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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팝으로 8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2인조 -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 <Discography : The Complete Singles Collection>(1991)

뉴 웨이브라고 하면 어떤 그룹들이 떠오르나요? 펫 숍 보이스, 듀란 듀란, 뉴 오더, 유리스믹스 등, 수많은 그룹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팝 음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마도 펫 숍 보이스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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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계는 지금 온통 ‘뉴 웨이브’의 세상입니다. 빈티지 신시사이저, 클럽 댄스, 전통과 결별한 실험적 접근들까지. 빌보드 차트가 접수된 지는 오래고, 이제 한국의 가요 차트들도 뉴 웨이브에 영향받은 댄스 음악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뉴 웨이브라고 하면 어떤 그룹들이 떠오르나요? 펫 숍 보이스, 듀란 듀란, 뉴 오더, 유리스믹스 등, 수많은 그룹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팝 음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마도 펫 숍 보이스가 아닐까 싶네요. 그들의 명반 <Discography: The Complete Singles Collection>를 소개합니다.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 <Discography : The Complete Singles Collection>(1991)

‘소리의 만능’이라는 신시사이저 연주로 된 팝 음악을 간단히 신스 팝(synth-pop)이라고 한다. 80년대 초반에는 기타 소리가 쏙 들어가고 이러한 스타일의 전자음악이 영미 팝계를 강타했다.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는 신스 팝으로 8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2인조였다.

이들이 85년에 발표한 데뷔 싱글 「서쪽 지역 여자들」(West end girls)은 영국과 미국의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데 정작 영국의 국영방송 BBC는 이 곡을 방송하는 것에 비교적 인색했다. 흥얼거리기도 좋고 춤추기에 좋은 리듬과 멜로디의 곡이었으나 거기에는 영국 사회에 대한 울분 섞인 야유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재미있는 듀오의 한쪽인 닐 테넌트(Neil Tennant)가 전직 기자였고 그가 토해낸 가시 돋친 입담이 적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의외로 견고한 계급제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영국 사회에선 더러 비판적 가사가 대중음악에 등장하곤 한다. 펫 숍 보이스가 바로 그런 ‘독기의 가사’를 내뿜는 그룹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물질주의가 팽배한 대처 수상 시대에선 사회적 계열의 음악가들이 드물었던 탓에 그들의 존재는 한층 도드라져 보였다.

「서쪽 지역 여자들」에 이어 발표한 곡 「떼돈 좀 법시다」(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는 바로 그러한 ‘대처리즘’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87년에 발표한 앨범 <실제로>(Actually)에 수록된 곡 「집세」 역시 물질이 지배하는 애정관계에 대한 야유와 조소의 가사를 심었다.

내 희망을 봐. 내 꿈을 봐. 우리가 쓴 현찰이야. 난 널 사랑해. 네가 집세를 내주니까.(But look at my hopes, look at my dreams. The currency we've spent. I love you, oh, you pay my rent)

이들의 곡 대다수는 댄스음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나 쾌락보다는 이처럼 사회에 대한 독설들을 담아냈다. 그러나 펫 숍 보이스가 사회운동 투사로 보이지 않는 것은 독설과는 불균형이라고 할 만큼 곡의 외형이 유연하고 태평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미지는 앨범 재킷 사진에서 하품을 하는 닐 테넌트의 모습 하나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의 최고 인기의 음악잡지인 『스매시 히트』(Smash Hit)의 기자 닐 테넌트와 건축학을 전공한 크리스 로우(Chris Lowe)가 의기투합하여 음악 활동을 같이하기로 결정한 것은 81년이었다. 두 사람이 86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플리즈>(Please)는 음악적으로 딱히 새로울 것은 없는 레코드였다. 한물간 듯한 디스코 풍에다 가벼운 신시사이저 음향이 ‘뿅뿅거리는’ 팝 곡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허나 이들의 음악은 단순하게 정의해선 곤란한 그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가볍고 통통 튀는 듯한 명랑함과 동시에 너무나도 우울하게 들리는 이율배반적인 사운드는 청중들이나 비평가들 모두에게 신선한 쇼크였다. 일반적으로 댄스음악에는 고개를 돌리는 평자들을 포획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것이었다. 비평가들은 그들을 가리켜 “사람들을 구르게 하는 댄스뮤직 본연의 모습·성격에 충실하면서도 느낌은 ‘고급스러운’ 독특한 아이덴티티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고 격찬했다.

91년에 발표된 싱글 모음집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는 데뷔 앨범부터 90년에 발표된 <행태>(Behaviour)까지의 펫 숍 보이스의 음악적 행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음반이다. 1위 곡은 물론 대부분 차트 20위 권 안에 진입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만큼 펫 숍 보이즈의 음악은 대중적이었음을 말해준다.

어딘지 구슬프지만 매끄럽고 쉽게 불러 대는 닐 테넌트의 하이 톤의 미성과 달콤하면서도 비감(悲感)이 투영된 멜로디는 인상적이다. 한 번 들으면 좀처럼 잊어버리기 힘들다. 영화적인 느낌이지만 동력(動力)이 넘치는 명곡 「그건 죄야」(It's a sin)는 87년 영국 차트 1위, 미국 차트 9위를 차지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트리뷰트 TV쇼에서 불렀다가 싱글로 발표한 「항상 내 마음속에」(Always on my mind)의 리메이크 트랙도 영국 차트 정상을 밟았다. 91년 싱글 「이름 없는 거리에서」(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U2의 87년 히트작을 커버한 것으로 프랭키 밸리(Frankie Valli)의 「내 눈을 뗄 수가 없어」(Can't take my eyes off you)가 리믹스로 삽입되어 있는 재치 있는 곡이다. 아하 출신 모튼 하켓이 불러 98년 국내 팝 팬들로부터 이 곡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었을 때 마니아들은 굳이 펫 숍 보이스의 버전을 찾을 정도였다.

이 앨범은 수년에 걸친 히트 퍼레이드를 잠시 멈추고 다른 뮤지션들과의 프로젝트 등 일련의 외도 중에 발표된 것이라서 일각으로부터 “이제 펫 숍 보이즈가 올 데까지 다 와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93년에 공개된 <바로>(Very)는 하나하나가 훌륭했고 ‘전 곡의 싱글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설령 이 앨범 이전에 그들의 생명력이 소진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정상을 누빈 기간은 무려 5년이나 됐다. 그것만 하더라도 댄스팀으로선 이례적 ‘장수’였다. 이 5년이란 연수(年數)야말로 그들 댄스음악이 얼마나 우수했는가를 시사하는 확실한 징표일 것이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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