작곡인 「Heard it on the radio」는 이 혼성 듀오가 홀 앤 오츠와 이 음반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번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고백의 노래가 될 것이다. 예쁘장한 멜로디와 화음이 더없이 채도를 높이며, 그들에게 바치는 앨범인 만큼 더 버드 앤 더 비의 노래임에도 리듬 앤 블루스나 팝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룹의 프로듀서인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의 조율 능력으로 안정감 있는 밑그림이 완성된 것이겠지만, 보컬 아이나라 조지(Inara George)의 가녀린, 그리고 몽롱하게 들리는 음성도 이들의 해석에 싱싱함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어 준다. 앨범은 홀 앤 오츠의 향취뿐만 아니라 더 버드 앤 더 비가 중점적으로 표출하는 편안한 전자 음악의 풍미가 감돌아 두 그룹 팬들의 마음을 흡족게 할 듯하다.

파격적인 번역은 없을지라도 오리지널의 감동을 재현하고 어느 정도의 참신함을 발휘하는 데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곡만 해도 여섯 편이고 40위권 안에 든 노래가 마흔 곡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을 받은 작품이 많은 터라 그렉과 아이나라가 선택한 적은 숫자에 성이 차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수록된 여덟 편의 리메이크곡은 자기 색과 고전이 지닌 멋을 균형 있게 배합해 충분한 멋을 퍼뜨린다. 이번 작품의 타이틀을 <Interpreting The Masters Volume 1>이라 정한 만큼 그룹의 다음 커버할 타깃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알고 싶어진다.

-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데이비드 최(David Choi) <By My Side> (2010)

2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앨범 <By My Side>에서도 과거에 드러냈던 매력은 여전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거세지 않고, 대신에 넉넉한 온기를 품은 어쿠스틱 팝이 청취자들을 침착하게 유혹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전작과 비교해 달라진 게 있다면 기타 외에도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었고 그로 인해 반주가 풍성해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데뷔 앨범이 아날로그 감성을 강하게 고수했다면 이번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때때로 나타나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나타낸다. 1집을 경험한 팬이라면 이번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Better you」부터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감지 가능하다.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곡 전체를 받쳐 주는 은은한 신시사이저 연주가 한층 풍요로운 소리를 낸다. 리드미컬하게 들리는 퍼커션 연주도 곡의 풍채를 더욱 실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피아노와 뒤에 깔리는 몽롱하면서도 명징한 소리가 이채로운 분위기를 내는 「Amy ave」는 리듬 앤 블루스 양식을 빌려 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변신을 시도한다. 더욱이 후반부에는 최근의 주류 음악계 경향을 받아들여 오토튠으로 보컬을 처리하니 항상 진성을 내보이던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형상이라 할 것이다. 「So weightless」는 오르간, 관악기 편성 등 1960년대에 유행했을 법한 예스런 느낌의 반주와 코러스가 돋보이는 곡, 록 발라드풍의 「That Girl」이나 부드러운 선율을 과시하는 미디엄 템포의 팝 「A dream」 역시 흥미로운 변환이다.

데이비드 최(David Choi)를 언급했을 때 무엇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목소리가 커플 댄스를 추듯 조화되는 상이 아닐까?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By my side」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부르는 세레나데 같은 노랫말,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기타 리프가 아름답게 들리는 노래다. 세상 사람들에게 편하게 마음먹기를 이야기하는 「Heaven’s ease」는 밝은 메시지와 함께 그의 따듯한 음성, 깔끔한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룬다. 관계의 균열로 인한 사연 탓에 더 쓸쓸하게 들리는 「Deserve to be」 역시 데이비드 최다운 음악 중 하나다.

이번에 국내에 라이선스되는 2집에는 특별히 두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 「My company」는 홀로 여유를 만끽하고 싶을 때 배경음악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포근하면서도 안정적인 멜로디가 일품이며, 「Valentines」는 허스키하게 목소리를 연출해 남자다운 면모가 전면에 드러나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한다. 첫 곡부터 보너스 트랙에 이르기까지 멋이 끊이질 않는다.

데이비드는 2009년 여름에 가졌던 서면 인터뷰 중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싸이월드, 트위터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한 활동에 중점을 두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이런 답변을 했다. “저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좋아해요.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유명 인사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그의 말처럼 데이비드 최는 많은 사람이 전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안락한 분위기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전혀 허술하거나 촌스럽지 않기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다. 유튜브 스타를 넘어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여유가 느껴지고 편안해져서 여러 사람한테 앨범 타이틀처럼 ‘자신 곁에’ 두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다.

-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김윤아 <315360> (2010)

2~30대 여성들이 이별 후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올려두는 노래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라고 한다. (실연의 상처를 제목만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릴 수 있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 김윤아는 민얼굴로 만나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은 드물고도 드문 아티스트다.

그녀는 1집 <Shadow of Your Smile>과 2집 <유리가면>에서 내숭과 사치에 지친 숱한 마음들을 다독거려주었다. 밴드 ‘자우림’으로 대표되던 커리어는 솔로 김윤아라는 패로 한순간 뒤집혔다. 자우림의 음악이 제정신이 아닌 보라색의 느낌이라면 그녀가 솔로로 발표한 음악에는 맑은 핏빛이 서린 보라색의 느낌인데, 그 입자에는 자우림에 없던 공감이 흐르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들어서고 난 후, 3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떠다녔으나 이번 앨범 <315360>은 그렇다 혹은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아이를 품은 사람이 이런 정서로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들 만큼 어둡고 묘한 슬픔이 「이상한 세상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며 「비밀의 정원」에서는 그 불안을 더욱 짙은 호흡으로 채운다. 침묵의 기간에 느꼈을 게 분명한 독백이 「가만히 두세요」와 「작한 소녀」로부터, 언젠지 모를 그녀를 말해주는 위험한 상상이 「도쿄 블루스」와 「얼음 공주」로부터 스민다.

악기 편성은 재킷의 흑백사진처럼 대체로 단조롭지만 지루하거나 헛헛하게 들리지 않는다. 곡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는 보컬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상의 손길이 그녀에게서 끊이지 않는 절대적 이유일지도 모른다. 슬픔은 끝에 다다르면 더 이상 슬픔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다. 싱어송라이터 김윤아가 이번 앨범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를 만큼 깊은 곳에 자리한 내면의 한 부분일 것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김윤아는 김윤아다라는 생각을 이 앨범을 통해 한 번 더 다져본다. 아마도, 그녀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뿐인 처음 그대로의 ‘소녀’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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