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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풍의 고급스러운 사운드에 실린 거친 주장 - 스팅(Sting) <...Nothing Like The Sun>(1987)

가을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뮤지션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스팅이 먼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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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뮤지션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스팅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의 음성을 들으면 약간은 탁한 감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운치가 느껴지거든요. 그의 두 번째 앨범 <...Nothing Like The Sun>은 특히 더 가을과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재즈를 도입한 반주에서 편안함이 감지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는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앨범은 사회적인 내용을 거침없이 표현해 의식성을 동시에 내보입니다. 그래서 평단에서는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의 음악을 통해 가을의 분위기와 당시 사회상을 함께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팅(Sting) <...Nothing Like The Sun>(1987)

스팅은 솔로로 독립하면서 폴리스(The Police) 시절의 뉴 웨이브에 대한 폐기처분을 단행한다. 그리고 평소에 갈망하던 재즈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두 번째 솔로 음반인 1989년의 이 앨범에 이르러 그의 변신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폴리스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뉴 웨이브 록의 요소는 완연히 퇴조하고 그 자리에 대신 재즈와 제 3세계 음악이 들어앉았다. 그는 록에 더 이상 ‘싱싱한 연료’가 없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션은 록 테두리 바깥의 아프리카 음악, 재즈, 그리고 클래식을 겨냥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연주를 해준 뮤지션들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즈 색스폰 주자 브랜포드 마샬리스, 키보드를 치는 케니 커클랜드, 드럼의 마뉴 캐치, 퍼커션의 미노 시넬루, 그들은 록 음악인이 아니었으며 모두 흑인이었다. 이 때문에 음반이 마치 흑인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Little wing (작은 날개)」에서는 질 에반스와 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해주고 있고 「They dance alone (그들은 외로이 춤춘다)」에는 남미 음악의 스타 루벤 블레이즈가 스페인어로 부분 솔로를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및 남미의 리듬과 재즈의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은 메시지적 측면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주변과 자기 눈에 목격된 부조리에 덤벼들고 있고, 심지어 「History will teach us nothing (역사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를 통해서는 무심한 역사에도 염증을 내고 있다.

「Englishman in New York (뉴욕의 영국인)」은 대도시가 강요하는 규범에 대한 반발이 숨어있고 「그들은 외로이 춤춘다」는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압제에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을 옷에 달고 홀로 춤추는 것이 유일한 시위 방법이라는 데 착안해 쓴 이 곡은 넬슨 만델라 석방요구 공연, 국제사면위원회 주최 공연에 참가하는 등 갖가지 저항적 행위를 보여 온 스팅의 의식세계를 반영한다.

‘이봐요 피노체트씨, 당신은 쓰디쓴 수확물을 거뒀어요. 당신을 지탱해주는 건 외자(外資)지요. 언젠가 그것이 끝나버리면 고통 받는 자에게 줄 임금도 없고 무기를 구입할 예산도 없을 거 아닌가요.’

가사도 그렇고 음악 스타일도 그렇고 얼핏 상업성이 결여된 듯한 이 음반에 애초 레코드사측은 난색을 표명했다. 스팅은 반면 “왜 그렇게 레코드 구매층을 무시하는가?”라며 확신을 내비췄다. 「We'll be together (수록곡 - 우리 함께해요)」가 싱글 톱 10에 진입하고 앨범도 플래티넘을 기록, 스팅의 승리로 판가름 났다.

‘초호화 캐스트’라는 점에서 압권인 이 앨범에서 돋보이는 곡은 「Sister moon (시스터 문)」, 지미 헨드릭스의 오리지널 「작은 날개」, 에릭 클랩튼과 마크 노플러가 기타 연주를 보탠 「그들은 외로이 춤춘다」, 폴리스 시절의 동료 앤디 서머즈가 가세한 「Be still my beating heart (아직도 내 가슴을 두드리네)」 등이며 국내에서 특히 호응을 얻은 「뉴욕의 영국인」과 「Fragile (나약한)」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었다.

음반의 사운드는 고급스럽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 지향은 결코 고급 쪽이 아니다. 그런 부조화가 어딘지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앨범의 완벽성을 가로막고 있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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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 - Nothing Like The Sun

Sting15,600원(19% + 1%)

재즈와 팝의 절묘한 조화로 고급스럽기까지한 본 앨범은 스팅이 평소에 갈망했던 재즈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던 음반. 이 앨범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을 살펴보면, 브랜포드 마샬리스, 케니 커클랜드, 마뉴 캐치, 미노 시넬루 … 모두 흑인이고 재즈 뮤지션들이다. 'Englishman In New York'의 부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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