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00년대의 앨범 1위에 꼽힌 라디오헤드 - 라디오헤드 <Kid A> <OK Computer>

이번 선정에서 1위를 차지한 &lt;Kid A>, 그리고 일반적으로 라디오헤드의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1997년 &lt;OK Computer>의 리뷰를 동시에 싣습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이 최신호에서 2000년대 최고의 앨범을 선정했습니다. 과연 1위는 어떤 앨범일까요? 바로 라디오헤드의 2000년 작 <Kid A>입니다. 발표 당시 ‘록의 미래’라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던 앨범이죠. 이쯤에서 라디오헤드의 명반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이번 선정에서 1위를 차지한 <Kid A>, 그리고 일반적으로 라디오헤드의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1997년 <OK Computer>의 리뷰를 동시에 싣습니다.

라디오헤드(Radiohead) <Kid A>(2000)

<Kid A>(2000)는 지난 2000년 발매되어 팬들을 격렬한 찬반 논쟁 속으로 몰고 갔던 라디오헤드의 4집 음반이다. ‘최초의 복제인간’(A는 안드로이드의 준말이다.)을 뜻한다는 제목부터가 말해주듯,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샘’들로 꽉 차 있어 발표 당시 음악 마니아들을 당혹감 속에 빠뜨렸다. 허나 첫 주에 빌보드 1위로 핫 샷 데뷔, 영국 음악계로 하여금 규모는 작으나 실로 오랜만이었던 브리티시 인베이젼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대중과 예술이 모처럼의 합의점을 찾은 드문 케이스였던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음반에서 현재 콜드플레이(Coldplay), 트래비스(Travis) 등의 후배들에게 계승된 라디오헤드적 감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냉철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전자음의 파도가 작품 전편에서 잔잔히 출렁인다. 기타는 물론이고 톰 요크의 보컬마저 이펙트를 잔뜩 넣어 잘 들리지 않는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Kid A」 「The national anthem」 등 첫 3곡만 들어봐도 대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은 앨범을 두고 ‘스페이스 록 오페라’라며 규정지은 바 있다.

허나 테크노라고 해서 클러버들을 위한 빠른 비트의 춤곡은 아니다. 에이펙스 트윈(Apex Twin), 808 스테이트(808 State) 등을 대표로 하는 장르인 IDM(Intelligent Dance Music), 혹은 앰비언트적 음향이 작품 전체에 기이한 아우라를 형성해준다. 자연스레 음악적 방향이 급선회했음에도 불구, 그들만의 병적인 카리스마는 잘 보존되어 ‘앨범 부적응자’들에게 그나마 위로를 주었다.

한마디로 음반은 명성이라는 맷돌 아래 곡식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전면 거부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대중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해보았다’라는 의미이다. 또한 상업적 틴 팝이 메인스트림을 완전 석권 중이었던 당시의 상황적 맥락을 고려하면 작품의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최고의 싱글은 톰 요크의 보컬 마력을 잘 표현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Idioteque」. 감상적인 음악팬들을 위한 감상적 테크노의 결정판이 바로 여기에 들어 있다.

- 글 / 배순탁(greattak@izm.co.kr)

라디오헤드(Radiohead) <OK Computer>(1997)

명반의 조건은 좋은 곡과 노래임을 말해준 세기말 걸작.

라디오헤드는 다른 영국 그룹들과는 경향이 조금 다른 밴드였다. 그들의 첫 싱글인 「Creep」은 시애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가 세계를 뒤흔들던 93년에 발표되었다. 타이밍도 그랬고 음악 스타일도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얼터너티브 록과 비슷한 장르로 청중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전통적으로 영국 밴드의 음악과 미국 밴드의 음악은 유사한 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지향이나 감수성에서 많은 편차가 드러나기 때문에 양국의 음악인들과 언론은 서로의 존재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그러나 라디오헤드의 경우 「Creep」에서 보여준 연주 방식이나 곡조는 유별나게 미국의 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시애틀 그런지가 위용을 잃어가고 영국의 신진 세력인 브릿팝 군단이 새로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을 때 그런지 침공에 편승하여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다수의 밴드들은 몰락의 운명을 맞았다. 논리적으로 보아선 ‘같은 배를 탄’ 라디오헤드도 ‘퇴출’ 당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이때 ‘정리 대상’이 되기는커녕 밴드의 위치가 더욱 탄탄해져 ‘음악다각화’를 과시했고 그 어느 장르에도 편입시키기 어려운 독자성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라디오헤드의 첫 앨범에서 발표한 싱글 「Creep」의 일약 세계적인 히트는 분명 밴드 멤버 본인들에게 기쁜 일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 톱 40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호응을 일으켰다. 당시 밴드라는 밴드는 모조리 이 곡을 카피했을 정도였으며 기성 그룹들을 둘러싼 표절 얘기도 무성했다.

