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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의 첫 희생양,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의 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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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화폐의 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을 활짝 개방하고 모든 것을 자유화해 버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외로운 섬나라에 금융위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슬란드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조차 잘 모를 것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영국에서도 한참 떨어진 북대서양 북서쪽에 외로이 떠 있는 섬나라입니다. 이런 외지에 있는 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첫 희생양이 됐습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IMF로부터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이죠. 과연 금융위기가 전 세계 곳곳에 파급돼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기적 혹은 거품

아이슬란드 국기
아이슬란드 국기에서 파란색은 하늘, 하얀색은 빙하, 십자는 그리스도교 국가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국기와 나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운 날씨와 척박한 땅 때문에 별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인구도 30만 명 정도에 불과하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어업이 아이슬란드의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던 나라가 20여년 만에 국민소득 6만 달러, 삶의 질 1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공격적인 금융정책을 폈습니다. 정부가 소유하던 상업은행들을 민영화하고 환율제도를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꾸는 등 금융시장 자유화를 확대해 나갔습니다. 아이슬란드는 바로 미국이 전 세계에 전파하던 ‘신자유주의’의 모범국가이기도 했습니다. 금융 자유화의 성공을 기반으로 아이슬란드는 ‘북유럽의 금융허브’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고 높은 이자율을 쫓아서 해외에서 엄청난 자본이 유입됐습니다. 저금리 외화가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에 아주 싼 금리로 외화를 빌릴 수 있었고 아이슬란드 화폐인 크로나가 강세였기 때문에 빚을 내서 차를 사고 집을 사는 등 풍족한 소비생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산업 기반 없이 금융산업에만 의존해 오던 취약한 구조 때문에 아이슬란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추락하고 맙니다. 위기에 빠진 미국 금융회사들이 한꺼번에 아이슬란드의 금융회사들로부터 돈을 빼가기 시작하자 크로나화가 폭락하고 달러가 급상승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부동산 가치는 폭락하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떠안게 됐습니다. 또 외화 대출의 금리도 크게 상승했죠. 금리 상승에 자국화폐 폭락이란 이중고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자국화폐의 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을 활짝 개방하고 모든 것을 자유화해 버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금융산업의 붕괴를 극복할 만한 마땅한 대안조차 없다는 것이죠. 이것이 불과 1년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됐던 아이슬란드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신자유주의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중요시하는 이론.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 등을 중시한다. 이른바 ‘세계화’나 ‘자유화’라는 용어도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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