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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한 독립 만세’였을까? - 『티가나』

티가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외세에 침략당하고, 수십 년의 세월을 압제에 시달렸으며, 우리의 말과 정신은 침략자에 의해 탄압받았다. 왜 침략자들은 우리말을 없애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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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나
가이 가브리엘 케이 저/이수경 역 | 황금가지
역사 소설을 능가하는 탄탄한 세계관과 판타지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사극적 판타지(historical fantasy)’라는 새 장르를 연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소설. 15세기 이탈리아를 닮은 세계를 배경으로 제국의 침략자에 맞서 투쟁하는 약소국의 이야기를 그린 『티가나』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경험한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으며, 가브리엘 케이는 이 작품으로 ‘톨킨의 뒤를 잇는 정통 판타지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1919년 3월 1일. 우리가 ‘삼일절’이라 부르는 이날은 ‘대한 독립 만세’ 한마디로 대표되는, 만세 운동의 시작일로 기억된다. 우리가 교과서나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은, 민족 대표 33인이 인사동 태화관에 모여 ‘독립 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유관순 열사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이 사건으로 투옥되고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본 헌병의 총칼 앞에서 쓰러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왜 ‘대한 독립 만세’였을까? 왜 그런 말을 외쳐야 했을까?

여기 한 나라가 있다. 이 나라가 속한 반도는 바다를 건너 쳐들어온 제국들에 의해 정복당했다. 자긍심이 강했던 이 나라는 정복 전쟁에 대항한 전투에서 제국의 왕자를 죽였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제국의 왕은 이 나라에 저주를 걸어, 누구도 이 나라의 이름을 말하거나 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나라의 이름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뿐.

이 잊혀진 나라의 이름은 ‘티가나’.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티가나는 이름을 잃었다. 마법을 건 왕과 티가나의 국민이 아니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듣거나 말하지도 못하는 나라의 이름. 단순히 나라를 잃었다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결국 스스로도 잊게 된다는 것.

다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의 왕자, 알레산은 이렇게 기도한다. “티가나, 그대에 대한 나의 기억이 내 영혼 속의 칼날이 되게 하소서.”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기억은 잊혀진다. 응답 없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가슴을 찢는다. 나라를 잃은, 나라의 이름을 잃은 슬픔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자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어깨를 짓누른다.

티가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외세에 침략당하고, 수십 년의 세월을 압제에 시달렸으며, 우리의 말과 정신은 침략자에 의해 탄압받았다. 왜 침략자들은 우리말을 없애려 했을까. 왜 ‘대한 독립 만세’라고 외치기만 한 사람들을 무참히 죽여야 했을까.

말에는 힘이 있다. 형체도 없고, 흔적도 없이, 시간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이 말이지만, 말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그게 말의 힘이다. 침략자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한 것은 그것이다. 말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자신들의 위치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말은 그렇게 지켜져 왔다.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가슴 깊이 나라의 이름을 새겼던 알레산 왕자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 나라를, 말을 지켜왔다. ‘대한 독립 만세’는 우리 스스로의 가슴 속에 새기고, 새겨졌던 또 다른 우리의 힘이다.

가이 가브리엘 케이

1954 년 캐나다의 새스캐처원 주에서 태어난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원래 변호사를 꿈꾸는 법학도였다. 그러나 약관 스무 살의 나이에 J. R. R. 톨킨의 유작을 편집하는 작업에 참여하여 일약 문명을 떨친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창작을 꿈꾸기 시작했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방송 작가로서 법정 드라마의 대본을 썼다.

케이는 1984년 첫 장편 판타지 소설인 『피오나바르 태피스트리』 시리즈를 발표하여 ‘톨킨의 뒤를 잇는 정통 판타지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는 이후 발표한 『티가나』 『아르본의 노래』 『알라산의 사자들』 등에서 실제 역사의 세계관과 판타지적 구성 요소를 결합하여 ‘사극적 판타지’로 불리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박진필 (컨텐츠팀)

YES24 리뷰어클럽 (//club.yes24.com/reviewers)에서 carrot이라는 닉네임으로 열혈(?) 활동 중. 취미는 이벤트 책 선정하기, 리뷰 읽기 등이며, 관심사는 여행, 공예, 사진이다. 요즘은 Carrot Jr. 키우는 재미에 빠져 유아책 중심의 책 읽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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