그러나 이런 세계적 히트가 반드시 환영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93년의 데뷔작 <Pablo Honey>는 전체적인 완성도가 그리 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Creep」 한 곡으로 그룹의 이미지가 한정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알고 보니 그 곡 외에는 별 것도 없더라’는 식의 빈정거림을 늘어놓는 평론가들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라디오헤드가 공연장에서 「Creep」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청중들이나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도 그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소포모어 징크스(2집 징크스)가 아니라 2집에서도 그 곡과 같은 메가히트 싱글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해 했다.

라디오헤드는 이 기대를 훌륭하게 배신(?)했다. 95년에 발표된 2집 <더 벤즈>(The bends)는 전체적으로 1집보다 향상된, 그리고 곡마다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 앨범이었다. 사실상 「Creep」을 능가하는 상품적 싱글은 나오지 않았지만 영국 차트 30위 권에 오른 ‘준히트’ 싱글이 5곡이나 줄줄이 나와 라디오헤드라는 이름이 계속 오르내렸으며 앨범도 잘 팔렸다.

라디오헤드는 이 앨범을 통해 단 한 곡으로 버티는 ‘반짝’ 밴드가 아님을 증명했고 지긋지긋했던 매스컴의 집중포화로부터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바로 그 시점인 97년에 3집 앨범 <OK Computer>가 발표되었다.

<OK Computer>는 처음부터 앨범 제목으로 논란을 빚었다. 사이버펑크에 대한 담론들이 한물간 것으로 인식될 만큼 컴퓨터 테크놀러지는 일반에게 친숙해졌고, 컴퓨터를 응용한 전자음을 음악에 도입하는 것 또한 도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왠지 라디오헤드와 컴퓨터는 그다지 합치(合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앨범의 뚜껑을 열어 보면 컴퓨터 기술의 방법론을 도입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목과 달리 음악은 라디오헤드 전작들의 연장선에 놓여 있었다. 데뷔작부터 지속적으로 굳혀온 약간은 어둡고 멜랑콜리한 정서와 축축한 감성 이른바 앵스트 록(angst-rock) 그대로였다.

하지만 느낌에 있어서 수록곡들의 품질은 전작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었다. 「Paranoid android」는 전에 추구하지 않던 곡조의 변화가 두드러졌고 「Subterranean homesick alien」은 이질적이었고 「Airbag」은 테크노의 맛이 살짝 덧칠되었으며 영화음악으로 만든 「Exit music」과 「No surprises」은 어떤 영화 배경음악보다 진하고 아름다웠다.

박력 있는 로큰롤 「Electioneering」과 읊조리는 「Lucky」는 한 앨범에 동거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성의 차가 확연했다. 수록곡들이 주는 첫 느낌은 바로 ‘경이’였다. 그것은 밴드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곡들이 선율을 획득한 것 외에 판독이 어려울 정도의 사려 깊은 노랫말과 조니 그린우드(기타)의 갈피를 못 잡게 하는 다중(多重)적 연주 등 모험적인 연주 편곡은 한층 앨범에 품위와 격조를 부여했다.

마치 연주는 멤버들이 한 것이 아닌 어디서 찍어온 듯했다. 독일의 명감독 빔 벤더스는 라디오헤드의 광적인 팬인 아들과 함께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이 앨범을 모니터했다. 맘에 들었지만 그의 의문은 라디오헤드가 과연 이 곡들을 콘서트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벤더스 감독은 현장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일반 대중의 감탄을 자극한 것은 톰 요크의 보컬이었다. 여기서 그의 ‘보컬 연기’는 이 부문의 최고 배우라 할 U2의 보노나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의 경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살 떨리게 하는 비브라토, 빨아들이는 듯한 팔세토(가성) 그리고 분위기를 조절하는 능란한 호흡 등 모든 게 완벽했다. 여기저기서 ‘90년대 최고의 영국 록 보컬리스트’라는 환대가 쏟아졌다.

앨범이 97년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셀렉트> <모조> <복스>를 위시한 영국 록 전문지들이 일제히 연말에 그해 앨범 1위로 뽑았으며 영국 밴드에 대해 까다로운 <빌보드>지에서도 밥 딜런의 <Time Out Of Mind> 다음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복스>의 경우는 ‘90년대의 최우수 앨범’이라고까지 했다.

그들이 오아시스와 블러의 격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실상 라디오헤드는 이 곡들을 낡은 사과 농장에서 리허설했고 바스에 있는 한 여배우의 빈 맨션에서 녹음했다. 결과는 그해 두 브릿팝의 영웅 밴드들이 낸 앨범들을 훨씬 상회하는 양질의 음반이었다.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브릿팝은 죽었다.”라고 했지만 톰 요크는 “우리는 브릿팝을 죽였다.”라고 했다.

<OK Computer>가 웅변하는 것은 걸작 앨범의 미학은 기본에서 출발한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그 기본은 ‘무엇보다 곡이 좋아야 하고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음악가들에게 필수적인 이것을 많은 밴드들이 놓치고 있었기 때문에 앨범이 더 돋보였는지도 모른다. 라디오헤드는 결코 컴퓨터에게 OK하지 않았다. 좋은 것을 아는 다수 대중들에게 OK했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