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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 물럿거랏! 스미스 부인 나가신다! - 캐리 트레이드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5%입니다.
그런데 이자를 10% 주겠다고 하는 은행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통장을 바꾸겠죠?
캐리 트레이드, 옮겨? 옮겨!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5%입니다. 그런데 이자를 10% 주겠다고 하는 은행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통장을 바꾸겠죠? 은행 통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5%의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으니까요?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이런 일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하죠. 캐리(carry)란 말 그대로 ‘옮겨둔다’는 뜻이므로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을 옮겨간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하면 금리가 싼 곳에서 돈을 빌려서 비싼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입니다. 일본은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불황 탈출을 위해 적극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 때문에 ‘제로 금리’라고 불릴 정도로 이자율이 떨어졌죠. 일본 금리가 0.5%일 때 미국 금리는 4.75%에 달했습니다. 엔화를 달러로 바꾸어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4.25%의 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됐던 것이죠. 제로 금리의 일본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나 일반 직장인이 저금리를 이용한 해외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일본 은행에서 0.5%로 돈을 빌려서 이자율이 7~8%에 달하던 뉴질랜드의 은행으로 계좌만 이체하는 방법으로도 고수익을 올렸습니다. 특히 동네 아줌마들이 투자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바람을 불러일으킨 아줌마들을 ‘복부인’이라고 부르듯이,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수단이었는지 모르지만 국제 금융시장에는 나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싼 금리의 돈뭉치들이 전 세계에 떠돌면서 유동성 과잉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일본 금리가 오르고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수익이 줄어들자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면서 또 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라는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낮은 금리의 화폐로 엔과 함께 스위스 프랑이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도 ‘제로 금리’를 향해 달려가면서 달러도 캐리 트레이드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이어 미국에서도 ‘스미스 부인’의 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겨 다니는 속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낮은 달러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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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저12,150원(10% + 5%)
경제 상식 사전의 2편으로 서브프라임 이후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핵심을 담은 책이다. 신문과 TV에 오르내리는 서브프라임, 키코, MBS, CDS 등 암호 같은 경제용어를 풀어줄 뿐 아니라, 위기의 원인과 결과까지 짚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